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성중공업]
[사진=삼성중공업]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제2 호황기를 맞은 조선업계가 쌓아놓은 수주 물량만 3~4년치를 기록하면서 순항하는 가운데, 주도권을 두고 HD현대와 한화그룹의 날선 경쟁이 지속되고 있어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교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빅3' 중 한 곳인 삼성중공업이 연초부터 수주실적을 채워가며 효율성에 집중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지난달까지 38억달러를 수주해 올해 연간 수주 목표치인 97억달러의 39%를 채웠다. 특히 지난 1월 6일 카타르에서 17만3000㎥급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5척을 35억달러에 수주한 것이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쳤다. 올해 LNG 운반선 15척, VLAC(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 2척, 셔틀 탱거 1척 등을 수주했다.

이뿐만 아니라 2022년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큐리어스를 통해 미매각 드릴십 4척(크레테, 도라도, 존다, 드라코)을 모두 1조400억원 매각했고 올해 2척이 인도 예정이다.

이 같은 호조가 이어지면서 삼성중공업의 실적 역시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매출 8조94억원, 영업이익 2333억원을 기록해 9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부터 전망은 쾌청하다. 

DS투자증권은 삼성중공업에 대해 올해부터 2025년까지 매년 영업이익이 2배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2월말 수주잔고는 350억달러에 달한다. 최근 수주한 셔틀탱커를 제외하고 2개월만에 38억달러를 추가로 늘렸다.

선종별로는 탱커 12척(23억달러), 컨테이너선 49척(72억달러), LNG선 95척(208억달러) 기타 6척(7억달러), 드릴십 2척(10억달러),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 2기(30억달러) 등이다.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사진=삼성중공업]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사진=삼성중공업]

◇ 삼성중공업 주력 선종 수주 지속···FLNG도 호황

여기에 삼성중공업이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FLNG도 지난해 12월 약 2조원의 수주에 성공했고 올해는 아프리카 모잠비크 코랄, 미국 델핀 등 최고 1~2건의 프로젝트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 관게자는 “글로벌 LNG 수요 증가와 함께 육상 LNG 플랜트 대비 납기 경쟁력이 있는 FLNG에 대한 수요는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기본설계(FEED) 단계와 참여 중이거나 개발 단계에 있는 안전들이 다수 있어 연 1~2기의 FLNG 수주 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반면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은 일반 선박 수주 외에도 특수선을 두고 갈등을 이어가고 있어 삼성중공업과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양사는 2018년 발생한 군사기밀 유출 사고를 두고 여전히 갈등 중이다. HD현대 측은 이미 방위사업청으로부터 보안감점 1.8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제재 심의에서 사실상 면죄부를 받은 만큼 일단락 됐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화오션은 여전히 당시 임원진의 지시 정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사청 등이 이를 문제 삼지 않고 있다며 직접 HD현대중공업의 당시 임원에 고발장을 제출한 상황이다.

다만 업계는 양사가 경영 전략이 상호 유사한 만큼 향후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실제 양사 부회장들은 곧 미국 현지를 방문해 미 해군의 MRO(유지·보수) 사업 수주전에 적극 뛰어들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갈등 요인이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또 양사는 최근 선박엔진 기업을 잇달아 인수에 나서면서 수직계열회를 모색 중이다. 자칫 조선업계가 선박엔진을 두고 양측으로 갈라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관해 삼성중공업은 논란은 피하고 실속을 챙기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전략적 효율성을 구사하고 있다.

이번에 한화그룹에 인수된 한화엔진(구 HSD엔진) 역시 과거 삼성중공업이 참여한 합작 사업이었다. 당시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에서 출발해 IMF 외환위기 당시 정부 빅딜을 통해 H(한국), S(삼성), D(대우조선해양)의 앞글자를 따서 새롭게 탄생했다. 이후 두산그룹이 51% 지분을 유지하고 있어 두산엔진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다시 사모펀드에 매각하면서 HSD엔진으로 되돌아 갔다. 

삼성중공업은 HSD엔진으로부터 엔진을 공급받고 있지만 이번 인수에 대해 개의치 않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선박엔진에 대해 한때 고민은 했지만 엔진보다 친환경 기술 개발에 집중하기로 했다”면서 “선박엔진은 HDS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 발주를 하고 있어서 공급망에 위협적으로 판단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다변화된 공급망을 통해 선박 건조 유연성을 지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수선 역시 삼성중공업은 진출하지 않고 있어 이번 양사 갈등뿐만 아니라 특수선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도 덜어낸 셈이다.

업계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갈등이 방사청의 함정·잠수함 등의 수주전을 통해 기술 개발과 더불어 사실상 특수선 사업을 유지하고 연장시킬 수 있는 동력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즉 방산사업 특성상 저율 생산을 하더라도 지속할 수 있는 일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HD현대중공업은 이미 보안 감점으로 인해 지난해 번번이 한화오션과의 경쟁에서 패했다. 특히 특수선 평가는 소수점 단위로 승패가 갈리는 만큼 –1.8점은 넘어서기 쉽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HD현대중공업 측은 국내 수주가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관련 사업 지속이 쉽지 않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삼성중공업]
[사진=삼성중공업]

◇논란 대신 효율성 집중···사업영역 확대로 가속화

이처럼 삼성중공업이 논란 대신 실속에 주목하면서 주가도 들썩이고 있다.  18일 종가 기준 9000원을 기록해 지난해 3월 17일 기준 4910원에 대해 83%포인트 상승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이유로 선박 수요가 크게 늘어났고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조선업계로 확산되면서 한국 조선업계가 수혜주가 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5개 노조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핵심 해양, 물류, 조선분야에서 이뤄지는 중국의 행동과 정책, 관행을 조사해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이와 더불어 중국산 선박에 대한 요금 부과, 조선업 지원기금 조성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관세부과 등을 적용하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필요해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조치가 이뤄질 경우 중국산 선박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어 중국의 최대 경쟁국인 한국 조선업계로서는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오는 21일 열리는 주총을 통해 ‘선박연료공급업, 선박용 천연가스사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한다. 또 기본의 ‘선박건조·수리·개조·판매업’에 임대를 추가하는 등 사업영역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말 LNG 벙커링(연료공급)을 위한 다목적 바지선을 건조하고 LNG벙커링을 위한 사업권도 획득했다. 이를 통해 삼성중공업은 자체적으로 선박에 연료를 공급하게 되면서 시운전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수익성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