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금호석유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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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2021년 이후 벌써 3번째 벌어지고 있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조카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의 경영권 분쟁이 올해 행동주의 펀드가 합류해 주주총회의 긴장감을 키웠으나, 이들의 무리한 요구가 발목을 잡으며 다시 박 회장의 완승으로 끝났다.

금호석유화학은 22일 사울 중구 시그니처타워스에서 제47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자사주 소각의 건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1명 선임의 건 △사외이사 2명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에 대해 표대결이 진행됐다. 

특히 정관 일부 변경의 건과 자사주 소각의 건,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1명 선임의 건에 대해 박 회장 측과 박 전 상무 측의 표 대결이 진행된 가운데 사측 안건이 모두 통과되며 압도적인 지지를 이끌어 냈다는 평가다.

이번 주총에 대해 금호석유화학 측은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의 경우 과거 2022년 박철완의 주주제안 당시 최대 득표 안건 찬성률과 비교했을 때 3%p 이상 하락했다”면서 “명분과 실리, 진정성 없는 주주제안에 대해 일반 주주들이 공감하지 못하면서 피로감이 점차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금호석유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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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동주의 주주환원 제안···피로감에 주주들 등돌려

앞서 박 전 상무 측은 이사회 결의 없이 주주총회 결의만으로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도록 정관 내용을 변경하자고 주주제안을 냈다. 또 정관 변경 후 2년에 걸쳐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고 김경호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제안했다.  

박 전 상무과 손을 잡은 행동주의 펀드 운용사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 측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대규모 자사를 보유하는 것은 주가 하락을 이끄는 배경”이라며 “현재 이사회 구성으로는 미소각 자사주 악용을 방지하기 어렸다”고 주주 제안을 이유를 설명했다.

이처럼 박 전 상무가 행동주의 펀드을 앞세워 주주환원가치 제고를 내세웠지만 실제 주총 표대결에서는 주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꼴이 됐다.

이에 대해 의결관 자문사들은 일찌감치 사측 안건에 찬성 권고를 내린 바 있다. 박 전 상무의 주주제안에 대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 글래스루이스가 반대의견을 내놨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ESG연구소와 서스틴베스트도 사측의 안건에 찬성을 권고한 바 있다. 

ISS는 “주주제안자는 회사의 자사주가 지배구조 우려와 실적 부진을 낳는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미흡했다”고 전했다.

한 의결권 자문사는 자사주 전량 소각에 대해 사측이 제안한 50% 소각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을 내놔 행동주의 펀드가 무리한 이사회 결정에 간섭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더욱이 금호석유화학의 지분 9.08%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은 지난 21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를 통해 주주제안에 대해 모두 반대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실상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같은 기관들의 권고안에 호응하듯 이번 주총 결과는 박 회장 측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일단락됐다.

하지만 박 회장과 박 전 상무의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여전하다. 먼저 박 회장 측이 안정적인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서다. 현재 박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은 15.9%에 불과하다. 반면 박 전 상무는 지부 9.1%를 보유하나 개인 최대주주이고 그의 가족들을 포함하면 지분 10.88%까지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가장 화두가 된 자사주 문제가 얽혀있다. 박 전 상무 측은 박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사진=금호석유화학]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사진=금호석유화학]

◇ 안정적 지분 확보 과제···경영권 분쟁은 지속될 수도

앞서 박 전 상무는 지난해 금호석유화학과 OCI그룹이 자사주(315억원 규모) 상호 교환을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고 판단해 다시 OCI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했다. 다만 이를 법원은 기각했다.

이번 주총에서 박 전 상무 측은 자사주를 전량 소각해야 한다는 주주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박 전 상무가 개인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린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매년 주총에 맞춰 주주제안을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욱이 정부 차원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한 만큼 행동주주의 펀드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주주환원가치 제고를 요구할 것으로 보여 자사주 소각 및 활용 방안 등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 측이 안정적인 지분 확보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박 전 상무 측의 경영권 분쟁을 지속될 수 밖에 없다”면서 “박 회장 측도 향후 승계 등을 고려했을 때 보유 지분율 확대에 대한 대책 마련은 필요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양측의 갈등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 전 상무는 2020년 박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사장으로 후계구도가 구축되자 이에 반발해 분쟁을 일으켰다.

이후 박 전 상무는 해임되며 경영에서 제외된 상태다. 박 전 상무 측은 2021년, 2022년 주주제안을 통해 경영 복귀를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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