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고양이와 스프, 고양이 스낵바, 버섯커키우기. [사진=각 기업, 편집=이승준 기자]
왼쪽부터 고양이와 스프, 고양이 스낵바, 버섯커키우기. [사진=각 기업, 편집=이승준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국내 게임사들이 잇달아 MMORPG 신작 출시를 예고했으나 유저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천편일률적인 게임 진행 방식에 ‘그래봐야 리니지 아류’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방치형 게임’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게임사들은 잇달아 MMORPG 신작 출시를 앞두고 있다. 먼저 카카오게임즈는 2월 롬(R.O.M)을 선보였다. 넥슨은 마비노기 IP를 계승한 ‘마비노기 모바일’을 개발하고 있다. 넷마블도 오픈월드형 장르 ‘왕좌의 게임’의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갔다. 이외에도 위메이드·엔씨소프트 등이 MMORPG 신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대형 게임사들이 MMORPG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확실한 캐시카우’라는 믿음이 있다. 과금이 주를 이루는 게임 구조 특성상 MMORPG는 흥행만 한다면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MMORPG지만 게임사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MMORPG 장르에 대한 믿음이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저들이 보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결국 ‘그래봐야 리지니 아류’일 뿐이라는 관점이다. 업계는 △차별성 없는 UI △‘현질’을 많이 한 사람이 이기는 P2W(Pay to Win) 과금 구조 △확률형 아이템 △AI(인공지능) 자동전투 등 리니지를 위시로 한 MMORPG의 기존 주요 시스템이 반복된다는 점에서 유저들이 염증을 느끼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의 분석 결과 지난달 28일 기준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원스토어의 매출 순위 상위 5개 중 MMORPG는 절반에 그쳤다. 플레이스토어에서는 리니지 시리즈가 순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앱스토어·원스토어에서 MMORPG는 하나에 불과했다. 지난해 동월 각 마켓에서 MMORPG가 상위권을 휩쓴 것과 차이가 크다.

이 같은 추세는 지표에서도 나타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3 게임백서’를 보면 지난해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19조79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22조2149억원 규모였던 2022년보다 10.9% 줄어든 것으로, 10년 만에 역성장한 셈이 됐다. 반면 글로벌 게임 시장은 2171억4100만 달러로 2022년의 2082억4900만 달러 대비 4.3%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사용자들의 갈증을 타기팅한 ‘방치형 게임’에 대한 주목도가 올라가고 있다. 방치형 게임이란 특별한 조작 없이도 자동으로 재화가 증가하는 게임을 의미한다. 플레이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주된 특징이다. 조작 시에는 사전에 전략을 구성하거나 진행 중 가끔 눌러주는 식으로 유저의 개입이 최소화돼 바쁜 현대인들에게 알맞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방치형 게임으로서 가장 먼저 이목을 끈 게임은 중국 게임사 ‘조이나스 게임스’가 지난 1월에 출시한 ‘버섯커키우기’다. 그래픽이 화려하진 않지만 특유의 아기자기한 디자인과 중독성 있는 콘텐츠로 인기를 끌어 모으고 있다. 특히 그동안 국내 게임 시장에서 ‘절대강자’로 불리던 ‘리니지’도 이 게임에 밀리자 업계 내에서 주목도가 더욱 올랐다.

이러자 국내 게임사들의 방치형 게임도 함께 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네오위즈’의 ‘고양이와 스프’가 있다. 자회사 하이디어가 개발해 2021년 10월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 이 게임은 론칭 6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2000만건을 달성했다. 올해 들어서는 2월 기준으로 5500만건을 넘어섰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국내 게임 최초로 ‘넷플릭스 게임’에 입점했다.

‘넵튠’의 방치형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고양이 스낵바’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1월 글로벌 출시된 이 게임은 1년 만에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수 3000만회를 돌파했다. 고양이 스낵바의 선전으로 트리플라는 지난해 260억원이 넘는 매출을 거뒀다. 트리플라는 고양이 스낵바 IP(지식재산)를 활용한 다양한 신작도 올해 출시할 계획이다.

이 같은 양상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MMORPG가 오랜 기간 국내 게임 업계의 주류를 차지했으나 최근 엔씨소프트의 쓰론앤리버티를 두고 ‘개고기 탕후루 같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등 피로감을 느낀 유저들의 민심을 많이 잃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버섯커키우기를 시작으로 기존 MMORPG와 다른 스타일에 과금 유도도 적은 방치형 게임이 떠오르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