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니 다들 ‘탄소중립’을 말하고 있다. RE100(재생에너지 100%)은 그 용어조차 낯설다. 하지만 우리는 겨울철 심한 미세먼지를 경험하고 점점 더 강한 태풍이 한반도를 덮치는 여름을 보내며 기후위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곤 한다. 2024년을 맞아 석탄부터 신재생에너지까지 에너지원을 차례로 짚어보며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시대 에너지산업 강국으로 나갈 수 있는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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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석유의 미래를 바라보는 다른 시선이 확산되고 있다. 경제는 옳고 그름이 아닌 수요와 공급이라는 공식이 적용되는 차가운 정글과 같다는 인식이다.

17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미국 다이아몬드백에너지(이하 다이아몬드백)는 지난달 260억달러에 엔데버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다이아몬드백과 엔데버 주주들이 각각 합병 회사의 지분 60.5%, 39.5%를 나눠 갖는 구조다. 매각 절차는 올해 4분기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로써 글로벌 석유업계에선 기업가치가 500억달러(약 66조원)를 넘는 초대형 기업이 탄생하게 됐다. 미국 텍사스에 본사를 둔 다이아몬드백의 기업가치는 현재 270억달러(약 36조원)로 추정되고 있다.

해외 대형 석유회사들이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서두르는 이유는 석유산업의 미래를 바라보는 긍정적인 인식 때문이다.

실제 중동지역 산유국들을 대표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2024년 글로벌 석유 수요를 하루 225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내년에는 하루 185만배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OPEC은 올해 인플레이션을 지속적인 완화 기조로 보았고, 글로벌 경제 성장률도 2.8%로 전망해 기존의 2.7%에 비해 소폭 높였다.

이와 달리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글로벌 석유 수요를 하루 122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OPEC의 예측보다 절반 가까이 적게 석유 수요를 판단했다.

또 OPEC은 석유 사용량이 향후 20년 동안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았지만 IEA는 전 세계가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함에 따라 오는 2030년에 석유 사용량이 정점에 이른 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EA는 기본적으로 3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해 에너지 수요를 전망하는데 가장 보수적으로 석유 수요를 추정한 시나리오 하에서도 석유 수요는 2020년대 후반에 정점인 1억200만b/d(하루당 배럴)에 도달한 후 2050년에는 9700만b/d로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OPEC “향후 20여년 꾸준한 석유 수요 증가”

반면 OPEC은 2020년에서 2045년까지 글로벌 석유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20여년 후에는 1500만b/d가 늘어난 1억600만b/d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들은 2045년까지 큰 폭으로 감소하지만 非OECD 국가들의 석유 수요는 인구 증가와 계속되는 경제성장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OPEC은 석유 생산 당사자이기 때문에 석유 수요에 대한 부정적 전망과 석유 수요 감소라는 주제에 산유국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점을 고려해 추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OPEC이 분석하는 전제 중 하나인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이 대부분 선진국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고, 거의 모든 개발도상국은 그러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지 않으며 오히려 경제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는 상황 인식은 귀 기울일 만하다.

실제 지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에도 미국계 석유회사들을 중심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가 계속되고 있다.

이는 미국계 세계 2위 석유기업 엑슨모빌이 보여 온 행보를 보면 뚜렷해진다.

엑슨모빌은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가 전 세계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흔들림 없이 석유 사업에 투자를 늘려왔다. 그들의 판단 근거는 단순하다. 세계 인구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인구가 증가하면 에너지 특히 석유 수요도 증가한다는 주장이다.

사실 엑슨모빌의 주장처럼 세계 인구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1960년 30억3200만명에서 2020년 78억2100만명으로 증가했고, 현재 80억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유엔 인구보고서는 세계 인구가 오는 2086년 104억명으로 정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IEA에 따르면 하루당 세계 석유 소비량은 지난 2012년 8867만배럴에서 2019년 9796만배럴로 증가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잠시 8914만배럴로 감소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다시 증가하며 2022년 4분기 1억배럴을 돌파했다.

이러한 추세 속에 엑슨모빌은 공격적인 투자 및 인수합병을 지속하는 중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퍼미안 셰일분지 자산을 보유한 파이오니어사를 595억달러에 인수했다.

아울러 엑슨모빌이 지분 45%를 보유하고 있는 중남미 가이아나 석유개발사업의 회수가능 매장량이 현재 90억배럴에서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런 우즈(Darren Woods) 엑슨모빌 CEO는 지난해 9월 맥킨지 회장과의 인터뷰에서 “인류는 현재 하루 석유 1억배럴, 천연가스 7000만배럴 등 총 1억7000만배럴을 사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을 바꾸는 일은 수십년에 걸쳐 신중히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엑슨모빌·쉘, 신재생에너지보다 석유에 ‘방점’

신재생에너지 사업보다 본업인 석유 사업을 중시하는 기류는 엑슨모빌에서만 나타나는 일이 아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은 최근 탄소 절감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수소 에너지 등 저탄소 에너지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쉘은 지난해 말부터 기업 내 저탄소 솔루션 부문(LCS)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LCS 사업부 인력의 15%를 감원하고 수소 사업 규모를 축소한다는 것이 골자다. 우선 올해 200여명을 해고하고 총 1300여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이번 구조조정 대상 가운데 가장 큰 변화는 수소 사업의 축소다. 당초 쉘은 에너지 기업 중 수소 사업을 선도해 왔다. 2022년에는 네덜란드에 유럽 최대인 연 200MW(메가와트) 규모의 전해조 수소발전기를 신축하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 소형 승용차용 수소 에너지 기술을 개발하는 부서를 통폐합하고 대형 운송 차량용 에너지 사업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수소차가 이미 대중성을 잃어버렸다는 판단에서다. 수소차가 아닌 전기차가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는 판단에 쉘은 영국을 비롯해 세계 전역에 있는 수소 충전소를 폐쇄해 버렸다.

이러한 해외 대형 석유회사들의 행보는 국내 석유 산업계에도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현재 국내 정유사들은 주력 사업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미래 성장동력으로 예상되는 수소, 모빌리티 서비스, 배터리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탄소중립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러·우 전쟁 이후 에너지 안보가 강조되고 석유와 가스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자칫 석유와 석유화학 부문을 소홀히 하다 석유산업이 성장을 이어가는 상황을 마주할 때 수익 확대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국내 기업들 사이의 경쟁 관계는 벗어나고 석유산업만큼은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글로벌 석유회사와의 경쟁을 대비해야 한다”며 “동시에 탄소배출 저감과 신성장산업으로 분류되는 분야에서 각자 상황에 맞는 기술 개발을 지속해 기업 간 차별화를 진행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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