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니 다들 ‘탄소중립’을 말하고 있다. RE100(재생에너지 100%)은 그 용어조차 낯설다. 하지만 우리는 겨울철 심한 미세먼지를 경험하고 점점 더 강한 태풍이 한반도를 덮치는 여름을 보내며 기후위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곤 한다. 2024년을 맞아 석탄부터 신재생에너지까지 에너지원을 차례로 짚어보며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시대 에너지산업 강국으로 나갈 수 있는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정부는 최근 동해가스전을 활용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기술(CCUS) 사업 실증 검토와 CCUS법 시행령 제정 착수에 돌입했다. 사진은 울산광역시 동남쪽 58km 지점에 위치한 동해가스전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최근 동해가스전을 활용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기술(CCUS) 사업 실증 검토와 CCUS법 시행령 제정 착수에 돌입했다. 사진은 울산광역시 동남쪽 58km 지점에 위치한 동해가스전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자 탄소중립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탄소중립은 개인이나 회사, 단체 등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사실상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면서 탄소배출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석유회사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됐다.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 아부다비 국영석유공사(ADNOC), 미국의 엑슨모빌, 중국의 페트로차이나 등 전 세계 50개 석유 및 가스 회사들이 ‘석유와 가스 탈탄소화 헌장’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헌장에 서명한 기업들이 생산하는 화석 에너지양은 전 세계를 통틀어 40%에 달한다.

이들 업체는 오는 2050년까지 석유와 가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총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0)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향후 5년 내로 석유나 가스 시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소각하지 않고 별도 채집해 처리함으로써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메탄 배출량을 80%까지 줄이기로 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더 심각한 기후변화를 피하려면 연간 8000억달러(약 1064조원)에 달하는 석유·가스 분야 투자를 절반으로 줄이고 화석연료 연소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60%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EA는 메탄가스 배출의 60%가 석유·가스 회사들에서 나오고 있지만 이들 업체가 전 세계 친환경 에너지 기술 투자에서 부담하는 비용은 1% 수준인 180억달러에 불과하다고 지적해 석유회사들을 긴장하게 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86배 더 강력한 온실효과를 가져오는 가장 강력한 오염물질 중 하나다. 앞서 환경보호기금은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면 지구온난화 속도를 25% 이상 늦출 수 있으며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섭씨 0.5도 억제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의 사정도 비슷하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명세서 배출량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정유 4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SK에너지가 670만 4092톤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 GS칼텍스 845만 6147톤CO2eq, 에쓰오일 1003만6497톤CO2eq, HD현대오일뱅크 751만609톤CO2eq다.

정유업 자체가 탄소배출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하지만 사업의 지속성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 정유업계도 피할 수 없는 이 상황을 최대한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국내 정유업계 ‘빅4’는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수소, 암모니아 등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고 바이오항공유, 전기차, 재활용 아스콘 상용화에 서두르는 모습이다.

SK에너지는 재활용 아스콘 전용 아스팔트를 개발 및 지원하고 있다. 재활용 아스콘은 신규 골재 채석 방지, 신규 아스팔트 생산 저감 등의 자원 절감과 폐기물 감축 성과를 창출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매년 도로 정기보수로 대량의 폐아스콘(건설 폐기물)이 발생하면서 정부는 재활용 아스콘 사용을 장려하고 있지만 재활용 아스콘 생산 시 투입되는 재료와 품질 관리 요소가 늘어나 중소업체 아스콘사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SK에너지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재활용 아스콘 전용 아스팔트를 개발했으며 재활용 아스콘 생산 전용 설비 도입이 어려운 아스콘사에게 기금을 지원하고 있다.

GS칼텍스는 블루수소 생산 및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기술(CCUS)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CCUS는 수소 생산시설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해 블루수소 생산을 가능케 한다.

또 GS칼텍스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바이오항공유’ 실증사업을 추진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바이오항공유는 동‧식물성 기름이나 폐식용유 등을 가공해 생산하는 연료로 화석연료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어 선진국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상품이다. 하늘로 떠올라야 하는 항공기 특성상 승용차, 선박 등 다른 운송수단에 비해 연료의 부피와 무게 제약이 크기 때문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바이오항공유 실증 진행을 계속함으로써 글로벌 저탄소 기조에 맞춰 국내에서도 바이오항공유 도입과 제반시설에 필요한 기업의 역할을 재확인하고 검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수소‧암모니아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정유업계 최초로 차량용 초고순도 수소를 출하했다. 연료전지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초고순도 수소를 생산해 향후 하루 약 400대 수소차를 충전할 수 있는 수소를 공급할 예정이다.

또 그린수소 관련 인프라도 구축하고 있다. 수전해 시스템을 통해 생산되는 그린수소가 경제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요한 전해질막의 기능성을 높이기 위해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현재 고성능·고내구성의 전해질막 개발과 함께 불소계 강화복합형 고분자전해질 막과 그 핵심 원료인 불소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에쓰오일도 생산부터 유통, 판매까지 전반적인 수소 사업에 뛰어들기 위한 준비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인 사우디아람코와 저탄소 에너지 생산 관련 연구개발 등 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경쟁력 있는 블루수소와 블루암모니아를 국내에 들여와 저장하고 공급하기 위한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