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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그래픽=이세정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금융권 클라우드·망분리 규제 완화 정책과 인공지능(AI) 활성화 지원 기조에 보험사 디지털 전환에 탄력이 붙으면서 인력 구조조정이 우려되고 있다. 

당장 설계사 조직을 축소할 수는 없지만, 플랫폼에 대한 보험 가입자의 접근성이 확대될수록 수수료 부담이 큰 조직을 운용할 이유가 줄어들게 된다. 복잡한 단계를 간소화할 수 있어 비용도 줄일 수 있다. 

그동안 설계사 조직은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보험 수요 창출에 필수적인 수단으로 여겨졌다. 

다만 디지털에 친숙한 세대가 주 가입층으로 진입하면서, 설계사 조직을 운용할 이유가 줄어들고 있다. 

보험 계약 과정이 하나씩 디지털화 되는 상황에다 설계사 인건비가 보험사 사업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대면 영업을 하더라도 설계사 사이에서 높은 시책을 받기 위해 경쟁하다 불완전판매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부분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설계사 업무도 디지털이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설계사 업무를 디지털화한 시스템이 조금씩 자리 잡으며 비대면 영업 활성화 가능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마이데이터 기반 핀테크 기업 해빗팩토리는 자사 시그널플래너 앱을 통해 보험 상품을 판매한다. 시그널플래너는 보험 판매 프로세스에 AI를 접목해 일부 자동화했다. 설계사는 이를 활용해 보험 비교·추천에 관련한 상담은 디지털 채널로 진행하고, 최종 계약은 대면으로 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해빗팩토리의 설계사 인력은 약 65명으로, 지난해 매출 수수료는 전년 대비 469% 증가한 100억원을 기록했다. 해빗팩토리의 설계사 1인당 생산성은 기존 보험 시장의 6배 이상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밀한 분석으로 고객에게 필요한 보험을 자동으로 추천하고 설계 과정에서의 시간을 단축시킨 결과다. 

해빗팩토리 관계자는 “상담내역도 모두 기록하고, 고객도 모든 내용을 다 보관하고 있어 진행하는 모든 내용이 고객분쟁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완벽하게 판매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손해보험사 캐롯손해보험에는 대면 영업을 진행하는 설계사가 한 명도 없다. 자사 앱·홈페이지에서 다이렉트로 보험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영업 방식에 대한 우려에도 꾸준한 매출 성장을 보이며 출범 첫 해 2020년 390억원에서 2022년 매출액 4425억원을 달성했다.

캐롯손해보험 관계자는 “주력 상품인 자동차보험의 상품 구조가 비교적 단순한 특징도 있지만, 불완전판매 건수는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다만 설계사 비중 축소를 비롯한 비대면 가입 시스템 정착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종신보험과 같이 보험 계약 기간이 길고, 약관이 복잡한 상품에 대해서는 대면 가입 선호도가 여전히 높고, 고령층과 같은 금융소외층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길게 보면 설계사의 업무도 디지털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며 “보험 계약 과정에서의 대면과 비대면의 비중을 적절히 조율하는 것이 앞으로 보험사의 고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화생명은 지난달 사전 언더라이팅(보험 가입 사전 심사) 시스템을 적용했다. 보험 가입 단계에서 심사 결과를 제공해 기존 방식으로 청약서 서명 후 일주일까지 소요되던 심사기간을 대폭 줄이고, 청약 전에 보험 가입 가능 여부를 알 수 있다. 사전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자동심사로 처리된 비율은 전체 대상 건수의 80%이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보험업계 최초로 생성형 AI 챗GPT를 활용한 ‘교보GPT 서비스’를 도입했다. 교보생명의 클라우드(Cloud) 환경에서 구동되는 프라이빗 서비스로,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줄였다. 교보생명은 이후 개선점을 도출해 보험약관GPT, 은퇴설계GPT 등 고객이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확대해 나갈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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