수많은 해외 브랜드 속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발휘하며 소리없이 증가하고 있는 신진디자이너 브랜드. 국내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작은 쇼룸으로 전개하기 때문에 대중화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예전에 비해 편집숍이 크게 늘면서 디자이너 브랜드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지만 빠르게 출시되는 해외 SPA 브랜드 틈에서 여전히 고군분투하고 있다. 국내에서 국내 디자이너를 인정해주는 인식이 생긴다면 한국패션이 세계적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될 터. 획일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 신선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숨은 보석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 우진원 '로켓런치' 디자이너

 

[이뉴스투데이 김은경 기자] 처음 마주했을 때 우진원(30·남)의 얼굴에는 쑥스러움이 가득했다. 하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그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솔직하면서도 거침없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옷 만드는 일이 재미없으면 당장 그만둘 수 있다고 말하는 우진원. 삶에 있어서 재미를 가장 크게 생각하는 그가 계속 옷을 붙잡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옷 만드는 일이 가장 행복하기 때문일 것이다.
 


Q: 디자이너라는 꿈은 언제부터였나?
 
원래는 디자이너가 꿈이 아니었다. 대학 다닐때는 패턴 디자인이 재미있어서 패턴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고 싶었다. 그 분야의 명장님을 찾아가 배우기도 했다. 그러다가 우연한 계기로 디자인 공모전에 참가하게 됐는데 상을 받았다. 인정을 받으니까 스스로 '내가 소질이 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특히, 2009년 두타 벤처디자이너 컨퍼런스에서 은상을 수상하면서 두타에 입점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인큐베이터 시스템을 통해 장소를 저렴하게 임대해줘서 학교 졸업하자마자 브랜드를 론칭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무작정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것 같다.

 

Q: 브랜드명 '로켓런치'(ROCKET x LUNCH)가 담고 있는 의미는?
 
사실 아무런 의미도 없다. 브랜드가 눈으로 보여지는 시각적 이미지와 뉘앙스 그리고 분위기만을 생각해서 로고를 만들었다. 브랜드 네임의 뜻보다는 사람들 기억 속에 각인되면서 브랜드 콘셉트를 잘 나타낼 수 있는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로켓런치가 추구하는 '유머'를 시각화한 이름을 짓게 됐다. 

 

Q: 브랜드 론칭 후 4개월 만에 편집숍 '에이랜드'에 입점했다. 신진디자이너로서 판로를 찾기란 쉽지 않았을텐데 어떻게 단기간에 가능할 수 있었는지.
 
두타에 본 매장을 가지고 있었던 게 큰 부분을 차지했다. 브랜드 론칭은 쉽지만 편집숍 입점 기회를 얻기는 어렵다. 두타에서 수상하면서 비지니스까지 이어지게끔 도와줘 단기간에 입점할 수 있었다. 내가 브랜드 론칭할 당시만 해도 디자이너 브랜드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거의 도매 브랜드, 백화점 브랜드로 양분화 돼 있었는데 4~5년 전부터 나같은 소규모 브랜드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때는 좀 더 쉽게 편집숍에 입점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워낙 많은 친구들이 뛰어들고, 경쟁이 심해서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는 어려운 시기인 것 같다.


Q: 디자인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솔직히 말하면 제일 중요한 것은 매출이다. 어쨌든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기 위해 옷을 만드는 것이니까. 그리고 길가다가 누가봐도 '저건 로켓런치 옷이다'라고 느껴질 정도로 브랜드 색깔이 드러나면서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는 대중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 '내가 이끌어 가겠다'라고 말하는 패션이 아니라 그 시대의 흐름을 보면서 맞춰가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 지금 사람들이 좋아하는 옷을 빨리 만들고 싶다.
 

▲ 한남동 쇼룸에 진열돼 있는 '로켓런치' 의상

 

Q: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웃을 수도 있지만 '적당히'라고 말하고 싶다. 아트웨어도 물론 할 수 있지만 내가 하고 있는 마켓이나 브랜드 자체가 그런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디자인은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옷을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내 옷에 대한 관념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포커스가 로켓런치이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디자인을 하고 있고, 생각은 계속 변화하는 것 같다.
 

Q: 티셔츠 하나를 입더라도 멋스럽게 입을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패셔니스타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촬영 할 때도 레이어드 해서 스타일링 하지 않는다. 아이템 하나만 걸쳐도 심플하면서 멋스러운 느낌이 나는 아이템들이 주로 많고, 그런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다.

Q: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옷이란?
 
자기만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옷이 좋은 옷이라고 생각한다. 또 개개인에게 맞추지 않더라도 똑같은 옷을 입었을 때 서로 다른 매력을 나타낼 수 있는 옷이 최고의 옷이 아닐까.
 


Q: 소비자들은 늘 새로운 것을 갈망한다. 이런 부분이 창작자로서 부담스럽지 않은가? 

