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전성시대 건설업은 우리 경제를 받쳐주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지금은 대한민국 수출을 이끄는 반도체와 자동차산업에 밀리는 신세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해외건설 수주가 4년 연속 300억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또한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3%, 한 해 취업자 중 7.5%인 215만명이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다. 내수와 수출을 지탱하는 K건설이 2024년 다시 날아오르길 기대하며 국내 건설사의 속사정을 차례대로 짚어보려 한다. <편집자주>
[사진=DL이앤씨]
[사진=DL이앤씨]

[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DL이앤씨가 지난해 우울한 성적표를 냈다. 높은 주택사업 비중이 수익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다만 최근 주주총회에서 마창민 대표가 연임에 성공하고 임기가 만료된 이사 전원이 새 인물로 채워지며 향후 기업 전반의 혁신과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2023년 매출액은 7조9945억원으로 2021년 분할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작년 최악의 건설업 경기 악화에도 전년 7조4968억원 대비 6.6% 성장을 보였다.

문제는 수익성 하락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312억원으로 전년대비 33.4%나 줄었다. 지난 2021년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떨어지며 영업이익률로 처참한 수준에 머물렀다. 2021년 12.5% 수준으로 높았던 영업이익률은 2022년 6.6%로 급감했고 지난해는 4.1%까지 하락하며 수익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국내 주택 경기가 좋지 못한 영향이 컸다. 주택 비중이 높았던 영향이 수익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주택사업 수익성 악화에 DL이앤씨는 토목, 플랜트 비중을 높이는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섰다.

연임에 성공한 마 대표는 조직개편에 더욱 속도를 높여 보수적인 주택사업 운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가고 핵심사업인 플랜트 사업에서는 공격적인 수주로 성장과 수익성을 모두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 대표의 의중이 강하게 실렸다고 알려진 플랜트사업본부 영업부 개편은 기존 플랜트영업입찰팀 한곳에서 플랜트영업팀, 플랜트입찰견적팀, 러시아영업지원팀, 원자력·소형모듈원전(SMR)사업팀, 이차전지TF(태스크포스팀) 등 5개로 대폭 강화됐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변화는 러시아영업지원팀 신설이다. 마 대표는 빠르게 수주를 확대할 수 있는 해외 시장으로 러시아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러시아는 러‧우 전쟁이 끝나지 않아 여전히 사업 불안정성이 높지만 DL이앤씨는 지난 2014년 첫 진출을 성공한 이후 가스 및 석유화학공장 등의 기본설계(FFED)와 상세설계 작업을 통해 현지에 특화된 기술표준, 특수성을 익히며 경험을 쌓은 바 있다.

특히 DL이앤씨가 2021년 출범 뒤 성공한 첫 해외 수주가 러시아 모스크바 정유공장이고, 작년에는 아랍에미리트(UAE) 현지법인 및 호주 지사와 러시아 스바보드니 지사를 새로 설립하기도 했다.

◇올해 수익성 방점은 ‘플랜트’

또한 DL이앤씨는 올해 연간 목표 매출액 8조9000억원 가운데 플랜트 부문에서 2조2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지난해 1조483억원 대비 109.8% 증가한 규모다. 마 대표의 올해 사업 구상에 플랜트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단적인 모습이다.

이뿐 아니라 DL이앤씨는 올해 신성장 동력 투자도 소홀히 하지 않을 계획이다.

플랜트 사업의 미래 먹거리로 원자력·SMR사업을 선정하고 관련 팀을 사내 구성했다. 앞서 DL이앤씨는 작년 1월 SMR 분야의 선도기업으로 꼽히는 미국 엑스에너지와 협력관계를 맺고 2000만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엑스에너지는 비경수로형 4세대 SMR 분야 선두주자면서 미국 정부에서 자금을 지원받아 2029년 상용화를 목표로 상품을 개발 중인 업체다.

또한 ‘탄소중립’ 시대 주목받는 신기술인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S·CCU)에 대한 투자도 이어 나갈 예정이다.

DL이앤씨는 이미 친환경 신사업 가운데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 분야에서 탁월한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이 주도한 CCS 국책연구과제 1~2단계에 모두 참여해 이산화탄소 포집 플랜트 기본설계를 담당해 왔다.

업계에서는 현재 DL이앤씨가 이산화탄소를 하루 3000톤 포집할 수 있는 설계 능력을 갖췄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기술 개발을 통해 국내 관련 사업을 선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기업으로서 신성장 사업의 기반이 되는 안정적인 수익은 역시 주택사업을 통해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DL이앤씨는 올해 선별적 수주에 집중할 계획이다.

상반기에는 전국 3곳의 사업장에서 분양을 진행하기로 했다. 사업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 성동구 성내동에 조성하는 ‘그란츠 리버파크’와 일산 식사동 풍동지구 지역주택조합과 대구 e편한세상 남산 등이다.

하반기에는 대규모 단지를 중심으로 공급에 나서며 최대한 수익률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8월에 아크로 트라몬트(광주 신가동·2603가구), 방배삼익아파트(아크로 리츠카운티), 영등포 당산 유원제일1차 등을 공급하고, 9월에는 e편한세상 시흥 더블스퀘어(1026가구), 10월엔 영종 A18,19,20BL(1398가구) 등에 분양이 준비돼 있다.

◇주택사업 ‘선별수주’···안정적 수익 기반

건설업계에서는 마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 이유를 이러한 실적 개선과 신성장 사업 투자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마 대표는 연임 확정 자리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건설업계에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철저한 안전관리 및 안전의식 확대를 강조하기도 했다.

마 대표는 중대재해 ‘제로(0)’의 각오를 다지며 “안전은 DL이앤씨가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경영이념이자 원칙이다. 모든 임직원이 안전요원이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안전관리시스템을 더욱 강화하고 투자를 확대해 안전한 근로환경 조성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서도 DL이앤씨의 변화와 혁신 노력에 대한 평가가 우호적으로 나왔다. 교보증권은 지난 18일 DL이앤씨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로 목표주가는 4만3000원을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목표주가 유지와 관련해 “원자재가 상승 등 비용 요인 지속에 따른 지난해 4분기 이익 감소로 목표주가 하향 요인이 발생했다. 하지만 지난해 실적 바닥 확인 후 올해부터 점진적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지난해 실적 부진에도 가이던스(14조4000억원)를 초과 달성한 신규수주(14조9000억원), 특히 토목·플랜트(전년동기 대비 증감율 24.0%) 수주 초과 달성에 힘입어 올해 비주택부문 실적 성장이 가시화 될 것”이라며 “주택부문 원가율의 점진적 하락, 비주택부문의 가시적 성장 및 향후 3년간 주주환원율 확대 등 실적 개선과 주주환원 증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어려운 건설업의 경영 환경이 지속되고 있지만 수익성 높은 양질의 프로젝트를 선별해 수주 활동에 매진할 것”이라며 “타 건설사들과 대비되는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다양한 공사 수행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매출과 이익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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