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전기차 충전소에서 충전 중인 전기차.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전기차 충전소에서 충전 중인 전기차.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재고할인 620만원(8월 이전 생산 모델), 협력사 할인 200만원, 최종 3800만원이면 싸게 계약한 건가요?”

“아이오닉6 재고차 450만원 할인받았어요. 3월부터는 7월 전 생산 모델이면 700만원 이상 깎아준다고 합니다.”

현대차‧기아가 아이오닉5 페이스리프트 출시를 앞두고 파격적인 재고 할인 등 ‘구형 털이’에 나섰다. 전기차 판매량이 주춤하는 사이 기존 모델들의 신형, 계획된 보급형 신차 출시까지 줄줄이 이어지며 이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전기차 커뮤니티엔 800만~1000만원까지 떨어진 전기차를 ‘줍줍’하는 계약 인증글이 속속 오르내리는 웃지 못할 광경도 펼쳐졌다.

현대차와 기아 등은 최근 아예 월별 재고할인을 공시했다. 가격 부담을 덜고 국내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차량 구매 혜택을 강화한다는 명분을 세웠으나, 환경부 보조금 모델별 확정 직후이자 아이오닉5 페이스리프트, 기아 EV3, EV4, EV5 등 출시를 앞두고 ‘기존 모델 재고털이’의 의미가 큰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에 따르면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의 경우 △현대자동차 구매 혜택 최대 700만원(차량 가격 할인 120만원, 전기차 충전 크레딧 80만원, 월별 재고할인 최대 500만원) △정부 보조금 650만원 △가격 할인 비례 추가 보조금 40만원의 구매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현대차 가족사랑’이란 이벤트로 현대차 임직원(배우자)의 6촌 이내 친인척, 판매대리점 대표‧인원(배우자)의 6촌 이내 친인척, 계열사‧관계사‧협력사 본인(배우자)의 6촌 이내 친인척, 블루핸즈 대표(배우자)의 6촌 이내 친인척 등에는 3% 할인도 추가된다. 지난해까진 4촌 이내 2%로 제한됐으나 올해 들어 할인 범위와 폭을 크게 늘린 것이다.

기아 역시 EV페스타를 통해 △EV6 300만원 △EV9 350만원 △니로 EV 100만원을 할인해 준다.

한편 이 같은 가격 공세에도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현대차 아이오닉5는 763대, 아이오닉6는 183대 판매됐다. 전년 같은 달 아이오닉5 711대, 아이오닉6 1057대 팔린데 비해 현저히 줄어든 수치다. 기아 지난해 12월 693대 팔려 전년 같은 달(1237대)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신형이 나오지 않아도 저조한 판매량과 보조금 삭감에 ‘울며 겨자 먹기’식 할인책을 내놓은 브랜드도 더러 생겼다. KGM은 환경부 보조금 확정 발표 후 200만원 인하를 단행했다. 중국산 LFP 배터리를 장착해 원가를 낮췄으나, 보조금이 203만원 깎였기 때문이다.

테슬라도 중국산 LFP 배터리를 넣은 인기 차종 ‘모델Y’의 가격을 200만원 내린 5499만원으로 책정했다. 모델Y 후륜구동(RWD) 모델의 올해 국고보조금은 195만원으로 전년 514만원 대비 60% 이상 줄어든 상황이다.

기존 소비자들의 반응은 탐탁지 않다. “제 돈 주고 산 사람만 호구”라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충전소 확대, 화재 대응책 마련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뒤로한 채 조삼모사식 가격 할인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기차 시장 안정적 안착에 도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완성차사들의 전기차 할인전은 지속될 전망”이라며 “단순히 할인을 통한 판매고보다는 기술고 품질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기차는 충전 인프라 부족, 가격 부담, 보조금 축소 등 여파로 전세계적인 수요가 주춤하고 있다. 카이즈유에 따르면 지난해 10~11월 전기차 신규등록 대수는 2만5499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국내 시장은 2024년 보급형 전기차 추시로 판매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환경부 전기차 보조금 예산 축소로 보급 속도는 더욱 느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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