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안경선 기자, 그래픽=고선호 기자]
[사진=안경선 기자, 그래픽=고선호 기자]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애플 아이폰 판매량 부진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면서 LG이노텍의 매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LG이노텍이 아이폰의 카메라 핵심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만큼 애플 실적의 향방에 따라 등락이 불가피하기에 납품처에 대한 의존도 경감과 새로운 먹거리 부문의 개발 등 양방향의 개선이 시급하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이노텍의 1분기와 2분기 영업이익 평균 추정치는 각각 1150억원, 165억원으로 예상됐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0.87%, 9.87% 줄어든 전망치다.

이는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애플의 아이폰 판매 부진이 지속된 데 따른 여파로 풀이된다. 올해 1월 아이폰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25.5% 감소했으며,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도 4위까지 밀려났다.

지난해 애플은 영업이익 1143억달러(한화 약 150조원)를 기록해 전년(1194억달러) 수준을 밑돌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올해 매출액도 3929억달러(약 518조원) 수준으로, 전년도 3943억달러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산된다.

주가 역시 곤두박질치는 중이다. 올해 들어서만 12% 이상 하락했다. 그동안 유지해오던 글로벌 시가총액 1위 자리도 MS에 내준 상황이다. 여기에 AI 반도체 부문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앞세워 무서운 속도로 성장 중인 엔비디아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최근 성장 중인 인공지능(AI) 부문에 대한 미온적인 대처도 하락세에 영향을 미쳤다. 현재 애플은 경쟁력 있는 AI 모델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올 하반기 출시될 아이폰16에 생성형 AI 모델을 탑재하지 못하면 시장 점유율이 더 줄어들 수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제미나이’를 탑재한 신제품 갤럭시 S24 스마트폰 출시를 비롯해  ‘온디바이스 AI’를 탑재한 세계 최초의 AI폰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AI 스마트폰 시장 장악에 시동을 걸었다.

LG이노텍 카메라모듈 이미지. [사진=LG이노텍]
LG이노텍 카메라모듈 이미지. [사진=LG이노텍]

급격한 애플의 시장가치 하락은 LG이노텍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이노텍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20조원 넘어섰지만, 총 매출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모듈을 담당하는 광학솔루션 사업부문의 매출이 1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돼 애플향(向) 매출 비중은 오히려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에 대한 의존성 매출 비중이 80%를 웃돈 셈이다.

애플에 대한 LG이노텍의 거래매출액 비중은 2018년 58%에서 2022년 77.2%까지 확대된 이후 지난해 80%대를 넘어서며 매년 확대되고 있다.

과도한 의존성으로 인한 주가 하락도 심각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이노텍 주가는 지난 6일 기준 18만6500원까지 떨어져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지난 2021년 10월 이후 최저가다. 현재 소폭 회복해 19만원대에 진입하긴 했지만, 2022년 기록한 최고점인 41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아이폰의 판매 부진이 지속된다는 것은 LG이노텍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애플과 같은 주요 기업과의 공급 관계는 매우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지만, 해당 기업의 위기가 도래했을 경우 지나친 의존도는 위기마저 공유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LG이노텍은 위기가 현실화하자 상대적으로 비용 투입이 큰 설비투자부터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올해 광학솔루션 사업에 지난해 1조7896억원에서 80%가 넘게 줄어든 3830억원의 신규 시설 설비에 투자를 집행한다. 2년 전인 2022년보다도 1조4000억원가량 감소했다.

최대 고객사인 애플의 위기와 함께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 리스크 등 각종 악재가 잇따르면서 비용 부담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LG그룹은 지난해 11월 LG이노텍 신임 대표에 문혁수 LG이노텍 부사장을 선임하며 변혁을 꾀하는 중이다. 문 신임 대표는 취임 후 신사업 발굴 등 사업 재편에 속도를 높이는 한편, 자동차 전장 부품 사업 부문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애플에 대한 의존도 개선을 위해서는 차량용 카메라 모듈 사업의 연구개발(R&D)과 스마트폰 및 차량용 카메라 모듈 생산라인을 경기도 파주로 일원화한다. 그동안 분리돼 있던 R&D 부문과 생산공정 간의 연결성 강화를 통해 시너지를 키우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LG이노텍은 일원화 작업을 위해 광학솔루션사업부 내 차량용 카메라 모듈 R&D를 맡고 있는 인력 100여 명의 근무지를 서울 마곡에서 경기도 파주 사업장으로 옮긴 바 있다.

문 대표는 지난 21일 서울 마곡 본사에서 열린 제48회 정기주주총회 이후 전장 부문에 대한 계획과 관련해 “5년 내 매출을 5조원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LG이노텍만의 독보적인 카메라 모듈 기술력을 기반으로 차량 카메라 모듈과라이더(LiDAR), 레이더(Radar) 등 자율주행용 센싱 솔루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며 “미래 모빌리티 부품 시장 공략 등 새로운 사업부문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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