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의 KBO리그  영상 서비스 이미지. [사진=티빙 캡처]
티빙의 KBO리그 영상 서비스 이미지. [사진=티빙 캡처]

[이뉴스투데이 유은주 기자] 티빙이 한국프로야구(KBO) 뉴미디어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고 전 경기 중계 진행에 나선 가운데 첫날부터 시스템 오류, 선수명 오기, 스폰서 가리기 등 해서는 안 될 결정적 실수가 이어지며 야구팬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다. 

야구팬들이 기존에 무료로 볼 수 있었던 KBO 경기를 독점 유료화하는 티빙에 대해 불만이 쌓이던 상황에서 중계 오류를 더하며 팬들의 화를 더욱 돋구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티빙은 KBO 중계권 확보를 위해 총 135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연평균 450억원 규모로 기존 컨소시엄 등이 계약한 금액 연평균 220억원을 훨씬 넘어서는 수치다. 티빙의 공격적인 베팅과 중계권 확보를 위한 의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중계권 확보 후 티빙은 2024 KBO리그 본 시즌에 앞서 지난 9일부터 19일까지 시범경기 전체를 생중계하겠다고 밝혔다. 

티빙은 우선 KBO리그 중계를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생중계 중 다시 보고 싶은 홈런, 안타 장면을 되돌려 볼 수 있는 ‘타임머신’, 실시간 응원 채팅을 나눌 수 있는 ‘티빙톡’, 경기 데이터를 빠르게 볼 수 있는 ‘실시간 문자 중계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도입했다. 

그러나 9일 진행된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실제 시범 경기 중계에서 서비스 품질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납득하기 어려운 오류가 시도때도없이 튀어나왔다는 게 지배적인 여론이다. 예를 들어 SSG 랜더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속 문자 중계서비스에서 삼성 라이온즈의 강민호 선수가 2루에 출루했다고 밝힌 사례가 대표적이다. LG트윈스와 KT위즈와의 경기에서는 LG 오지환 선수가 1루와 3루에 동시 출루했다고 송출되기도 했다. 

또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는 한화 이글스의 5번 타자로 나선 채은성 선수를 22번 타자로, 이재원 선수를 32번 타자로 소개하기도 했다. 통상 야구 중계에서 타자를 지칭할 때 등 번호 대신 타순으로 지칭하는데 이와같은 경우에는 규칙을 몰랐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밖에도 3루에 주자가 도착한 것에 대해 ‘세이프(SAFE)’가 아닌 ‘세이브(SAVE)’로 자막을 표기해 팬들의 서비스 품질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했다. 해당 주자가 홈 플레이트를 밟은 순간에는 ‘홈인’이 아니라 ‘홈런’으로 나오는 실수도 했다. 

소속과 선수명도 잘못 기입되면서 준비 부족에 따른 비난을 자초했다. 롯데의 ‘전준우’ 선수는 ‘전근우’ 선수로, SSG 랜더스의 ‘에레디아’ 선수의 경우는 ‘에레디야’로, ‘삼성 라이온즈’의 팀명은 ‘삼성 라이언즈’로 표기하며 팬들의 우려섞인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지난 10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오른 인기 글에서는 ‘티빙이 어제 하루동안 보여준 X짓거리 정리’라는 글에서 다양한 오류가 소개되기도 했다. 글에 따르면 티빙은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에서 KBO 공식 스폰서인 신한은행을 블러(주변 부위를 뿌옇게 처리해 지우개처럼 지우는 것)처리하고 자사의 로고를 기입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밖에도 각 구단 유튜브 채널에 올라오는 하이라이트 영상을 차단해 팬들에게 빈축을 샀다. 이글스TV 등의 유튜브 페이지에서는 2024 시범경기 하이라이트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한화 VS 삼성’ 경기가 블랙아웃 처리됐으며 검은 화면에는 ‘동영상에 CJ ENM Co.,Ltd에서 저작권상의 이유로 차단한 콘텐츠가 포함돼 있습니다’라는 안내 문구만이 덩그러니 써있었다.  

주요장면 제목만 봐서는 어떤 하이라이트 영상인지 구분을 할 수 없다. [사진=티빙 캡처][
주요장면 제목만 봐서는 어떤 하이라이트 영상인지 구분을 할 수 없다. [사진=티빙 캡처][

또 한화의 페라자 선수의 영상 썸네일을 올려두고 하단의 영상 설명에는 두산 경기 화제 영상이라고 표기하거나 하이라이트 영상을 업로드하며 어떤 구단의 어떤 경기 영상인지 알 수 없도록 ‘2023 신한은행 SOL KBO 하이라이트 1화’라는 형태로 제목을 달아 보고 싶은 영상을 사용자로 하여금 구분할 수 없게 숨겨버린 것도 문제가 됐다. 

