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일레븐 점포. [사진=연합뉴스]
세븐일레븐 점포.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최은지 기자]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이 3134억원 거금을 들여 한국 미니스톱을 인수한 이후 적자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의 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사 측의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인수 이후 2년여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 시너지를 내지 못해 ‘승자의 저주’가 아니냐는 평가도 공존한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리아세븐의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은 4조33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24억원에 달하며, 당기 순손실은 1078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러한 실적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6월 코리아세븐의 신용등급을 ‘A+ 부정적’에서 ‘A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어 같은해 11월에는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코리아세븐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낮췄다.

당시 한국신용평가 측은 “기존점 성장과 신규 출점, 한국미니스톱 편입 등에 따른 규모의 경제효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확산 이후 감소세를 보였던 점포당 매출액은 회복이 지연되고 있으며 영업수익성 저하 폭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부담 커지는 코리아세븐

코리아세븐은 실적 부진의 배경으로 인수합병 후 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지목했다. 미니스톱 점포가 세븐일레븐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미니스톱에 해당하는 매출은 감소하는 반면, 물류센터 등 고정비 부담은 유지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통합 과정 중에 맞이한 경영 부담이다. 일례로, 롯데그룹은 경영 효율화의 일환으로 코리아세븐의 현금인출기(ATM) 사업부(구 롯데피에스넷)의 분리 매각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매각 추정 대금은 400억~500억원이다. 

최근에는 한강 편의점 무단 영업과 관련해 서울시가 제기한 상고심에서 패소하며 61억원 배상금 지급판결을 받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은 각각 2008년과 2009년 한강변에 매점을 조성하고 8년간 운영한 뒤 서울시에 반납하는 조건으로 운영에 들어갔으나, 운영 기간 종료 이후에도 1년여간 무단으로 영업을 지속했다. 

이에 서울시는 불법영업을 통해 이득을 얻었다며 손해배상 청구에 나섰고, 대법원은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에 각각 9억 8000만원과 5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코리아세븐의 입장에서는 미니스톱 인수 전 이뤄진 미니스톱의 무단영업에 대해서도 배상금을 부담하게 된 셈이다.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의 합병 마무리가 내달 예정됐다는 점도 주목할 사안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리아세븐은 오는 3월 20일 자회사 롯데씨브이에스711(전 한국 미니스톱)을 흡수 합병키로 했다. 미니스톱 브랜드 사용 기한 또한  3월 만료 예정이다. 

이에 따라 쟁점은 미니스톱 점포의 세븐일레븐 전환율이 됐다. 당초 코리아세븐은 지난해 말까지 100% 전환을 목표로 했지만 이를 달성하지 못하고 올해를 맞이했다. 이날 기준 전환율은 96% 이상으로 약 100여 곳이 남아 있다. 미니스톱 브랜드 사용 기한이 얼마남지 않은 만큼, 법적 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빠르게 움직여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위부터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이마트24 편의점 간판. [사진=각 사]
위부터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이마트24 편의점 간판. [사진=각 사]

◇편의점은 '규모의 경쟁'···하반기 지켜봐야

그럼에도 긍정적인 것은 통합 과정 이후 코리아세븐이 갖게 될 점포 수다. 통상적으로 편의점 점포 수는 매출과 직결된 의미로 통한다. 점포 수가 많을수록 상품 입점 업체와의 협상력이 높아지고, 타 업종과의 협업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어서다. 이러한 점포 경쟁력은 수익구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만 무작정 점포 수를 늘릴 수는 없다. ‘편의점 자율 규약’이 있어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8년부터 편의점 가맹본부와 편의점 점포의 근접 출점을 제한하는 편의점 자율 규약을 체결해왔다. 이에 따라 기존 편의점에서 50~100m 이내에는 신규 편의점 출점이 불가능해졌으며, 이는 국내 편의점 업계가 해외 공략을 나서는 배경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에 업계에선 코리아세븐의 한국미니스톱 인수를 국내 편의점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한층 높인 ‘신의 한 수’로 평가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편의점 업계 BIG 2(GS25·CU)에서 BIG 3(GS25·CU·세븐일레븐)으로의 변화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실제 점포 전환 작업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GS25, CU,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세 곳의 덩치는 이전보다 비슷해진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편의점 점포 수는 CU가 1만7762점, GS25는 1만7390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세븐일레븐 매장은 1만4000여점까지 불어나 3강 구도가 형성된다. 

또 전환 이후에는 더 이상 통합 비용이 들지 않아 그간의 적자 요인도 사라지게 된다. 이에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와 관련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세븐일레븐으로 브랜드 전환된 기존 미니스톱 점포들은 안정화되면서 매출이 좋아지고 원가개선 효과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니스톱 통합이 한창인 만큼 관련 투자, 운영비 등 고정 비용의 영향은 통합이 완료되는 시점까지는 감안돼야 할 요소”라며 “모든 미니스톱 PMI(브랜드 전환, 시스템 통합 등) 절차가 마무리된 후부터는 시너지 창출과 함께 사업 안정성도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앞으로 코리아세븐은 미니스톱의 강점인 넓고 쾌적한 매장, 특화된 즉석식품의 핵심 경쟁력을 세븐일레븐의 차세대 플랫폼(푸드 드림)과 융합해 경쟁력을 높여나갈 방침이다. ‘푸드 드림(Food Dream)’은 다양하고 차별화된 먹거리와 넓고 쾌적한 매장을 표방하는 미래형 편의점 모델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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