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과일 경매장을 방문해 사과를 살피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과일 경매장을 방문해 사과를 살피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이뉴스투데이 염보라 기자] “이번처럼 금리를 급격히 올린 전례가 없다 보니, 이런 경우 얼마나 빨리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잡을 수 있는지 경험해 본 적이 없다. 물가 경로를 예단할 수 없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기후위기까지 겹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점화되고 있다. 전 세계 50여 국가에서 예정된 주요 선거일정도 물가 상승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3.2%로, 전월·시장 전망(3.1%) 대비 소폭 웃돌았다.

미국 중앙은행이 주목하는 근원 CPI 상승률은 3.8%에 달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목표치(2.0%)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2년간의 통화긴축에도 쉽사리 잡히지 않는 물가는 시장의 ‘상반기 내 금리인하’ 기대감을 불식시키고 있다. 

“연내 6회”를 외치던 월스트리트는 3회로 전망치를 낮췄으며, 0회 인하를 점치는 의견도 나오는 실정이다. 

학계에선 인상 전망이 아닌 것만으로 다행으로 여겼다. 

이와 관련,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월스트리트 전망) 데이터를 보면 3회 (인하) 다음이 4회, 그 다음이 2회”라면서 “2월 CPI 지표만 보면 인상 의견이 나와야 했지만, (인상분 대부분이 보험료 인상에 따른 일시적 요인인) 의료비라는 점에서 그나마 전망치가 소폭 후퇴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농산물 가격 급등에 ‘밥상물가’ 비상등이 켜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하락해, 지난 1월 2%대에 안착하며 안정세에 접어든 듯했지만 한 달 만인 2월 3.1%로 반등했다. 

밥상물가인 농산물 물가가 20.9% 상승,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과일과 채소 등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가 20% 올랐다. 이상기후, 집중호우, 병충해 영향 등으로 채소가 12.3%, 과일 가격이 41.2% 급등했다.

과일의 경우 1991년 9월(43.9%)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두 배 넘게 오른 ‘금사과’를 시작으로 다른 과일이 연쇄적으로 오르자 홈쇼핑에서는 ‘못난이사과’ 등 상품성 없는 상품을 속속 판매하기에 이르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추가 상승 가능성도 높다. 국제유가 오름세에 수입물가가 2개월 연속 상승, 물가 상승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수입물가지수는 2월 기준 전월 대비 1.2% 올랐다. 월평균 배럴당 두바이유 가격이 1월 78.85달러에서 2월 80.88달러로 오르며 원재료(2.4%), 중간재(0.8%)가 모두 상승곡선을 그렸다. 

미국 최대 석유 저장고인 오클라호마주 쿠싱의 원유 재고가 7주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 유가 상승에 영향을 줬다.

수입물가는 통상 1~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3월 이후 추가적인 고물가 지표가 예상된다.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에 대한 전망을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0%로 여전히 높은 이유다.

이에 한국은행은 상반기 금리인하 결정의 어려움을 분명히 했다.

한은이 14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보면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고금리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방침이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5월 여건 변화를 보면서 하반기 경제 전망을 다시 하고 그에 기반해서 어떻게 할건지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김진일 교수는 “(통화)정책을 바꾸면 (코로나19 국면에서 물가가) 빨리 오른 것만큼 빨리 내려와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이렇게 금리를 빨리 올린 전례가 없기 때문에 이 경우 얼마나 빨리 인플레이션이 잡힐지 인류가 경험해 본 적이 없어 물가·금리 방향성을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병규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물가는 해외 원자재 가격 동향, 여러가지 산업활동의 결과, 정부의 다양한 공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서 결정되기 때문에 쉽사리 예단하기 어렵다”면서 “나아가 금리는 물가를 비롯해 가계부채에 따른 서민 이자 부담,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어려움, 미국 금리 수준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해 예상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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