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KDDX 기본설계 조감도.[사진=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 KDDX 기본설계 조감도.[사진=HD현대중공업]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방위사업청이 국가기밀 불법유출을 두고 HD현대중공업에 대해 추가 제재를 안하기로 결정 하면서 업계 갈등을 키운 꼴이 됐다. 한화오션은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인 반면 HD현대중공업은 이미 결론난 문제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 4일 KDDX 군가기밀 불법 유출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 임원의 개입을 수사하고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제출했다.

한화오션 측은 수년간 여러 차례에 걸쳐 군사 기밀을 빼돌린 사실이 직원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판단하기 힘들다며 고위 임원의 명시적·묵시적 지시나 관여한 정황이 수두룩한 만큼 관련 임원의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들은 HD현대중공업이 미인가 서버를 운용해 군의 보안 감찰에는 인가된 NAS 서버 만을 공개하는 등 조직적인 관리가 진행됐고 서버 운영 및 관리도 특수선사업부가 아닌 경영지원정보부였다고 지적했다.

한화오션 컨플라이언실의 구승모 변호사는 지난 5일 설명회를 통해  “지금 상황은 경쟁업체 간 이해관계 문제가 아닌 함정 관련 국방 사업의 신뢰가 걸린 중대한 사안이다. 은폐 시도에 대해 정부가 면죄부를 주면 안되기 때문에 우리가 경찰정에 추가 조사를 요청한 것이고 수사가 확정되면  방사청에서 현명한 판단을 해 달라고 요청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 임원 관여 정황 수두룩···끝까지 책임 묻겠다

이처럼 한화오션이 강경한 태세에 돌입하면서 당사자인 HD현대중공업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7일 열린 방사청 계약심의위원회를 두고 긴장감을 키운 가운데 입찰 제한이 불발되면서 한시름 놓은 상황이었다. 이에 오는 2025년 11월까지 적용되는 보안 감점(-1.8점) 외에 추가 제재에서는 벗어났다.

이 때문에 HD현대중공업 측은 “한화오션의 내세운 근거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운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면서 “이미 사법부의 판결과 방사청의 두 차례에 걸친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종결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더불어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 설명회에 대해서도 불괘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발표 내용은) 정보공개법 위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수사 기록과 판결문을 일방적으로 짜깁기 해 사실 관계를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유감스럽다고 전했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은 입장문을 통해 “2013년 KDDX 개념설계는 해군 주도하에 당시 대우조선해양이 기술 지원했으나 이후 사업이 연기되면서 중단됐다”면서 “2018년 해군이 국방기술품질원과 개념연구를 수행하며 KDDX 사업을 재개했고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 업체로 선정됐지만 당시 HD현대중공업은 2018년 4월 발생한 보안사고로 서버가 봉인돼 이전의 자료 열람이 원천적으로 불가했다”고 강조했다.

양사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는 오는 하반기 발주하는 KDDX 상계설계와 선도함 건조계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KDDX 사업은 총 7조8000억원 규모로 오는 2030년까지 6000톤급 구축한 6척을 건조하게된다. 특히 이번 사업을 통해 방사청은 국산화율 85%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이미 개념설계와 기본설계 사업이 완료돼 이제 상세설계와 선도한 건조 사업이 남은 상황이다.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개념설계를 수주했고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수주해 완료했다.

문제는 개념설계 이후 기본설계 수주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의 특수선사업부 직원들이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개념설계를 빼내 비밀리에 운영중인 서버에 보관하고 이를 공유한 것이 적발되면서다. 당시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재판에 넘겨져 2022년 11월 유죄판결을 받았고 이에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에 대해 보안 감점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한화오션 측이 최근 방사청의 판단으로 인해 HD현대중공업과 사실상 경쟁입찰에 돌입하게 되면서 크게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관례적으로 상세설계 단계부터는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에 대해 유리한 점이 작용하고 있어 HD현대중공업이 보안 감점에도 불구하고 마냥 불리한 입장은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한화오션 측은 고발관련 설명회에서도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를 하는게 관행이었고 세부규정상 수의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간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군사 비밀을 불법으로 취득한 업체가 이 사업을 끝까지 다 끌고 간다는 부분에 그 어느 누구도 정당하다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며 반문하기도 했다.

한화오션 고발관련 설명회.[사진=김종현 기자]
한화오션 고발관련 설명회.[사진=김종현 기자]

결국 업계는 한화오션이 고발장을 제출했지만 수사가 마무리되기까지는 상당시간이 필요한 만큼 KDDX 사업 진행과는 연동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방사청도 어려 변수와 상관없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발주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한화오션 측은 “단순히 이익적인 측면에서 고발한 건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는 이유다.

◇ 기본설계 우위 변수로···양측 모두 자신하긴 힘들어

다만 하반기 KDDX 사업 수주를 두고 양측의 갈등은 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은 이미 개념설계 부분이 불법 유출된 점이 재판에서 가려졌지만 이후 추가 제재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 추가 고발을 통해서라도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이미 보안 감점 만으로도 특수선 사업 수주에서 고배를 마시고 있다는 점을 들어 충분히 고충을 겪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실제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월 울산급 호위함 Batch II 5·6번함 수주에 실패했다. 이에 가처분 신청 등을 제기했지만 무위로 돌아가면서 보안 감점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국내 특수선 수주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KDDX 하반기 수주전 역시 누가 되더라도 법정공방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데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방사청이 계약심의위를 통해 사실상 HD현대중공업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번 국가 기밀 불법 유출 사건에 대해 갈팡질팡한 모양새가 됐다“면서 ”결국 KDDX 사업을 두고 기초설계 수주 사업부터 수행 업체가 바뀌면서 혼란만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서 각 업체들의 지역 정치권까지 합류하면서 혼란을 키웠다“며 ”KDDX 상세설계 사업을 누가 수주하든 양사 모두 법적인 방법을 취해서도 제동을 걸 수밖에 없어 자칫 관련 사업 자체가 지체되는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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