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LG그룹 사옥. [사진=안경선 기자]
여의도 LG그룹 사옥. [사진=안경선 기자]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글로벌 생활가전 부문에서 1위를 달성한 LG전자가 때아닌 제품 안전 리스크에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와 현지 텃세에도 우수 기술력을 앞세운 LG전자만의 고급화 전략을 통해 신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기계적 결함 등이 원인이 된 각종 소송이 잇따르면서 시장 안착에 애를 먹고 있다.

8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생활가전 부문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의 지난해 매출액은 30조1095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갱신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조78억원을 기록해 글로벌 1위 자리를 수성했다.

앞서 LG전자는 지난 2021년 미국의 가전기업 월풀의 매출을 따돌린 이후 이듬해 매출과 영업이익 등 모든 부문에서 1위 자리를 차지했다.

LG전자가 꼽은 해외 공략의 핵심은 제품 프리미엄화다.

해외 경쟁사들의 가전제품을 뛰어넘는 LG만의 우수한 기술력과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제품의 품질과 기능은 더욱 강화하는 한편, 제품 구매의 접점을 제약하면서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인기 프리미엄 제품으로 발돋움시켰다.

대표적인 제품은 출고가가 약 2999달러(약 400만원)에 달하는 ‘워시콤보’ 세탁건조기다. 새롭게 진출한 중동지역에서는 LG산 고급 식기세척기들도 인기를 구가하는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LG전자 H&A사업부는 미국 등 해외 부문의 매출 비중을 75%까지 확대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LG전자의 해외 공략 선두에 섰던 주요 프리미엄 제품들이 제품 결함, 안전성 논란 등 각종 구설에 휘말리며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있다.

일각에서는 LG전자 생활가전 부문의 해외 진출이 더욱 가속화됨에 따라 현지 안착 과정에서 으레 발생할 수 있는 일종의 ‘텃세’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실제 일부 제품 결함이나 불량으로 인해 현지 법원이 손해배상 판결을 내리는 등 시장 진출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반적인 ‘헤프닝’으로 치부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서 일어난 소비자 문제 중 초기 물량에서 발생한 불량 사례도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이며 제품군 전체에서 결함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논란들이 대부분이다. 만약 제품 결함 등을 비롯한 문제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등 전 세계 모든 고객에 대한 적절한 대응에 나설 것을 약속한다”며 “그를 위해선 제품 불량 여부에 대한 명확한 확인과 소명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들의 불편을 인지하고 있고 더욱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의 대표 생활가전들. [사진=LG전자]
LG전자의 대표 생활가전들. [사진=LG전자]

구체적인 사례로는 미국에서 진행 중인 단체 소송이 대표적이다.

미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존스 로펌(Jones Law Firm)은 세탁기 제품의 결함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이유로 LG전자의 미국법인(LG Electronics USA)에 대한 소송을 미국 조지아주 귀넷 카운티 조지아 고등법원에 제기했다.

현재 피해 소비자들은 LG전자의 현지법인을 상대로 24만달러(한화 약 3억원)에 달하는 손해 배상액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측은 현지 변호사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언론플레이’ 과정에서 기술적 결함 등을 주장하는 내용이 과장된 채 일부 현지 매체를 통해 알려진 것으로 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냉장고의 핵심 부품인 ‘리니어 압축기’의 불량으로 잦은 고장이 발생하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NBC로스엔젤레스 등 현지 지역방송매체는 LG전자 미국 자회사와 LG전자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업체 켄모어(Kenmore)를 상대로 집단소송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관련 집단소송에는 지난해 말 기준 102명이 참여했다.

이번 소송의 대상은 2018년 생산된 제품이며, LG전자와 LG전자의 리니어 컴프레셔를 사용한 켄모어 냉장고, 소매업체 등이 포함됐다.

리니어 압축기는 냉장고 속 식품을 차갑게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LG전자는 미국 언론을 통해 “냉장 성능과 관련된 냉장고 문제는 다양한 요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며 “냉장 문제가 발생할 경우 컴프레셔 등과 관련된 부품 및 인건비를 전액 보상하는 보증을 5년간 제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리니어 압축기 불량에 대한 의견은 미국에서 한 변호사가 입증된 바 없는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 건”이라며 “LG전자는 세계 1위 생활가전 기업으로서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LG전자의 세탁기로 인한 소송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1년 7월에도 세탁기에서 ‘물 샘’ 증상으로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소송이 제기된 바 있다. 이보다 앞서 2017년에도 누수로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인도 뱅갈루루 지역에서도 LG전자산 식기세척기의 결함 문제가 불거져 소송전으로 비화했다.

벵갈루루 소비자 법원은 LG전자와 공식 판매자인 Girias Investment Private Ltd에 결함이 있는 식기세척기에 대한 구매대금 환불이나 제품 교체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 미비한 사후 조치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현지 도시 지역 소비자 분쟁 구제 위원회는 LG전자와 판매자인 Girias Investment Private Ltd에 구매일자를 기준으로 연 9%의 이자율을 적용, 약 5만6000루피(한화 약 900만원) 상당의 비용을 환불하도록 요청했으며, 법원이 이를 인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피해 소비자 측에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금과 소송비용을 포함해 총 1만5000루피(25만원)를 추가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제품 품질에 대한 소비자 신뢰 문제는 국내‧외를 떠나 해당 기업에 매우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자칫 현지에서의 기업 이미지 실추를 야기할 수 있어 즉각적인 소비자 대응이 요구된다”며 “국내에 진출했던 해외 기업들의 사례를 보더라도 미온적인 소비자 대응과 사후 대처가 이미지 악화로 이어진 케이스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곳 시장에서의 쇠퇴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고 조언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