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에서 '미래산업과 문화로 힘차게 도약하는 전남'을 주제로 열린 스무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에서 '미래산업과 문화로 힘차게 도약하는 전남'을 주제로 열린 스무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염보라 기자] 정부의 국가 예산을 넘는 지원책 발표에 각계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제22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감세·투자·사업 계획을 연이어 내놨지만 구체적인 재정 확보 고민은 빠져서다.

“총 925조원 규모의 퍼주기 약속”이라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통령실은 “중앙정부 예산은 10% 미만”이라고 일축했지만, 이마저도 세수 불안은 고려되지 않았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실적 악화와 부동산경기 침체 등 여파로 국세 수입이 정부 예측보다 56조원 이상 덜 걷히는 역대급 ‘세수펑크’가 발생했다. 

올해 들어 증가 전환하며(1월 3조원↑) 비교적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지난해 세수 결손에 따른 기저효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올해 연간 세수 전망은 녹록지 않다. 반도체 경기 회복에 힘입어 수출 지표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건설경기와 민간소비는 여전히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다.

정부 기조가 ‘법인세 인하’에 초점 맞춰진 점도 우려를 키운다. 지난해에도 세수펑크를 이끈 주 원인은 법인세로, 지난해 감소분에서 44% 비중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정부는 각 부처 업무보고를 민생토론회로 대체하며 각종 감세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를 겨냥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완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확대 등 감세 정책이 이목을 끌었다.

이밖에 시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 연장, 기업의 출산지원금 비과세 등 각종 ‘세퓰리즘(조세정책 기반 포퓰리즘)’ 정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각종 감세 정책에 따른 국세 감소분을 6조원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교량·공항·철도 등 대규모 토목 사업을 비롯해 각종 신규 사업·투자 추진 계획도 밝혔다.

야당이 추산한 총 소요 예산은 925조원으로, 대통령실은 “민간기업이 사업성을 판단해 자발적으로 투자할 규모가 대부분이고, 중앙정부 예산은 10% 미만”이라고 해명했지만,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엔 부족했다.

추가적인 세수 확보 방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중앙정부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공약은 재정 건전성을 더욱 해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정부는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확정한 ‘2024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을 통해 올해 관리재정수지의 91조6000억원 적자를 전망했다.

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612조2000억원)에서 총지출(656조6000억원)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차감한 값으로,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준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국회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는 처음부터 재정건전을 강조해 왔으나, 최근 행보를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면서 “공약 남발에 곳간지기(기획재정부)의 고민도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민생토론회 공약을 ‘총선용 포퓰리즘’으로 규정한 야당도 재정 고민에 인색하긴 마찬가지다. 가상자산 매매수익 공제, 소득세 기본공제 상향, 소득세 물가연동제 등 줄줄이 쏟아내고 있지만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은 생략돼 있다.

정부·여야의 공약을 두고 재정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논란’이라는 시각도 있다. 밑바탕에는 정부나 정당 등이 국민에게 약속하는 공약(公約)이 헛된 약속(空約)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의식이 깔려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약을) 내는 사람도 이번 연도 예산으로 꼭 하겠다는 게 아니다. ‘당신도 원하지? 나도 관심이 있어’ 정도의 표현일 뿐”이라면서 “이걸로 ‘900조 예산’을 언급하는 건 게임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태도”라고 말했다.

이어 “현실성 없는 선거용 공약이라는 건 전 국민이 다 안다. 그럼에도 자꾸 이야기하다 보면 나중에는 숙원사업이 돼 경제성 논란과 무관하게 우리 지역에 그런 개발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를 건드리는 선거 전략”이라면서 “그게 무책임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는 역효과가 날 것이고, 기대심리가 있는 사람은 투표하면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 역시 “공약이라는 게 꼭 실천해야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공약을 내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면서 “(선거철 공수표 남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공약을 보고 잘 판단하는, 현실적인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