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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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정부가 제시한 ‘데드라인’ 도달한 가운데 여전히 대부분의 전공의들은 복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정부는 강경책을 고수한 채 ‘기계적’ 면허정지에 돌입할 것이란 방침을 내세웠다. 정부와 의사 단체가 처음으로 마주앉기로 하면서 그 결과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29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복귀 시한을 앞두고 업무개시명령 대상자를 대거 늘리고 있다. 복지부는 이날까지 전공의들의 복귀 현황을 살핀 뒤 업무개시명령 위반 사실을 확인키로 했다. 그 일환으로 현장에 나가 채증을 통해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 이후 처분 절차에 들어간다.

행정절차법에는 정부기관 등 행정청은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 당사자에게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이나 법적 근거 등을 사전 통지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전공의의 경우 사전통지에는 ‘면허정지 처분’과 관련해 의료법 위반(업무개시명령)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정부는 절차에 따라 전공의들의 의견을 청취한다. 김충환 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법무지원반장은 “3월 4일 이후 바로 면허정지 처분이 들어가는 건 아니다”며 “사전통지하고 의견진술 기회 등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법 절차도 법과 원칙에 따라 ‘기계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데드라인’을 앞두고 곳곳에서 전공의들의 복귀 행보가 포착돼 왔다. 28일 오전 11시 기준 전국 주요 수련병원 100곳에서 전공의 294명이 복귀한 것으로 파악됐다. 상위 수련병원 50곳 중 복귀 규모는 181명이었다. 다만 여전히 대대적인 복귀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는 게 의료계 중론이다.

이러자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발생한 분위기다. 병원에서는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다른 전공의들이 얼마나 복귀했는지, 제출한 사직서에 대한 행정적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등을 묻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현상은 수도권을 넘어 확산 중에 있다.

일각에서는 사직서를 내고도 현장에 남아 환자들을 돌보는 전공의가 수십명에 달해 ‘실질 복귀자’가 생각보다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직서를 제출하고도 병원에 나와 일하는 경우가 상당수라는 관측이다. 실제 지방의 한 대학병원 중에는 정부가 제출한 전공의 복귀 수가 한 자릿수인 데 반해 실제 근무 중인 전공의는 80명가량인 곳도 있었다.

정부는 29일까지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에 대해 이처럼 엄정대응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유인책을 함께 제시하는 ‘투 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정부가 의사들에게 제시한 회유책은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이다. 28일 해당 법안을 조속히 추진하겠다 밝힌 데 이어, 29일에는 지방국립대 의대 교수를 1000명 늘리겠다는 대책도 공개했다.

그러나 여전히 상당수 전공의가 의료 현장을 비우고 있어 환자들의 고통은 날로 커져만 가고 있다. 복지부 피해신고 체계에는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진료를 제때 받지 못해 유산이 됐다거나, 수술 지연으로 사망했다는 사례가 접수됐다. 교통사고 환자도 받아주는 곳이 없어 ‘응급실 뺑뺑이’를 돌게 되는 등 의료 공백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9개 환자 단체가 참여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전공의는 사직 방식의 집단행동을 이제는 멈추고 응급·중증환자에게 돌아가 이들이 겪는 불편과 피해, 불안부터 멈추게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국민 목숨을 담보로 겁박하는 데 머리를 사용한다면 조직폭력배와 다단계 조직보다 더한 집단”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의사들이 처음으로 마주앉기로 하면서 양측 간의 대화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데드라인’ 전날 밤 94명의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들에게 장소·시간과 함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는 내용을 담은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대화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전공의협의회장들은 복귀 시 노동가치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역대 회장 15명은 29일 ‘전공의와 정부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에 대해 “지나치게 과도한 근무 조건과 이를 보상해주지 못하는 임금, 민형사상 위험성, 더는 가질 수 없는 미래의 희망 때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정부는 전공의들이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노동자이기 때문에 노동 삼권을 보장받을 수 없고,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 선택의 자유조차 없다고 한다”며 “어떤 이유에서든 병원과 재계약한다면 여러분(전공의)의 노동에 대한 합당한 가치와 함께 이를 개선할 제도적 보완책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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