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부터 하강곡선을 그려온 전기전자IT업계에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찬바람이 불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로 대표되는 국내 IT가전업계는 휴대폰과 컴퓨터, 노트북 등 IT제품과 LCD TV, 냉장고, 홈 시어터 등의 가전제품 판매가 급감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시련기다.
 
◇소비침체 심각, 감산도 소용없어 = 국내 컴퓨터제조업체는 경기침체 여파로 노트북PC 수요가 실종되면서 설자리를 잃은 채 부도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주현컴퓨터는 노트북 생산을 아예 중단했다.

전자제품 매출감소와 생산이 줄면서 반도체와 LCD의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또 반도체도 가격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채산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과 대만 등 경쟁국들은 한국을 잡기 위해 공동전선을 펴고 있다.

포화상태로 인한 가격하락을 막기 위해 국내 업체들은 수급조절을 위한 감산에 나섰지만 소비침체 여파가 워낙 커 감산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와 LCD 시황은 생산할수록 손해보는 상황이다.

반도체는 최근 소폭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단기적 현상일 뿐 공급과잉으로 인해 1Gb DDR2 D램 반도체의 고정거래가격이 1년여 전에 비해 1/3 수준으로 폭락했다.

반도체는 올해 상반기까지도 약세가 지속돼 2010년에나 회복될 것이란 게 시장조사기관들의 전망이다.
 
◇비메모리 반도체 취약성 해소 과제 =  국내 반도체 등 IT업계가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비메모리반도체의 육성이 시급한 상황이다.

CPU로 대표되는 인텔을 넘보기 위해서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취약성을 극복없이 포화상태에 이른 메모리반도체만으로 아무리 기술력을 높인다해도 한계에 부닥칠 수 밖에 없다는 숙제를 넘어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LCD패널 가격도 내년 상반기까지 하락세가 이어지다가 하반기 쯤에나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휴대폰 역시 빨간불이 켜졌다. 13개월 연속 기록한 두자릿수 수출증가율도 작년 11월을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서는 등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요가 급격히 줄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는 올해 휴대폰 출하량이 작년보다 6% 감소한 12억2천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 것을 비롯해 모건스탠리나 JP모건, 메릴린치 등 예측기관마다 1~5%의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전통적인 가전 시장은 세계적으로 약 5% 가량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국내 가전업체들은 보고 있다.
 
◇업계 고부가가치 전략으로 난국 타개 = 내년도 수출전선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 반도체 등 국내 업체들이 선택한 승부수는 '고부가가치 전략'이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인 삼성전자는 내년에는 MCP(멀티칩 패키지), MoviNAND(모비낸드), 모바일 D램 등과 같은 차별화된 제품을 앞세워 수익력을 높이고, D램의 경우에도 DDR2에서 DDR3로 주력제품을 이동해 부가가치를 더욱 높인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또 D램과 낸드플래시 등 핵심제품의 경우 공정 고도화 등 기술력을 통해 원가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PC용 저장매체인 SSD 시장이 성장하고 고성능 SSD제품을 적기에 확보하기 위한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한 발 앞서 신기술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하이닉스반도체는 비록 유동성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고부가가치 제품을 속속 출시하면서 올해 시장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 말 세계 처음으로 개발한 54나노 기술을 적용한 2기가비트(Gb) 모바일 D램 제품을 올해 상반기 중 양산에 들어가고 세계 최초로 SOP-Type(Small Outline Package-Type)을 적용한 8단 적층 낸드플래시도 양산에 들어갔다.
 
LCD 제품도 '고부가가치 시장 공략'이다.

LCD는 고부가제품 집중으로 위기를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2010년까지 40인치 이상 대형 LCD TV 패널의 비중을 70% 이상으로 확대하고, 특히 50인치와 60인치 등 초대형 제품의 비중을 2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IT용 패널 시장을 확대하고, 20인치 이상 대형 모니터와 LED(발광다이오드) 백라이트 채용 제품 등 고부가 제품에 더욱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LG디스플레이는 시야각이 넓고 동영상에 강한 IPS 액정구동기술의 마케팅 활동을 그동안 중국시장에만 집중해오던 것을 미국과 중남미 시장으로 본격 확대한다.

이와 함께 제품 면에서는 멀티터치 기능을 갖춘 모니터, TV와 디지털 액자의 기능을 결합한 제품 등 다기능 제품 생산을 위해  내년 2분기부터 파주 P8공장의 47인치와 55인치 라인 가동에 들어간다.
 
업계의 대책은 프리미엄 시장 공략, 중동과 중남미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신흥시장에서의 매출 확대, 계약 단위가 큰 B2B(기업간거래) 시장의 집중 공략 등이다.

LG전자는 매출 감소가 예상되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시장에서는 드럼세탁기, 프리미엄 냉장고, 오븐 등을 내세워 시장점유율을 더욱 확대하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중동과 중남미, CIS 지역은 현지 생산기지를 기반으로 매출 확대기회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B2B사업을 전담하는 비즈니스솔루션(BS) 사업본부와 시스템에어컨 등을 총괄하는 에어컨(AC) 사업본부를 독립시켰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햅틱폰'과 '프라다폰' 등 풀터치스크린폰으로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과 디자인을 바탕으로 프리미엄급 휴대폰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어 희망적이다.

휴대폰 시장의 위축이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과 LG의 풀터치스크린폰 등 프리미엄폰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란 게 조사기관들의 전망이기 때문이다.

시장 선도와 발빠른 대응력을 발판으로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을 동시 공략하는 '투 트랙(Two Track)' 전략이 성공을 거둘 경우 휴대전화가 수출효자로서의 명성을 회복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경기부진 속에서도 북미시장에서 1위, 유럽시장에서 2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에서 골고루 성장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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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도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LG전자는 작년 3분기까지 7510만대의 휴대전화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판매량을 32.2%나 늘리며 업계 최고의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 해 판매량 기준 5위를 기록했던 LG전자는 3분기까지 누적 판매량 측면에서 소니에릭슨을 제치고 4위를 기록 중이다.

올해는 세계 최초의 전면터치폰인 프라다폰을 앞세워 터치폰의 명가 이미지를 구축하며 1억만 대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이광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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