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HD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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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폴란드 대규모 방위산업 수출을 계기로 물량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걸림돌이었던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소위를 통과하며 방산 수출 확대에 청신호를 켜고 있다. 더욱이 그간 지상무기 중심이었던 방산 수출이 함정까지 가시화되고 있어 선박건조 경쟁력을 바탕으로 특수선 수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2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수은법 개정안이 지난 23일 국회 기재위를 통과해 오는 29일 본회의를 앞두고 있다.

이번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수출입은행 법정자본금 한도는 15조원에서 25조원 가량 증액된다. 현행법상 수출입은행은 특정 개인·법인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 자본의 40%(약 7조2000억원)으로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정을 통해 대출한도가 한층 늘어나게 된다.

특히 폴란드와의 30조원 규모 수출 계약에서 1차(17조원) 때 한도가 소진되면서 방산업계는 2차 수출에 난항을 겪어왔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통과할 경우 숨통이 트이게 된다.

이에 발맞춰 국내 방산기업들의 수출 및 실적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방산 선두주자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지난해 방산 수출이 잇달아 잭팟으로 이어지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9조3697억원, 영업이익 704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3%, 76% 늘었다.

특히 방산 부문은 매출액 4조1338억원, 영업이익 5727억원을 기록하면 전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방산이 수출 중심 축으로 급성장하면서 기존 지상 무기뿐만 아니라 전투기 및 특수선 분야가 차기 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중 국내 조선업계는 글로벌 조선시장에서 압도적인 선박 건조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실제 특수선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HD현대중공업 및 한화오션 등은 정상급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관련 수출 실적은 방산수출 2~9위권인 프랑스·러시아·독일·이탈리아·영국·스페인 등에 비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1987년 뉴질랜드 군수지원함을 수출을 계기로 지금까지 14척의 함성을 수출했고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1998년 3월 방글라데시 호위함 수주를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영국, 노르웨이, 태국 등 6개국에 호위함, 훈련함, 군수지원함, 잠수함 등 총 12척을 수출했다.

◇ HD현대중공업, 상선 수주 목표 줄인 대신 특수선만 상향

이런 가운데 HD현대중공업은 특수선 사업을 수출 품목으로 키워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실제 이들은 올해 일반 상선 수주 목표를 줄였지만 특수선 분야는 상향한 만큼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더욱이 국내에서 한국형 차기 구축함 건조사업(KDDX)의 참가 여부가 불확실해지면서 해외 시장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먼저 HD현대중공업은 오는 3월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남미 페루 호위함 사업 입찰에 참가할 예정이다. 수주규모는 약 3000억원이다. 이와 함께 HD현대중공업은 2025년 중으로 필리핀 해군의 호위함 도입 사업에도 도전장을 내민다.

이는 최근 전세계적으로 전쟁 등 지정학적 위험이 확산되면서 각국 정부들이 군비 확장 기조를 펼치면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 세계 군함 및 해군 선박시장은 올해 1105억1000만달러(약 147조원)으로 추산되고 연평균 13.31%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오는 2029년에는 2064억3000만달러(약 27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HD현대중공업은 일찌감치 해외 협력을 모색해왔던 만큼 이를 기반으로 해외 수출 시장으로 빗장을 열겠다는 복안이다. 이미 HD현대중공업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손잡고 사우디 동부 주바일 인근 킹살만 조선산업단지에 국제해양산업(IMI) 합작 조선소를 건립 중이다.

이를 통해 현지 맞춤형 함정 건조를 추진할 방침이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이달 초에 열린 사우디아라비아 국제 방위산업전시회인 ‘WDS 2024’에서 최신예 호위함인 ‘충남함’을 비롯해 훈련함, 3000톤급 잠수함 선보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 대표는 “HD현대중공업의 함정 건조 기술력과 사업관리, 유지·보수·정비(MRO) 등 함정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서 우수한 역량을 바탕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방산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또 지난 21일에는 세계적인 방산 기업인 영국 밥콕 사와 ‘수출형 잠수함 사업의 발전적인 방향’과 ‘미션시스템 분야 상호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며 수출을 위한 잠수함 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개발에 착수한 3000톤 이하 수출형 잠수함에 밥콕의 검증된 무기 취급 및 발사시스템(WHLS)을 탑재할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특수선 수주 목표를 9억8800만달러(약 1조3000억원)으로 잡았다. 이는 지난해 수주 실적(1억3800만달러) 대비 7배 가량 높였다.

이에 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국내 수주에서 불리해진 만큼 수출을 통한 함정사업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더욱이 올해 상향한 수주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수출 경쟁력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사진=HD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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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루·필리핀 호위함에 도전장···사우디 합작 마중물

이에 대해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호위함급 이상 함정을 독자 설계하고 건조할 수 있는 기업은 당사와 경쟁사(한화오션) 2곳뿐”이라며 “이 중에서도 진화적 기술이 적용된 최신 함정은 대부분 HD현대중공업이 설계·건조했다. 수상함 수출에서도 HD현대중공업이 많은 실적을 쌓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화오션 역시 방산사업을 통해 계열사와의 시너지와 함께  실적 개선을 노리고 있다.

이들은 한화그룹 품 안에 들어가면서 방산사업부터 재정비에 돌입했다. 지난해 울산급 호위함 Batch III 5·6번 함을 수주했고 지난해 말 3600톤급 장보고 III Batch II 3번함 건조 계약을 체결하는 등 방산사업 확대를 가시화했다.

또 지난해 11월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 중 약 6300억원을 방산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며 이중 1500억원을 시설 투자 금액으로 책정했다. 더욱이 오는 2040년까지 특수선 사업 매출을 7조3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2040년 매출 목표가 30조원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25% 가량을 특수선을 채우겠다는 뜻이다.

여기에 오는 2029년부터 연간 수상함 4척과 잠수함 5척, 창정비 2척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는 현재보다 2배 이상의 건조능력을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함정 수출이 물꼬를 틀 경우 K방산의 종합판이 수출되는 격이라며 함정은 단순히 선박을 건조하는 개념이 아닌 다양한 무기 체계와 소요되는 포탄, 감시체계 등 다양한 기술이 종합적으로 탑재되기에 K방산 수출의 질과 양 모두 성장세를 모색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은법 개정안이 통과를 앞두는 등 방산 수출을 위한 제도 마련에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면서 “최근 중국의 함정의 수적 증가에 미국도 긴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탁월한 선박건조 능력을 보유한 한국 조선업계가 빠른 납기와 함께 걸출한 수주 결과물을 내놓을 경우 글로벌 특수선 사업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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