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그래픽=김영민 기자]
[사진=연합뉴스, 그래픽=김영민 기자]

[이뉴스투데이 김영민 기자]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가 금융당국의 분쟁조정안을 기준으로 귀결되는 모습이다. 잇따른 자율배상 압박에 우리은행이 첫신호탄을 쏘면서 은행권의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은 이번 주(25일~29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ELS 손실 관련 자율배상 방침을 결정한다.

하나은행은 27일, NH농협은행은 28일에 각각 임시이사회를 열고 자율배상 문제를 논의한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은행권의 자율배상 논의는 당국이 자율배상 마지노선을 이달로 제시하면서다. 시기나 내용에 따라 과징금 규모도 달라진다. 우리은행의 선제 대응에 ELS 투자자의 불만도 무시할 수 없다.

분쟁조정안이 이달 발표되면서 사례 검토에서 배상까지 수개월이 예상됐으나, 당국의 압박에 백기를 든 셈이다.

이달 예정된 이사회에서 승인이 마무리되면 각 은행은 다음 달부터 개별 투자자를 대상으로 배상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그동안 은행권은 배임을 우려하며 당국의 자율배상 요구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자율배상이 과실을 인정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고 주주환원에 영향을 미칠 경우, 경영자를 대상으로 한 소송도 감수해야 한다.

다만 판매규모가 가장 적은 우리은행이 선제대응에 나서면서 다른 은행도 시간에 쫓기게 됐다. 은행간 협의 없이 결정한 자율배상도 불만이다.

우리은행의 판매규모는 414억원으로 배상금은 1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되고 있다. 프라이빗뱅킹(PB)에서만 판매돼 투자자 수도 제한적이다.

반면 △KB국민 8조1972억원 △신한 2조3701억원 △NH농협 2조1310억원 △하나 2조1183억원 등 판매 규모에서 적게는 5~20배까지 차이가 나는 다른 은행은 사례 검토부터 배상까지 수개월이 예상돼 왔다.

배상 비용도 판매자 과실 40%를 적용할 경우, KB국민 1조원, 하나 및 신한은행은 2000억~3000억원 수준이다.

일각에선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당국과의 관계를 지적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임종룡 회장 취임 후, 우리은행은 상생금융부터 ELS까지 당국의 방침에 우선적으로 대응을 하는 모습”이라며 “금융위원장 출신에 당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다른 은행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판매 규모가 크지 않다보니 배상액 산정이나 사례 검토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반면 다른 은행은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사회에서 자율배상이 결정되더라도 실제 배상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홍콩 H지수 연계 ELS 대규모 손실 관련 분쟁조정기준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홍콩 H지수 연계 ELS 대규모 손실 관련 분쟁조정기준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권에선 금감원의 자율배상 권고를 총선을 앞두고 ELS 논란을 조기 불식하려는 조치로 지적한다.

은행권이 불완전판매 책임을 부인하지 않음에도 당국의 자율배상 압박이 계속된 까닭이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은행권을 향한 화살이 정부와 여당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분쟁조장안 발표에 앞서 “불법과 합법을 떠나 금융권 자체적인 자율배상이 필요하다”면서 “최소 50%라도 먼저 배상을 진행하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필요하지 않을까”라며 자율배상을 압박해 왔다.

최근에는 자율배상과 판매사 제재, 제도개선까지 이르는 일정에서 은행의 사정을 봐주지 않겠다고 못 박은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도 아니고 판매 사례를 검토해, 배상을 하겠다는데도 당국의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다음달 9일 우리은행이 자율배상 시작한다는데 총선을 의식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이 배상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투자자와의 마찰도 예상된다.

당국이 내놓은 기준안에 투자자 자기책임원칙이 강하게 반영돼, 실제 배상을 받을 수 있는 대상과 금액이 줄어들면서다.

사태가 불거진 후, 투자자들은 ELS 판매 과정에서 은행의 위법이 확인되면 즉시 배상을 기대했으나 당국이 제시한 조정안대로라면 대다수가 최대 60%까지만 배상을 받을 수 있다.

법조계에는 투자자가 소송에 나설 경우, 줄패소 가능성을 높게 봤다.

설명의무, 적합성 원칙 등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 여부가 전제되면서 개인이 입증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까닭이다.

금감원이 가입자의 연령이나 ELS 가입경험 등을 고려해 배상비율을 최대 100% 제시했지만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20~60%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분쟁조정안 발표에도 100% 배상을 요구하는 투자자의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주부, 고령이라고 전부 투자상품에 무지하다고 할 수는 없는데 일부 투자자가 논란을 이용해 손실을 만회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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