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그래픽=김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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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영민 기자]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분쟁조정 기준안 마련에도 실제 배상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은행과 투자자간 입장차가 크고 제각각인 사례를 세부적으로 검토하는데도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는 까닭이다.

금융당국의 조사에 은행의 불완전판매 등 위반 요인이 확인될 경우, 배상을 기대했던 투자자도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즉시 배상은커녕 일부 손실을 감수해야 하면서 개별소송을 준비하거나 결과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당국이 사태의 빠른 해결을 위해 선제적인 자율배상을 권고하며 과징금 감면 등의 카드를 꺼냈지만, 이달 정기주주총회를 앞둔 은행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자칫 당국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가 배임 이슈가 불거질 경우, 주주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아직까지 검사가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자율배상에 나섰다가 주주환원에 영향을 미칠 경우, 경영진을 상대로 한 손실배상 소송도 감수해야 한다.

은행권에 따르면 배상에 앞서 가입시 작성한 서류는 물론, 녹취록, 과거 투자 경험, 연령, 가입경로 등을 살펴본 후 자체 기준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방침이다.

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기준안이 나오기 전까지 배임을 우려해 배상기준을 검토할 수 없었던 까닭에 이제야 사례를 확인하는 단계”라면서 “유형이 비슷할 수는 있지만, 각각의 사안이 다르고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고객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하기에 실제 배상이 완료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까지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고객도 있고 투자 손실 규모도 홍콩 H지수의 변동에 따라 계속 바뀌고 있다”면서 “배상이 이뤄지는 시점을 기준으로 하겠지만, 워낙 다양한 변수를 반영해야 하는 까닭에 당국이 예상하는 기간에 배상이 이뤄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은행이 배상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투자자와의 마찰도 예상된다.

당국이 내놓은 기준안에 투자자 자기책임원칙이 강하게 반영되면서 실제 배상을 받을 수 있는 대상과 금액이 줄어든 까닭이다.

사태가 불거진 후, 투자자들은 ELS 판매과정에서 은행의 위법이 확인되면 즉시 배상을 기대했으나 당국이 제시한 기준안대로라면 대다수가 최대 60%까지만 배상을 받을 수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일괄 배상을 주장한 투자자가 소송을 통한 피해보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으나 은행의 위법성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승소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정엽 법무법인 로집사 대표변호사는 “은행의 ELS 불완전판매로 피해를 본 분들에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데 금감원의 점검이 끝나지도 않았고 은행에서도 알아서 내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대부분의 피해자가 은행의 연락 후, 대응에 나서겠지만 설명의무라던지, 적합성 원칙 위반 등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 여부가 전제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개인이 입증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가입 당시 받았던 서류를 보관하고 있는 경우도 드물다”면서 “기준안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법적대응에 나서야 하는데 개인이 입증하기는 어렵고 법률 전문가의 안내를 받고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에서도 새로운 배상기준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분쟁조정 기준안이 투자자가 아닌 판매자에게 유리한 까닭이다.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박성준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ELS 분쟁조정 기준안이 일 (2019년)DLF 분쟁조정과 비교해 은행의 공통 배상기준이 25%~10% 낮아진 반면, 투자경험에 따라 차감하는 최대 비율은 10%~25%로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입 규모에 따라 차감하는 최대 비율도 10%~15%로, 투자금액도 2억원에서 5000만원 초과시로 기준이 완화됐다”면서 “배상기준을 금융피해자 입장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홍콩 H지수 연계 ELS 대규모 손실 관련 분쟁조정기준안 발표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홍콩 H지수 연계 ELS 대규모 손실 관련 분쟁조정기준안 발표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금감원은 11일 △판매사 요인(23~50%) △투자자 요인(±45%포인트) △기타 조정 요인(±10%포인트)을 토대로 배상 비율을 산정한 분쟁조정 기준안을 발표했다.

기본배상비율은 20~40% 수준이다.

은행의 경우 금감원의 현장검사 결과 적합성원칙 또는 설명의무 위반 사항이 전반적으로 발견되면서 20~30%의 기본배상비율 책정됐다.

반면 증권사는 기본배상비율이 없다. 개별 투자자에 대한 판매원칙 위반이 확인되는 사례를 중심으로 위반사항에 따라 20~40%의 배상비율이 적용된다.

불완전판매 사례에 해당하지 않는 고객은 기본 배상이 없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증권사의 경우 대체로 판매사별 일괄 지적사항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차감비율도 판매사별로 차이가 있다.

불완전판매를 유발‧확대한 내부통제 부실 책임 정도에 따라 은행은 10%p, 증권사는 5%p가 가중된다. 온라인 판매채널은 판매사의 내부통제 부실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을 감안해 각각 5%p, 3%p를 적용키로 했다.

투자자별 특징에 따른 추가적인 조정도 이뤄진다.

가산 요인은 △예적금 가입목적의 고객(10%p) △금융취약계층(5~15%p) △ELS 최초투자자(5%p) △자료 관리와 모니터링콜이 부실한 경우(5~10%p) △비영리 공익법인(5%p) 등이다.

반면 △ELS 투자경험(2~25%p) △매입규모가 큰 경우(5~15%p) △금융상품 이해능력이 있는 경우(5~10%p) 등은 차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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