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일산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고양시 일산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개통을 앞두고 경기도 화성 동탄과 고양 일산 일대 집값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두 지역은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아파트 매매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일산신도시 아파트 매매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 GTX-A 수혜 예상 지역이라도 신중한 투자 내지 실수요자 위주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상황이다.

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는 30일 GTX-A 수서~동탄 구간이 처음 개통된다. 경기도 내 GTX 정차역 일대 중에도 동탄은 기대감에 소형평수도 10억원이 넘는 거래가 속출하는 반면, 일산은 동탄의 반값에 아파트가 거래되며 확연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살펴보면 올해 들어 지난주까지 동탄신도시 내에선 전용 84㎡이하 아파트 15건이 10억원 이상에 거래됐다.

소형 평수도 다르지 않다. 동탄에서 대장주 아파트라 불리는 동탄역 롯데캐슬의 경우는 전용 65㎡가 12억원에 매매됐다. 또 같은 아파트 전용 102㎡는 22억원에 매매가 신고됐다.

화성시 오산동에 위치한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GTX-A 개통이 다가오니 연초부터 매수 문의가 크게 늘어 하루종일 전화기를 붙들고 있는 날도 있다”며 “매물로 나온 아파트에서 서울 강남까지 얼마나 걸리느냐는 질문이 꽤 많다”고 전했다.

반면 일산에서는 전용 84㎡ 아파트의 10억원 이상 거래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백석동 ‘요진 와이시티’ 전용 84㎡은 지난 1월 10억6000만원에 거래됐으나 한달 만에 8억6500만원까지 매매 가격이 떨어졌다.

또 신축 아파트로 작년 1월 입주를 시작한 ‘대곡역 두산위브’ 전용 84㎡는 매매 호가가 9억원에 그쳤다. 준공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아파트 호가가 10억원을 미달하며 실제 거래 가격은 더 낮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산 재건축 시장···GTX 개통에도 무반응

정부가 올해 초 ‘1기 신도시 재건축’ 추진 정책을 내놓으며 용적률 완화 등 지원책을 내놨지만 일산 일대 시장은 전혀 반응하지 않는 분위기다. 여기에 GTX-A 개통마저 영향력이 신통치 않으며 이 일대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분당·판교는커녕 경기도 가장 남쪽에 위치한 동탄에도 가격이 밀리는 모습에 집주인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일산 재건축 추진 단지 중 하나인 강촌마을3단지에서는 매매 실거래가가 4개월 만에 8000만원 떨어진 사례도 나왔다. 이 아파트 전용 134㎡는 지난달 7억5500만원에 매매됐는데 이는 직전 거래였던 지난해 9월 거래가인 8억3000만원 보다 7500만원 낮은 가격이다.심지어 이 아파트는 지난 2022년 5월에는 최고 9억7500만원에 팔렸던 곳이다.

강촌마을2단지도 전용 134㎡가 지난해 7월에는 8억5000만원에 팔렸지만 12월에는 7억4000만원에 매매됐다. 동탄의 20여평대 보다 일산의 40여평대가 오히려 매매가가 낮게 형성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GTX-A 북부 구간인 파주 운정~서울역 구간 개통 예정일이 여전히 확정되지 않은 점이 일산 아파트 매매가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GTX-A 북부 구간을 2024년 말까지 개통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일산 시민들조차 GTX-A 개통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GTX-A가 개통하더라도 수년간 서울역까지만 운행하는 반쪽 열차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지난해 GTX-A 전 구간 개통은 2028년을 목표로 추진 중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정차역 중 하나인 삼성역에 조성되는 복합환승센터 공사가 지연돼 2028년까지는 정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역은 A노선 전 구간 승하차 수요 중 14%를 차지하는 핵심 정차역이자 일산을 비롯한 경기 서북부 주민들이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데 교두보 역할을 하는 지역이다. 개통이 지연될수록 일산지역 부동산에 끼치는 영향력 감소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30일 개통 전 마지막 단장 중인 GTX-A. [사진=연합뉴스]
오는 30일 개통 전 마지막 단장 중인 GTX-A. [사진=연합뉴스]

◇2028년에야 GTX-A 완전 개통

사실 이렇게 완전 개통이 늦어진 이유는 국토부와 서울시 때문이다. 지난 2016년 사업 추진이 시작되는 시점에 두 기관 사이에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영동대로 아래에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개발을 추진하면서 서울시는 삼성역 정거장 건설을 2021년 개통에 차질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국토부와 약속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개통 일정 관리에 소홀했고 결국 사업 기간을 맞추지 못하면서 착공이 원래 계획보다 22개월이나 늦어지게 됐다.

결국 열차를 세울 정거장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 현실화하자 전체 GTX-A 개통 날짜도 2028년까지 늦춰진 것이다.

국토부는 관계자는 “수도권 교통편의를 위해 추진하는 핵심 국정과제인 GTX-A가 국민께 약속드린 시기에 적기 개통되도록 적극 노력 중임을 다시 한번 알려드린다”며 “이번에 개통되는 GTX-A 수서~동탄 구간뿐만 아니라 파주 운정~서울역 구간 등 나머지 구간 공사도 만반의 준비를 다해 적기에 개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GTX-A 개통을 앞두고 동탄 일대 아파트 가격이 크게 뛰는 중”이라며 “반면 일산은 GTX-A 개통이 올해 말 이뤄지더라도 열차가 서울역까지 밖에 운행되지 않아 GTX 개통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듯하다”고 전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GTX 노선이 올해 예정대로 일부 구간이 개통되면 전세가격은 통근자 증가에 따라 올라갈 수 있지만 매매가격은 개통 당시의 금리나 시장흐름에 따라 변동적”이라며 “악재에 민감하고 호재에 둔감한 시장 상황이 이어지는 만큼 이미 오래 지난 GTX 호재가 집값을 끌어올리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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