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서울 아파트 재건축 사이에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고 있다. 소형평수나 중소단지 아파트들이 높은 분담금으로 사업 진행에 난항을 겪고 있는 반면 대형평수 내지 대단지 아파트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분담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상계주공5단지’ 전용 31㎡는 지난달 이뤄진 가장 최근 매매에서 4억6000만원으로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같은 층수가 4억7000만원에 거래됐는데 2개월 만에 다시 하락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하더라도 5억대 매매가 이뤄졌던 것과 비교하면 10% 가까이 폭락한 모습이다.

실제 상계주공5단지 주변에서는 가격 하락 폭이 더 커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요즘들어 호가는 실거래가보다 더 낮게 형성되고 있다”며 “급매로 4억5000만원 이하로 나온 매물도 매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상계주공5단지는 지난해 전용 84㎡를 선택하면 당시 집값에 버금가는 5억원의 분담금이 든다는 예상이 나온 후 재건축 속도가 멈췄다. 공사비 책정이 과도하다는 주장이 집주인들 사이에서 팽배하자 결국 시공사 계약마저 해지한 것이다.

상계주공5단지의 파장은 상계주공을 넘어 노원구 전체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원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노원구 내 재건축 연한인 준공 30년을 넘긴 단지는 61곳이다. 이는 서울에 있는 25구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다.

지난해 초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완화한 이후 현재까지 정밀 안전 진단을 추진 중이거나 끝낸 곳도 21곳에 달한다. 그런데도 수억원대 재건축 분담금이 현실화되자 노원구 내 아파트 거래가 위축되고 있다.

상계주공7단지 인근 부동산 대표는 “5단지 분담금 소문이 이미 주변 재건축을 기대하는 단지 사이에 소문이 다 퍼졌다”며 “최근 기대했던 6단지나 7단지도 매물만 나오지 거래가 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이 재건축 분담금 문제로 서울시 내 구축아파트들이 사업 진행에 난항을 겪고 있는 이유는 최근 금리가 높은 데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 공사비용이 급증하면서 일반분양가를 높게 받아도 조합원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결국 업계에서는 재건축시장에서 앞으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사업 가치를 철저히 집어보고 접근해야 낭패를 보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우선 기존 용적률이 높고 규모가 작았던 단지는 재건축 사업성이 좋지 않다. 재건축 업계에서는 평균 용적률이 200% 이하 또는 규모가 1000가구 이상은 돼야 재건축을 진행할 만하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단지 내 대형평수가 많아 평균대지 지분이 큰 단지는 재건축에 유리하다. 용적률이 낮아도 소형 가구가 많다면 재건축 사업성이 낮아진다. 상계주공5단지의 경우가 그렇다. 기존 용적률이 93%였지만 모든 가구가 전용 37㎡로만 구성돼 가구당 평균대지 지분이 좁아 높은 부담금 분쟁이 발생했다.

상계주공5단지와 다르게 서울시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8차 337동’ 재건축의 경우는 대형평수 아파트지만 최근 분담금 문제로 논란이 발생한 곳이다.

이번 재건축 사업은 한강 변에 자리 잡은 1동, 13층 아파트를 2동 31층으로 변모시키는 사업이고, 가구 수는 재건축 전후로 똑같은 182가구로 현재 이주와 철거까지 모두 마친 상태다.

하지만 최근 아파트 조합원들은 사업 초반 시공사 측에서 제시한 금액보다 서너 배 많은 분담금을 받아 들고 혼란에 빠졌다. 5년여 전 재건축을 처음 추진할 때 같은 평형대 아파트를 분양받을 경우 가구당 분담금은 3~4억원으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조합이 시공사가 제시한 공사비를 근거로 분담금을 다시 계산하자 전용 111㎡를 보유한 조합원이 면적을 줄여 97㎡ 아파트를 받아도 내야 하는 분담금은 12억18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에 조합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결성했지만 철거까지 마친 현재 사업을 이제와서 되돌릴 수 없다는 조합과 시공사의 판단에 분담금을 받아들이고 관리처분계획을 결국 통과시켰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신반포18차 337동이 대형평수로 이뤄진 아파트지만 추가 분담금이 당초 예상보다 3~4배 증가한 이유로 업계에서는 ‘나홀로 15층 아파트’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는 중형 평수인 전용 76.5~82.5㎡로 이뤄진 3930세대로 구성된 전형적인 대단지로 신반포18차 337동 재건축과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평당 6500만원으로 전용 81.75㎡ 아파트 일반분양가를 계산하면 업계에서는 분담금을 4억원 초반대에서 5억원 초반대로 보고 있다. 다만 현장에 목소리는 다르다.

잠실주공5단지 인근 부동산 대표는 “여기는 종상향이 예상돼 있어 평균 용적률이 323~325%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여 재건축 이후 6800세대가 추정되는 상황”이라며 “결국 기존 81.75㎡ 아파트 소유자가 평형 상향 없이 같은 면적 아파트에 새로 입주하게되면 분담금이 아니라 오히려 환급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분담금 폭탄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모습은 평촌신도시 1호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던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 목련마을2단지 대우선경아파트(이하 목련2단지)에서 나타나고 있다.

재건축이 아닌 리모델링을 선택한 아파트지만 평균 분담금이 2억원 후반대에서 5억원 수준으로 책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아파트 단지 규모는 9개동, 994가구이며 주택형은 전용 34㎡와 58㎡ 두 가지 형태로 구성됐으며 용적률은 193%다.

목련2단지 리모델링주택조합의 권리변동계획에 따르면 34㎡의 리모델링 전 주택가격은 평균 3억6000만~3억81000만원 정도다. 비례율 80.23%를 적용한 추정권리가액은 2억9000만~3억3000만원이며 조합원 분담금은 2억9000만~3억3000만원 수준이다.

58㎡는 분담금이 더 많다. 권리가액은 5억2800만~5억4200만원이고 조합원 평균 분담금은 4억3000~4억79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목련2단지 아파트는 막대한 리모델링 사업 분담금을 예상하지 못하며 분쟁이 시작됐다.

사업 추진 초기에 예상했던 비용보다 분담금이 두 배 이상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 2021년 말에는 34㎡ 자산평가 추정액이 3억8000만원, 58㎡는 6억5000만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그럼에도 리모델링 후 가격은 각각 5억7000만원, 9억3600만원 수준으로 분담금 추정치는 1억9900만원에서 2억8600만원 정도로 추산됐다. 더욱이 실제 조합원들의 비용 부담은 분담금 외에도 이주비용 이자와 조합경비를 합하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목련2단지 일부 조합원들은 재건축준비위원회를 따로 발족했다. 이들은 리모델링 추진을 반대하면서 재건축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리모델링 공사비가 재건축과 차이가 크지 않다면 주변 다른 단지에서 재건축을 진행할 때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 잠실이나 목동처럼 사업성이 좋은 일부 단지 외에는 분담금 문제로 갈등을 겪는 단지가 속출할 것”이라며 “결국 정부의 규제 완화에도 재건축이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사업성이 좋은 대단지‧대형평수 위주의 아파트는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도 사업성을 인정받아 치솟는 부동산 부담금을 감당할 수 있겠지만, 지금같은 상황이 2~3년 이상 지속된다면 중소단지‧소형평수 아파트들은 높은 부담금에 향후 몇년간 재건축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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