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영민 기자]
[그래픽=염보라 기자]

[이뉴스투데이 염보라 기자]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기존 지배세력과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한 신흥세력간 표 대결 양상이 예고됐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탑승해 자사주 매각, 배당확대 등을 요구하는 행동주의펀드에 대항해 기업가치 훼손을 묵인할 수 없는 지배주주간 힘겨루기를 피할 수 없어서다. 

반면 시대적 흐름의 변화라는 의견도 있다. 6월 시행을 목표한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기업의 태도 변화를 이끄는 까닭이다. 

1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법인 2614개사 중 삼성물산 등 32개사를 시작으로 1631개사가 이달 정기주총을 연다. 

정기주총 핵심 관전 포인트는 행동주의펀드 등 주주제안 안건이다. 

당장 삼성물산은 15일 주총에서 시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 등 외국계 행동주의펀드 5곳과 주주환원 안건을 놓고 맞대결을 벌인다.

이들 펀드는 총 7364억원의 현금배당과 5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을 주주제안한 상태로, 삼성물산 이사회안(4173억원)을 76% 초과하면서 부담을 키웠다. 잉여현금흐름도 100% 웃돈다. 

펀드 5곳의 합산 지분율은 1.46%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주주제안에 찬성을 권고한 점이 걸림돌이다.

ISS 등의 권고를 받아들인 외국인투자자(지분율 25.5%)가 주주제안에 힘을 싣게 되면 삼성물산의 고민도 커진다. 현재 삼성물산의 우호지분은 40% 수준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3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7.64%)의 결정이 중요하다”면서 “당장의 무게추는 삼성물산에 기울어 있지만 국민연금까지 주주제안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한다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맞닥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같은 날 다올투자증권 주총에서는 ‘정관 변경을 통한 권고적 주주제안 신설’이 화두에 오른다.

일정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정관 등에서 정한 주총 결의사항이 아니더라도 주주환원정책 등을 제안할 수 있게 한 내용으로, 2대 주주인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가 제안했다.

해당 안건이 통과하면 다올투자증권은 △최대주주와 2대 주주를 배당에서 제외하는 차등적 현금배당 △최대주주가 참여하는 유상증자 방식의 선제적 자본금 확충 등 안건을 추가로 처리해야 한다.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경영권 침해를 우려할 수 있는 문제로, 전례 없는 권고적 주주제안 신설의 통과 유무는 향후 경영방향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금호석유화학도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에 몸살을 앓고 있다.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의 조카이자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아 이사회 결의 없이 주총 결의만으로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고, 연내 자사주 50%, 이듬해 말까지 나머지 50%를 소각하는 안 등을 주주제안으로 제출했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자사주 50%를 3년간 분할 소각하는 수준에서 양보했지만, 차파트너스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다만 재계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는 주주제안들이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경영권 보호를 위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행동주의펀드 등의 공세가 자칫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까닭에 이들의 제안이 주총에서 통과한 비율은 20% 수준에 머무른다. 

한국ESG기준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주주제안 기업은 50개사, 총 안건은 195개이며, 주주제안 가결률은 20.2%였다.

한편 주주행동주의를 시대적 흐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기업의 소극적인 주주환원과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한국 증시 저평가 원인으로 보고,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정부의 움직임이 주주행동주의 확대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변화를 읽은 재계는 주총에 앞서 각종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확대 등 계획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3년간 발생하는 잉여현금흐름 50%를 주주환원하기로 했으며, 현대차는 연간 연결 지배주주 순이익 기준 배당성향 25%과 함께 연 4회 분기배당 등을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자사주 소각을 예고했다.

주총 전 행동주의펀드의 요구를 받아들인 사례도 있다. 

KT&G는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의 주주제안을 수용해 오는 28일 주총에서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구분하지 않는 집중투표를 도입키로 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주행동주의는 전세계적인 흐름이자,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필수 요소”라면서 “당장은 주주제안 수용에 인색한 모습이지만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로, 재계에서 요구하는 경영권 보호 장치들이 마련된다면 향후 주주행동주의는 더욱 힘이 실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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