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통합법을 앞두고 신규증권사 설립, 은행과 증권사들의 IB 업무 강화 등으로 증권업계에 스카우트 열풍이 불고 있다.

예전에는 리서치센터 연구원을 중심으로 했다면 지금은 영업분야에 전산분야까지 전 분야에 걸치고 있으며, 해외 투자은행 출신의 인력까지 끌어들이고 있어 업계는 그야말로 전쟁 분위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업계 사정 상 스카우트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한국 증권사들이 그간 전문인력을 키우기보다는 필요할 때 이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영입하는 방법을 자주 써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 또한 증권사들이 전문인력을 필요로 하는 이유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어느 정도 틀을 잡고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증권사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투자은행 분야에서 빠른 성과를 얻기 위해서 경험이 있는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간편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증권업계에서 신설사 1,900명, 기존회사에는 2,000명 등 총 4,000명에 가까운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으며 내년 자통법이 통과되면 필요인력은 1만5,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직 릴레이 시작

잠잠하던 업계가 들썩이기 시작한 것은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의 이직이 그 시발점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교보증권의 리서치센터장으로 영입 된지 8개월만인 올 3월, 갑작스레 HMC투자증권의 상무이자 리서치센터장으로 소속을 옮긴 것이다.

대우경제연구소에 입사한 후 미래에셋증권 운용전략실장,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그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조직을 만들고 싶다. 교보는 계속해서 나오는 매각설이 부담스러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가 나가자 교보증권은 거의 곧바로 흥국생명 출신의 백관종씨를 신임 리서치센터장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매각설 때문인지 임채구 조선담당 연구원은 솔로몬투자증권의 리서치센터장으로, 임홍채 IB투자본부장은 IBK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기며 IPO팀, 기업금융팀 등 IB투자본부의 인력 5명이 한꺼번에 기업은행이 만든 IBK투자증권으로 이동했다.

교보 관계자는 “지금은 어느정도 안정이 된 상태”라고 설명했지만 그도 “매각이 되든 계속 가든 빨리 해결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본인 스스로도 매각설 때문에 마음이 안정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감추지 않았다. 이런 이동은 교보증권만이 아니다. 하나IB증권도 IPO, 채권, 부동산 PF 등의 부서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갔다.

우리투자증권 법인영업부에서는 팀장급 1명을 포함, 총 5명의 인원이 LIG투자증권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거기에 김승현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손복조 전 대우증권 사장이 설립하는 토러스증권의 리서치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황 담당 베스트 애널리스트인 이경수 대우증권 연구원도 일찌감치 리서치센터로 불러들였으며, 우리투자증권의 투자전략 파트장인 오태동 연구원도 손 사장이 직접 면접을 통해 스카우트했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에서는 총 7명의 애널리스트가 리서치센터에서 빠져나갔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리서치센터가 반토막 났다는 소문은 와전된 것”이라며 “실제로 나간 것은 3명이고 나머지 4명은 미래에셋 자산운용으로 옮긴 것”이라고 밝혔다.

유화증권에서는 리서치 영업분야 인력 10명이 흥국증권으로 빠져나갔으며, NH투자증권 전산팀 관계자가 IBK투자증권으로 옮겼고 이외에도 2~3명 전산팀 인력이 빠져나갔다.

이미 있던 증권사들의 인원만 빠져나간 것은 아니다. 이제 틀을 잡고 인력을 끌어모으고 있던 HMC투자증권(옛 신흥증권)은 채권금융팀 12명이 전부 KB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증권사들이 원래 팀제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으며 팀장이 빠져나가면 팀이 통째로 와해되는 일도 적지 않다지면 이제 조직 체계를 잡고 있는 HMC투자증권에게는 뼈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해외 전문인력까지 채용
 
현재 증권사들은 올해 수십에서 수 백명에 달하는 채용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해외에서 직접 현지 애널리스트를 채용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력 시장에 불이 붙은 것은 해외도 마찬가지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덕분에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은 윌가의 은행과 증권사들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8만3,000명에 달하는 직원들을 해고하면서 연구원들이 헤지펀드로 이동하고, 국내 증권사에까지 일자리를 알아보는 등 ‘대이동’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다. 안 그래도 사람이 부족한데 이는 어찌보면 호재라고 볼 수 있는 상황.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골드만삭스 일본 현지법인에서 일하던 김중백씨를 상무로 영입하고 골드만삭스, 도이치뱅크등에서 전문가들을 영입했다.

삼성증권은 메릴린치 출신의 권경혁씨와 USB 출신의 제롬베키씨를 영입했으며 대우증권은 지난 4월 말 IB사업 추진단을 신설하고 리먼브라더스, 바클레이스캐피털 등을 거친 이건표씨를 사업추진단장으로 임명했다.

“언젠가는 거품 꺼질 것”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는 대형 증권사들만 피해를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가리키며 “연구원들은 일반 직원들에 비해 회사에 대해 애정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면서 “입사해서 그 회사에서 능력을 키워 온 사람들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스카우트 되어서 온 사람들은 너무 조건만 보는 것 같은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연봉이 좋다고 해도 결국 스카우트라는게 등급이 떨어지는 회사로 옮기는 것”이라며 “사내 복지가 좋다면 연봉을 얼마쯤 올려준다고 해서 굳이 등급이 떨어지는 회사로 옮길 생각이 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이직이 잦은 회사들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직원의 연봉 등 대체적인 조건이 너무 높아지고 있다”며 “당장 내년이나 내 후년쯤 경쟁에서 밀린 증권사들이 쓰러지면서 말 그대로 연봉 거품이 꺼져버리면 직원들이 바깥으로 내몰리는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유병철 기자> dark@e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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