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 시각)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진행된 중동 최대 IT 전시회 ‘LEAP 2024’에 마련된 한국관. [사진=연합뉴스]
4일(현지 시각)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진행된 중동 최대 IT 전시회 ‘LEAP 2024’에 마련된 한국관.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과거 해외 진출에서 ‘쓴맛’을 봤던 국내 보안 기업들이 중동에서 새롭게 판로의 희망을 찾고 있다. 국가 주도로 IT 산업이 확대되며 늘어난 현지 보안 수요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도 힘을 보태기로 하면서 이번에는 다를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안 기업들은 잇달아 중동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 일환으로 여러 보안 기업들이 이달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리프(LEAP) 2024’에 참가했다. 지난 7일 행사가 끝났지만, 현지 기업과의 추가 네트워킹 일정까지 소화하고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리프 2024는 사우디 통신정보기술부가 주최하는 중동 최대 빅테크 전시회다.

앞서 국내 보안 기업들은 해외 진출에 계속 실패해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의 ‘2022 국내 정보보호산업 실태조사’에서는 시장 매출이 2019년 3조6187억원부터 2021년 4조5497억원에 이르기까지 상승세를 띠었다. 그러나 2021년 수출액은 1500억원으로 전체의 3.3%에 불과했다. 대표기업 안랩조차 미국에서 좌절을 겪었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 배경으로 현지 정부 주도 사업이 꼽힌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하는 ‘비전2030’과 디지털 기술을 근간하는 미래형 신도시 ‘네옴시티’ 등을 고무적 요인으로 보고 있다. 미래형 신도시 구축 시 보안관제부터 인공지능(AI) 기반 CCTV, 출입통제 제품 등 보안 시설에 대한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현지 시장 성장세도 업계가 남다른 기대감을 갖게 되는 이유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동 보안 시장은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성장률(CAGR) 13.8%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모도 인텔리전스 측은 “쇼핑몰, 호텔, 놀이공원 등 이용자가 늘면서 다양한 보안 장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시장 성장 원인을 분석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국내 보안 기업들은 중동 진출을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기업은 ‘지니언스’. 지니언스는 올해 들어 중동 지역에서 자사 보안 솔루션 ‘NAC(네트워크 접근제어 솔루션)’의 누적 고객으로 40곳을 확보했다. 전체 글로벌 고객사 중 38%가 중동 지역이 됐다. 지니언스 NAC의 중동 신규 고객은 2022년 2곳에서 지난해 17곳으로 늘었다.

‘시큐레터’는 국내 보안 업계 최초로 중동에서 투자유치를 받아내며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사우디 투자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현지 사업확장에 나섰다. 이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이메일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시큐레터 이메일 보안 클라우드 서비스(SLES)를 제공한다. 시큐레터는 시스템을 역추적해 정보를 얻어내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에 주력하고 있다. 해당 기술을 자동화한 독자적인 악성코드 탐지 기술 ‘MARS 플랫폼’이 주요 제품이다.

또 양자 보안 전문 기업 ‘노르마’는 지난달 19일 사우디아라비아의 킹파드석유광물대학(KFUPM)과 양자 컴퓨팅 및 양자내성암호(PQC) 기술 교류에 대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지난해 8월 UAE의 보안기업 사이버나이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파수’도 자사의 문서보안 솔루션인 ‘파수 엔터프라이즈 DRM’으로 올해 100만 달러 매출을 올린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정부도 힘을 보태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민관 협력형 시큐리티 원팀 코리아’를 운영해 정보보호 산업의 중동 지역 진출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중동 등 주요 신흥국의 유망진출 분야를 분석·선정하고, 수출입은행 차관, 다자간 개발은행(MDB) 기금, 한국국제협력단(KOICA) 공적개발원조(ODA) 자금 등 관련 재원을 활용한 정보보호산업 관련 과제를 적극 기획키로 했다. 

이처럼 나타나는 보안 기업들의 중동 진출에 대해 조영철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 회장은 “보안 제품들을 연동해서 보안 시스템을 구성하기 때문에, 개별 기업들이 단일 제품을 수출하는 데 제한이 많다”면서 “미국 등 글로벌 기업에서는 하나의 기업에서 다양한 보안 제품을 아우를 수 있지만, 한국의 정보보호산업은 아직 규모가 작기 때문에 상호 연동과 공조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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