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차기회장 선거, 강경 4 vs 온건 1···개원의도 행동 임박?

[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가 끝을 모르고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개원의 중심의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 선거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의협 신임 회장에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의료계의 투쟁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강경파가 당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이 경우 전공의, 의대 교수들까지 집단사직에 나서는 상황에서 개원의까지 동참하게 되면 환자 피해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후보 5명을 두고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전자투표 방식으로 제42대 회장 선거를 치른다. 방식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다득표자 2명을 두고 25∼26일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후보는 정운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부산·경남지부 대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 겸 의협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 박인숙 전 국회의원 등 5명이다.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후보는 정운용 대표가 유일하다. 유력 후보로는 임현택 회장이 점쳐진다. 올해 초 한 의료단체가 진행한 의협 회장 선거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는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온건파인 정 대표가 당선되면 의정(醫政) 갈등 국면 해결의 실마리가 다소나마 나올 수도 있다.

정운용 대표는 “의사의 노동 시간과 강도를 줄여서 의사들의 삶의 질도 개선하고, 국민들의 건강도 더 안전하게 보장하기 위해 의사가 더 필요하다고 이전부터 주장해 왔다”며 “의협이 민주적인 전문가 단체가 돼야 국민을 설득하고 의료 개혁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대표적 강경파인 임 회장은 지난 15일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나와 “당선인 신분으로 전국 의사 총파업을 주도하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지난 9일 후보자 토론회에서도 “회장이 된다면 당연히 가장 앞장서서 투쟁을 끌어나갈 생각”이라며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지고 투쟁을 이끌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나머지 후보들도 정부 정책에 날이 서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제35대 의협 회장을 지낸 주수호 위원장은 “강력한 리더십을 전제로 한 의사들의 단일대오가 정부를 상대로 싸울 때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회원들을 이끌 수 있는 그런 회장이 현시점에 가장 필요하다”며 자신이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박명하 회장은 과거 ‘간호법’ 저지 이력을 강점을 내세우고 있다.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4일간 단식과 65일간 철야 농성을 진행해 간호법 저지를 승리로 이끈 경험이 있다”며 “이번에 만약에 투쟁이 실패한다면 향후 10년 이상은 우리가 한 팀으로서 전공의, 의대생과 함께 한마음, 한뜻으로 투쟁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일한 정치권 인사인 박인숙 전 의원은 “매일매일 투사가 되고 있다”며 “회장이 되면 모든 능력, 인맥, 경력을 총동원해서 이 난제를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대정부 강경 투쟁 일색인 후보들 중 누가 당선돼도 개원의들의 ‘총파업’ 가능성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의협은 지난달 6일 정부가 처음으로 의대 증원 규모(2천명)를 밝혔을 때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의료계와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강행할 경우 총파업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새 의협 회장이 투쟁을 선도한다고 해도 실상 ‘자영업자’인 개원의들이 얼마나 집단행동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개원의들은 2020년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 당시에도 집단휴진 참여율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10명 중 1명꼴로 병원 문을 닫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