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폐지 지연되자 규칙개정 통해 원가항목 축소 공포
현행 61개, 12개 공개로 대폭 축소… 소비자 알 권리 제한 비판

 
[이뉴스투데이 = 박영근 기자] 국토해양부가 결국 규칙 개정을 통해 분양가상한제 무력화 수순에 들어갔다.
 
국토부는 지난 3월 8일  ▲공공택지 선납대금 기간이자 인정범위 현실화 ▲민간택지 실매입가 인정범위 확대 ▲분양가 공시항목 축소(61개→12개) ▲건축비 가산비 추가인정 등을 골자로 하는 「공동주택 분양가격 산정규칙」 일부개정안을 공포했다. 국회에서 분양가상한제 폐지 법안 처리가 지연되자 손쉽게 고칠 수 있는 규칙 개정을 통해 2007년 이전의 묻지마식 고분양 시대로 되돌아가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분양가상한제는 참여정부가 아파트값 폭등기때 후분양제 전환요구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됐다. 분양원가 공개는 선분양제 하에서 소비자들이 아파트값의 적절성을 검증 할 수 있는 유일한 방편으로 총 61개 항목에 걸쳐 원가가 공개돼 왔다. 그러나 이번 개정을 통해 공공택지에서 공급하는 주택조차 12개 항목을 공개하는 것으로 대폭 축소된다.

세계에 유례없는 선분양제를 지금까지 택하고 있는 현실에서 분양가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는 유일한 소비자 보호책이다. 일평생 가장 큰 구매를 지어지지도 않은 견본주택을 보고 구입해야 하는 소비자는 분양원가를 통해 값의 적절성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은 이처럼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분양원가 공시항목을 법률이 아닌 공무원들이 언제든 쉽게 바꿀 수 있는 규칙에 명시함으로서 오늘과 같은 결과를 불러왔다.

「주택법」 제388조는 택지비, 공사비, 간접비, 그밖의 비용 등 단 네가지 항목만의 공개를 명시하고 있을 뿐이고 61개 항목은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에 명시돼 있다. 특히나 입주자모집공고문을 통해 공개되고 있는 분양원가는 실제 공사비에 쓰이는 금액이 아니라 단순 총공사비를 계산식을 통해 산출한 금액에 불과하다. 국토해양부조차 보도자료를 통해 실제공사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는 항목이 많아 시공사와 입주자간의 소송을 유발한다고 개정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는 건설사가 원하도급 내역에 기초한 실공사비가 아닌 단순 계산식을 통한 분양원가를 산정해 왔기 때문이다. 꼼꼼한 원가 공개를 통해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을 도와야할 원가공개가 사문화돼 형식적으로 운영돼온 것이다. 주거안정에 힘써야할 국토부는 이를 제대로된 원가 공개가 가능하도록 강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수방관 해왔고 결국 토건세력의 민원 해결을 위해 원가항목 축소를 결정했다.

그러나 입주자모집을 공고할 당시는 이미 대부분의 도급계약이 끝나 있는 만큼 이 도급계약액을 분양원가로 공개해야 한다. 도급계약을 통한 분양원가 또한 하도급을 통해 더 가격이 내려가 완전한 원가로 볼 수 없지만 지금과 같은 엉터리 원가보다는 훨씬 정확한 금액일 것이다.

이번주 연속으로 발표한 청라신도시 건축비 검증 자료에서 보듯 분양가상한제 하에서 분양된 아파트도 엉터리 원가 공개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막대한 거품을 떠넘겼다. 청라신도시는 공기업과 건설사들은 분양가상한제 하에서 가산비 추가 등 각종 허술한 제도를 피해 적정 건축비보다 1.5배 이상 비싼 가격을 책정해 1조 7000억원의 개발이익을 거둬갔다. 이번 개정으로 건축비 가산비의 추가 인정마저 가능해졌다.

각종 서민대책을 쏟아내며 표 얻기에만 급급한 정치인들은 이같은 주거안정 규칙이 국토부 공무원들과 토건세력에 의해 바뀌는 동안 아무런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이후에도 집값 하락으로 인한 주택경기 침체를 빌미로 계속 각종 규제 완화책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와 정치권이 진정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토건세력의 민원해결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기본형건축비 정상화, 엄격한 분양가상한제 시행 등을 통해 집값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현상황에서 유일한 소비자 보호책인 분양원가 공개를 법률로 명시하고 공공뿐만 아닌 민간주택도 상세한 분양원가 공개가 가능하도록 강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장기적으로는 건설사만을 위한 특혜제도인 선분양제를 후분양제로 전환해 정상적인 주택시장을 형성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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