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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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중국 CATL이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반면 국내 배터리 3사의 입지가 흔들리자 최근 공격적인 경영을 내세운 삼성SDI 행보에 배터리 업계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22일 이차전지 업계에 따르면 CATL은 지난해 매출 4009억위안(약 74조원), 순이익 441억위안(약 8조1500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대비 22%, 42% 증가하며 시장 추정치를 뛰어넘었다.

특히 중국 이외 시장에서 전체 매출의 32.7%를 기록하며 본격적인 세계시장 진출에 나선 모양새다. 이로 인해 K배터리 3인방인 LG에너지솔루션(33조7400억원), 삼성SDI(22조7000억원), SK온(12조9000억원)의 매출을 합쳐도 CATL에 미치지 못했다.

문제는 순이익이다. 그간 CATL의 매출은 자국 시장 수요와 중국 정부의 보이지 않는 배려 때문이라는 주장이 업계에서 제기됐지만 지난해 CATL 순이익은 적자를 낸 SK온을 제외하고도 LG에너지솔루션(1조6380억원), 삼성SDI(2조660억원) 합보다 두 배가 넘었다.

순이익이 커지면 지금과 같은 전기자동차 케즘(대중화 직전 수요가 침체하는 현상) 시대에 기술 개발을 선도할 연구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할 여력이 높아진다. 결국 삼성 반도체처럼 1등 업체가 독주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다.

◇CATL 작년 순이익···K배터리 3사 합 넘어

더욱이 CATL의 실적이 수치로 증명되자 그간 중국 배터리 기업을 낮춰 보는 경향이 짙었던 월가에서도 다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모간스탠리는 최근 CATL의 투자 의견과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모간스탠리는 중국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CATL 목표주가를 210위안으로 기존보다 약 14% 높였다. 투자의견도 ‘비중 확대’로 표시했다.

모간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CATL이 장기적이고 확실한 수익원인 캐시카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배터리 가격 경쟁이 완화돼 CATL의 수익성이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를 상회할 여지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같이 CATL이 높은 성장성과 업계 주도권을 가져갈수록 시장에서는 국내 배터리 3사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삼성SDI가 다른 행보를 보이며 업계의 주목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수익성 위주의 질적 성장을 강조해 온 삼성SDI는 올해부터 양적 성장에 좀더 힘을 모으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지난해 삼성SDI의 설비투자(CAPEX) 규모는 4조3447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넘게 증가했지만 여전히 다른 두 배터리 업체에 미치지 못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0조9000억원을 투자했으며 올해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고 SK온도 올해 설비투자로 지난해와 유사한 7조5000억원을 집행할 예정이다.

이처럼 3사 중 상대적으로 보수적 투자를 고수했던 삼성SDI가 올해는 5~6조원대의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해까지 삼성SDI가 영업활동으로 매년 2조원대의 현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했고 2조원 안팎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 한 자신감으로 과감한 투자에 나선 것이다.

특히 유럽에서 지난해 연매출 10조원을 돌파하며 IRA법안을 통한 수익 창출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 전역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점은 고무적이다.

올해부터 유럽에서 ‘6세대 각형 배터리’(P6) 생산도 시작하기로 해 유럽 내 매출 신기록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SDI, 기술·수익성 우선 경영은 여전

이뿐 아니라 삼성이 그간 강조했던 기술격차를 통한 수익 창출 기조도 여전하다. 최근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직접 나서 국내 배터리 3사 중 가장 빠르게 2027년에 전고체 배터리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최 사장은 지난 20일 열린 제54기 정기주주총회를 마친 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전고체 배터리 개발 진행 상황에 대한 질문에 “지난해 수원에 파일럿 라인을 준공했고 다수 글로벌 완성차업체(OEM)에 샘플을 공급했다”며 “올해는 핵심소재 공급망을 구축 등 2027년 양산을 차질없이 준비하고 향후 전고체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은 물론 최초로 양산하는 모습을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사장은 46파이(지름46㎜) 원통형 배터리 양산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3월 GM과 MOU 체결부터 각형과 원통형을 모두 양산하는 것으로 준비했다”며 “그런 구도는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배터리 업계에서는 현재 국내 1위 업체 LG에너지솔루션을 뛰어넘는 기술력으로 차근차근 기존의 단점으로 지적돼 온 상대적으로 적은 케파(생산능력)를 확대한 삼성SDI가 국내 배터리 업계를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새삼 삼성의 힘이 무섭다는 말을 하는 업계 사람들이 많다”며 “삼성이 계획대로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성공하면 국내 배터리산업 판도도 어찌될지 가늠이 안된다”고 평가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우리는 항상 계획된 페이스대로 차분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 투자확대를 회사의 기조 변화로 보는 분들이 많지만 그보다 시장 상황을 고려한 대처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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