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염보라 기자]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 공언에도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을 못 믿겠다”며 석 달간 6조원 물량을 내던졌다.

선언적 내용에 그친 정책 발표가 오랜 세월 쌓인 불신을 해소하기는 커녕, 추가적인 ‘불확실성’ 요인으로 해석된 결과다.

개인의 매도 행렬로 외국인 수급 비중이 높아진 상황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대외 충격 발생 시 증시 변동성 확대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26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개인은 올 들어 3월 22일까지 6조293억원가량 순매도했다.

외인의 폭발적인 ‘바이 코리아(Buy Korea)’로 코스피가 2년 만에 2750선을 뚫는 상황에서도 개인은 추가 상승에 배팅하는 대신 차익실현의 기회로 삼았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정책 자체를 불확실성 요인으로 봤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도 나온다.

당초 정부의 밸류업 계획에 투자자들은 환호했지만, 지난달 26일 베일을 벗은 밸류업 1차 방안이 “알맹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자 정책의 효용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 주주환원 확대 기업에 대한 법인세·배당소득세 경감 등을 추가적으로 내놨지만, 투자심리를 자극하지 못했다. 국회 합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현실화까지 부침이 예상되면서다.

또다른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으로 꼽히는 ‘지배구조 취약성’을 개선하기 위한 상법 개정 계획도 마찬가지다. 국회는 물론 법무부 문턱조차 넘지 못하면서 사실상 멈췄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측은 “상법 개정은 밸류업의 핵심이지만 법무부와 국회에 발목이 잡혀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면서 “대통령실과 법무부에 내용증명을 발송했지만 심층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다”고 전했다.

개인의 밸류업 정책 불신은 종목별 수급 현황에서도 가늠할 수 있다.

순매도 상위 10위권을 보면 △현대차(-2조5062억원) △삼성전자(-1조1558억원) △삼성전자우(-9403억원) △삼성물산(-8310억원) △한국전력(-5224억원) △기아(-4531억원) △KB금융(-4417억원) △하나금융지주(-4197억원) △신한지주(-4015억원) 등 9개가 밸류업 흐름을 타고 주가 강세를 보인 종목이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눈에 보이는 체감적인 조치가 아니라 일종의 선언적인 내용에 불과하다 보니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더 긴가민가한 상황이 됐다”면서 “이에 밸류업 프로그램 자체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이벤트를 이익 실현 기회로 사용했다”고 분석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6일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1차 세미나’를 열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염보라 기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6일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1차 세미나’를 열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염보라 기자]

문제는 개인이 팔고 외인이 사들이면서 국내 증시의 외인 의존도가 높아진 점이다.

올 들어 외인의 코스피 순매수 규모는 14조원 이상으로, 지난해 연간 규모(11조4000억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개인 매도물량을 받아낸 결과 외인의 시가총액 대비 비중은 34%대로 치솟았다. 

외인 의존도가 높아질 수록 증시 변동성은 확대될 우려가 있다. 미국 금리인상 경로의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 이벤트로 외인의 대량 자금 유출이 발생할 경우 증시가 크게 출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용택 선임연구위원은 “(밸류업) 기대감 때문에 주가가 부풀려져 있다가 증시를 지탱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외 충격으로 빠져나가면 증시 변동성이 더 확대될 수 있다”면서 “개인 입장에서는 이런 문제를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한 투자자문회사 관계자는 “외인 의존도를 낮추면서 밸류업 정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기관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면서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을 비롯해 여러가지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개인투자자 유입을 위한 방안으로 불법 시세 조정 근절 노력도 요구된다.

주주환원 확대·지배구조 개선에 초점 맞춘 밸류업 정책만으로는 개인 투심 자극에 한계가 있다는 시각에서다.

앞서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한 일본의 ‘니케이지수 장중 최고치’ 기록을 만든 주체 역시 개인이 아닌, 자사주를 매입한 기업과 외인이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국내 증시 불신 이유는) 불법 시세 조정이나 공매도 세력이 차익을 노리는 과정에서 개인들이 희생양이 돼왔기 때문”이라면서 “정부와 금융당국, 기업이 머리를 맞대어 지속적으로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