 
옷을 디자인 하는 일은 참 힘든 것 같다. 왜냐하면 매 시즌 S/S, F/W 크게는 두 번, 더 세분화시키면 일년에 네 번 새로운 게 나와야 하는데 다른 창작에 비하면 큰 노동이다. 음악 같은 경우는 하나 만들어 놓으면 부가적인 요소와 관계없이 몇 십년을 우려먹을 수 있지만 옷은 유행이 있어서 새로운 것을 충족시켜야겠다는 스트레스가 크다. 하지만 힘든만큼 또 희열을 느끼니까 계속 옷을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Q: 그렇다면 창작물을 얻기 위해 평소 어떤 노력을 하는가?
 
특별히 시간을 갖고 '나는 디자인을 하니까 무엇을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기 보다는 영화 보고, 음악 듣고, 친구들 만나서 이야기 하고, 술도 마시고, 맛있는거 먹으러 다닌다. 그렇게 집에만 있지 않고 왔다갔다 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를 얻고 스스로 재충전한다.
 

▲ 한남동 쇼룸에 진열돼 있는 '로켓런치' 의상

 

Q: 지난해 베이징 'CHIC' 박람회에 참가한 이력이 있다. 앞으로 해외진출도 생각하고 있나?

항상 생각하고 있다. 유럽이 로켓런치 콘셉트와 잘 맞다고 생각한다. 최근 런던에 바잉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직접 진출한 것은 아니지만 에이랜드를 통해 두 개 매장이 홍콩에 진출해 있는 상태다. 홍콩이 시작점이 되서 해외로 더 많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국내 시장은 SPA 브랜드와 도매 브랜드가 거의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부분이 많다. 로켓런치의 유니크함을 가지고 해외로 진출할 생각이다.

Q: 이틀 후 품절남이 된다. 아무래도 결혼 전과 다를텐데 일적인 부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나?
 
여자친구는 학교다닐 때부터 좋아했던 친구다. 그 친구도 의상을 전공했고, 지금은 기업회사에 다니면서 마케팅 일을 하고 있는데 나중에 같이 일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아무래도 소규모 브랜드는 가장 힘든 게 마케팅이다. 보면 알겠지만 로켓런치 쇼룸은 총 4명이서 일하는데 배송업무, 생산관리 업무, 온라인 CS 업무를 하다보면 제일 중요한 마케팅을 놓치게 된다. 여자친구로 인해 그런 부분에서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생각된다.


Q: 소비자들에게 로켓런치가 어떻게 평가되길 바라는가?
 
'재밌고 세련됐다'라는 말이 제일 듣고 싶다. 가격도 중요하지만 금액적인 부분은 이야기 하지 않고, 디자인으로만 판단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로켓런치의 아이덴티티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들고 싶다.
 

Q: 디자이너로서 그리고 인간 우진원으로서 목표하는 바가 있다면?
 
디자이너로서 컬렉션 욕심도 있지만 아직 부족한 게 많아서 여러번 시행착오도 겪고 좀 더 노하우를 쌓은 다음에 하고 싶다. 향후 2~3년 안에는 국내에서 컬렉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또 해외 전문 셀렉샵에 바잉이 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국내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 힘쓸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로켓런치의 기반이 잡혀야 해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테니까.
인간 우진원으로서의 목표는 그냥 즐겁게 사는 것. 만약 옷 만드는 일이 즐겁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하는 일이 너무 즐겁기 때문에 거창하지는 않지만 계속 즐겁게 옷 만드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또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먹는 것을 좋아하니까 요식업도 해보고 싶다. 스스로 재미를 느끼는 일들은 모두 도전해보고 싶다. 

 

■ 브랜드 특징
 
시대상에 따라 변화하는 컨템포러리 캐주얼웨어로, 10대 후반에서 30대까지 넓은 타겟층을 겨냥한다. 스트릿 요소를 믹스하고 과하지 않은 디테일 변화와 컬러베리에이션을 통해 유머러스한 디자인을 추구하며, 캐주얼한 느낌과 베이직한 디자인이 멋스럽게 어우러져 스타일링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연출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오늘은 뭐입지?'라고 고민하는 여성들의 데일리 룩으로 좋다.

▲ 올 여름 우진원 디자이너 추천의상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트립 메쉬 티셔츠-도트 팬츠, 풋볼 티셔츠-마린 스커트, 체크 블라우스-하이팬츠

 

■ 우진원 디자이너 프로필
 
우진원은 경희대학교 의상학과 재학시절 '두타 벤처디자이너 컨퍼런스'에서 은상을 수상하며 주목 받기 시작했다. 졸업 후 브랜드 '로켓런치'(rocket x lunch)' 론칭, 두타에 입점했다. 현재 에이랜드, 레벨5, 로버슨라운지 등 오픈샵과 29cm, W컨셉 등 온라인샵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 패션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한남동에 쇼룸을 오픈해 디자이너로서의 입지를 넓혀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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