티빙 야구 하이라이트 영상 태그에는 일부 팀들을 비하하는 표현들이 공식 영상에 명시돼 논란이 커지는 양상이다.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티빙 스포츠의 공식 영상 ‘LG vs 삼성 3/11 시범경기 2024 kbo리그 하이라이트 TVING’ 이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글에 태그로 롯데를 비하하는 “꼴데”, 삼성을 비하하는 “칩성”이라는 표현이 그대로 노출됐다. 이에 대해 야구팬들은 선을 넘었다는 반응이다. 

스포츠 중계의 경우에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활한 스트리밍 환경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스포츠 중계의 생명인 스피드와 속도 부분에서도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업데이트 속도도 논란을 키우는 모양새다.  

수시로 버퍼링이 걸리는 데다 네이버 무료 중계에서도 지원하던 60fps가 지원되지 않고 있으며 끊김은 기본에 누렇게 필터가 낀 것 같은 화면, 흐릿한 영상 품질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티빙의 서비스 페이지 모습. [사진=티빙 캡처]
티빙의 서비스 페이지 모습. [사진=티빙 캡처]

유료화 대비 서비스 품질에 대한 야구팬들의 원성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각종 커뮤니티에는 “이런 퀄리티의 중계서비스 이용을 위해 한 달에 5500원이나 내야한다니”, “5500원에 무료 광고까지 다 참고 보는 데도 이렇게 한다고?” 라는 식의 한탄이 쏟아지고 있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하다 하다 메인 스폰서 이름을 블러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 황당 그 자체”, “죽어도 돈 내고 볼 일 없음”, “다시 네이버 돌려줘. 이제 안 보고 중계 방송만 봐야지”, “이걸 돈 내고 봐야 한다니 한숨 나옴”, “야구는커녕 스포츠에 대한 이해가 1도 없어보임”, “정규시즌 때 어떻게 감당할려고 이러냐”, “하이라이트 라벨링을 저렇게 하면 7000화 넘음 우리 팀 영상 어떻게 찾아보냐”, “최초 유료화인데 준비를 하나도 안 한 느낌, 야구팬이면 빡칠 듯”, “이게 맞냐”, “반납해라” 등 비판 일색이다.   

티빙은 5월부터 본격적으로 유료 중계 서비스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지금과 같은 서비스로는 정규 시즌을 감당할 수 없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어서 티빙의 수정 대책에 관심이 쏠린다.  

이러한 가운데 티빙이 올린 것으로 추측되는 구인광고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해당 공고는 CJ계열사가 사무원을 모집하는 글이다. 근무 기간은 7개월로, 월급은 219만원 수준으로 주요 업무는 스포츠 콘텐츠 메타데이터 입력, 스포츠콘텐츠 인코딩, VOD 및 영상관리, 서비스 모니터링, 홈페이지 스페셜관 및 앱 푸시 관리 등이다. 이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은 “최저시급에 알바 구하려고 했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러자 그간 중계 서비스를 진행해온 네이버에게 다시 중계권을 돌려주라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돈을 더 내고서라도 더 나은 서비스를 받고 싶다는 팬들과 소비자들의 입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례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네이버는 올해 LG유플러스, SKT, 아프리카TV와 컨소시엄을 통해 중계권 입찰에 나섰지만 티빙의 회원증가와 수익증대를 위해 티빙의 모회사 CJENM이 협상에서 큰 금액을 베팅하며 최종 입찰에는 실패했다. 

지난해까지 18년간 네이버의 KBO 중계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CJENM이 중계권을 재판매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티빙은 다음 달 30일까지 프로야구 무료 시청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5월부터는 티빙의 요금제 중 가장 저렴한 광고 요금제 월 5500원 이상을 결제해야 해당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티빙은 12일 개최한 ‘K-볼 서비스 설명회’를 열고 불만 여론 잠재우기에 나섰다. 이날 최주희 티빙 대표는 “시범경기에 대한 오류를 인지하고 있다”며 “책임감을 가지고 실시간 대응 등 개선을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정규 시즌부터는 제대로 된 중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남은 개선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프로야구 뉴미디어 중계를 통해 디지털 요소 구현과 확충에 힘쓰겠다며 중계시스템과 야구 콘텐츠 제작 투자와 업무 인력 확대 방침을 전했다. 

티빙 관계자는 “지금 어떤 대답을 드리기는 굉장히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전사 차원에서 최선을 다해 실시간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구체적으로 하나 하나의 개선안에 대해서는 밝히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더불어 “KBO 리그 중계 시스템과 콘텐츠 제작을 위해 투자를 확대했다.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던 모든 노하우를 집결해 KBO 리그 중계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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