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HD현대중공업]
[사진=HD현대중공업]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HD현대와 한화그룹이 선박엔진 회사를 속속 인수하며 수직계열화를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독과점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업계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특히 수직계열화는 사업 추진과 생존 전략으로 각광 받고 있지만 불공정 경쟁 등의 우려 역시 확산되고 있어 각별한 경계심이 요구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STX중공업 지분 35%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오른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해 심사 중인 가운데 최근 조선업계가 “경쟁 제한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업계는 “선박 대형엔진, 중형엔진 모두 1위인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와 3위인 STX중공업이 결합하면 경쟁 제한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앞서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STX중공업 지분 35%를 813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그간 HD현대중공업의 엔진기계사업부는 지난해 글로벌 대형엔진 시장 점유율 35%를 차지할 정도로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중소형 선박 엔진에서 다소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에 STX중공업 인수를 통해 중소형 엔진을 강화하겠다는 게 HD현대의 복안이다. STX중공업은 주로 중소형 선박엔진을 주로 생산하고 있는데 디젤엔진과 DF엔진,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 엔진 부문에서 고도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 1위 HD현대, 3위 STX중공업 인수로 선박엔진 라인업 강화

하지만 STX중공업 인수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이해 관계자의 의견 등을 종합해 승인할지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다만 조선업계는 ‘경쟁 제한’이 발생한다는 이유를 내놓고 있어 독과점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지가 과제다.

실제 HD현대는 이번 인수를 마무리 짓기 위해 그룹 내 인수·합병(M&A), IPO를 주도해온 강영 사장을 HD현대 STX중공업 인수추진 테스크포스(TF)장으로 세우며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반면 한화그룹은 지난달 HDS엔진 임시주주총회을 열어 사명을 한화엔진으로 바꾸고 인수를 마무리했다. 한화임팩트는 지난해 2월 HSD엔진을 인수하고 최근 기업결합심사를 마쳤다.

한화임팩트는 수소 혼소 가스터빈 등 친환경 발전 기술에 글로벌 3대 선박 엔진으로 꼽히는 HSD엔진 제조 능력을 더해 이중연료 엔진 생산 등 국제 탈탄소화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한화그룹은 한화오션에 이어 한화엔진까지 품었고 최근 한화해운 설립에 나서는 등 조선업 관련 수직계열화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원가절감·납기 준수 등이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엔진은 선박 가격의 10~15%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라는 점에서 M&A를 통해 선박 건조 시장에서 추가적인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도 작용했다.

HD현대 역시 일찌감치 수직계열화를 갖추고 있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은 선박뿐만 아니라 선박엔진을 자체 생산하고 있고 이번에 STX중공업까지 인수가 마무리되면 엔진 제작 역량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STX엔진이 중국에서의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어 대중국 수출 역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한화엔진]
[사진=한화엔진]

◇ 수직계열화 명암 엇갈려···기업들 화색, 업계 독과점 난색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월 ‘HD현대중공업, 엔진사업을 보유한 수직계열화로 수혜’라는 보고서를 통해 ”HD현대중공업은 선박 건조 뿐만 아니라 엔진 제작 역량도 갖추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선박 건조량이 늘어날수록 엔진 사업부 매출도 크게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양 연구원은 또 ”그룹 계열사 현대삼호중공업 건조 물량도 꾸준히 늘고 있어 HD현대중공업 엔진 사업부 매출은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시장에서는 수직계열화가 사업이 팽창할 때 큰 드라이브가 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기업이 스스로 자급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무기이기에 고도 성장 곁에는 늘 수직계열화가 있었다“고 언급할 정도다.

수직계열화는 산업계 곳곳에 만연해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차그룹이 수직계열화에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또 한화그룹의 우주사업, 수소사업을 비롯해 에코프로 이차전지 사업, LS그룹 이차전지 사업, SK그룹 반도체 사업 역시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한 불공정 경쟁 꼬리표도 따라붙고 있다. 조선 빅3를 중심으로 업계가 재편되면서 중견조선업계를 비롯해 업계 전반에 독과점 부작용이 가속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중견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중견조선소가 아직 수주가 활발하지는 않아 발주 물량이 많지는 않아 당장은 큰 변동을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하지만 납품 일정 등에서 후순위로 밀려날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조선산업이 수주 암흑기를 거치면서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까지 내몰렸지만 대기업을 중심으로 업계가 재편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라면서도 ”일부 독과점 시장으로 재편되는 점은 원가경쟁력이 취약한 중견조선소들의 경우 난감한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어 정부 차원에서의 대안 마련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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