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이뉴스투데이 염보라 기자] “PC가 15년, 스마트폰이 15년 헤게모니(Hegemony·패권)를 잡았다면 이제는 인공지능(AI) 15년 투자가 시작됐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28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마련한 ‘2024 AECE 반도체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PC, 스마트폰, AI의 공통점은 반도체가 ‘두뇌’로 쓰인다는 점이다. 

김 연구위원은 “반도체 시장 성장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특히 AI 반도체 시장은 2027년까지 1370억달러(약 184조원) 규모의 급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반도체 수출에 대해 지난해 2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여 4분기 성장세로 전환, 올해 하반기에는 전년동기 대비 성장률 개선을 점첬다. 

메모리 가격 인상이 호재다. 김 연구위원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연결기준)가 각각 20조원 내외의 순부채를 기록한 상황에서 2023년 (반도체) 사이클이 좋아졌다”면서 “이때 공급자는 가격 중심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다. 5~10%씩이 아니라 15~20%씩도 올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가격 급등기) 상승 속도를 능가하고, 내년까지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시장 기대를 능가하는 호실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개별 호재도 충분하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엔비디아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동맹을 굳건히 형성해 놓은 상태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선 후발주자지만 저전력 D램인 LPDDR 시장에선 앞서 있다. 김 연구위원은 “HBM은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간 파트너십의 공고함 때문에 큰 그림을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HBM보다 가격이 싸고 전력을 덜 소모하기 때문에 모바일뿐 아니라 향후 서버에도 탑재 수요가 있는 LPDDR에서의 기회 창출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위원. [사진=염보라 기자]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위원. [사진=염보라 기자]

‘상장지수펀드(ETF)의 아버지’로 불리는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는 반도체 산업 내 주요 4개 분야(△메모리 △비메모리 △반도체 장비 △파운드리)에 고루 투자하는 전략을 제안했다.

배 대표이사는 “10년 전 글로벌 주식시장 시가총액 10위권에는 기술주가 3개(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8개가 기술주”라면서 “세상의 변화가 이미 주가에 반영된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세상의 변화는 기술주가 이끌고 있기 때문에 기술주 투자를 집중해야 하고, 기술 변화를 실현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산업이 반도체”라면서 “우리는 삼선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메모리 회사만 생각하는데, 이 시장은 5%룰이 적용되는 크리티컬 사업이므로 (보다 안전한 투자를 위해서는) 반도체 산업 전체 아우르는 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례로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는 반도체 산업 내 주요 4개 분야의 대표 기업에 각각 집중 투자한다. 엔비디아, ASML, TSMC, 삼성전자를 각각 약 20% 비율로 담고 이외 시총 상위 6개 반도체 관련 종목을 편입했다. 

<칩워(Chip War)>의 저자 크리스 밀러(Chris Miller) 교수는 이러한 전략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밀러 교수는 기조연설을 통해 “본격적인 AI 시대에 AI 시스템 고도화는 점점 더 고성능 반도체 칩을 필요로 하게 됐다”면서 “반도체 산업은 수년 간의 연구 개발과 막대한 자본 투자를 통해 해자를 구축한 소수 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진입 장벽이 높아질수록 상위 기업으로의 집중 구도가 더욱 공고화된다”며 “반도체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점 기업에 대한 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교수는 “향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새로운 경제안보 이슈”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10나노 이하 시스템 반도체는 대만 TSMC에서 85~90% 비중으로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대만 내 자연재해나 정치적 이슈 등으로 공장이 멈추면 자칫 시장 붕괴에 이를 수 있다.

권 교수는 “미국은 공급망 상당 부분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지역인 동아시아에 분포돼 있다는 점에서 국가 안보의 취약성을 느낄 수 있다”면서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칩스법안 등 반도체 지배력을 키우는 법안을 연이어 발의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여전히 고성능 칩 설계,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독점하고 있지만 최종적으로 설계한 칩을 만들기 위해서는 동아시아로 가야 한다”면서 “하지만 동남아는 지정학적 불안 요소가 항상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국가 전략산업으로서 첨단기술 보호와 다자간 협력이 더욱 중요시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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