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사옥. [사진=이뉴스투데이DB]
LG그룹 사옥. [사진=이뉴스투데이DB]

[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올해부터 ‘글로벌 최저한세’가 시행되며 국내 기업 가운데 美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제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진 LG화학이 복잡한 셈법에 빠졌다. 더욱이 1년만에 천문학적 규모의 공모채 발행에 나서면서 공모채로 확보될 자금 향방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오는 27일 1년만에 최대 1조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지난해 2월 약 8000억원 규모로 발행한 공모채와 비교해 약 25% 증가한 수치다. 실제 발행은 다음달 6일에 진행할 계획이다.

LG화학은 공모채 진행이 완료되면 기존 채무상환과 시설자금으로 자금을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부터 세계 무역시장에 새로운 조세체계가 적용됨에 따라 국내 글로벌기업들은 추가 세액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이 IRA에 따라 대규모 생산세액공제(AMPC)를 받은 만큼 모회사인 LG화학의 추가 세금에 대한 부담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회사의 실효세율이 최저한세인 15% 이하면 모기업이 본국에서 차액을 세금으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약 6700억원이었던 LG에너지솔루션의 IRA 보조금은 올해 2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미국 내 2개 공장에서 연 45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했고 올해는 3개 공장에서 연 130GWh 생산으로 규모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오는 2025년에는 7개 공장에서 약 293GWh 생산이 가능해 세금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LG엔솔, 2024년 IRA 보조금 2조원 추정 

LG화학 역시 현재 미국 테네시에 북미 최대 규모의 이차전지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중 8000억원이 넘는 차환자금도 마련해야 한다.

강금윤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올해부터 글로벌 최저한세가 본격 시행되는 만큼 저세율국에 공장을 설립했거나 국외에서 투자세액공제 등 각종 세제 혜택을 받는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최저한세 관련 추가 세액 부담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글로벌 최저한세 시행 여파로 LG화학의 자금 부담이 더욱 커지는 가운데 1조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으로 모인 자금이 단순한 기존 채권 차환에만 사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LG화학이 이르면 연내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대규모 투자 계획과 낮아진 현금 창출 능력을 감안하면 회사가 자금 조달 방안으로 제시한 외부 차입만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의 지난해 시설투자(CAPEX) 규모는 약 3조4000억원으로 추산되며 대부분 투자가 친환경 소재·전지 소재·혁신 신약 등 3대 신성장 사업에 집중됐다.

LG화학은 지난달 열린 2023년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향후 2~3년은 매년 4조원 안팎의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관건은 자금 조달 능력이다. 최근 전기차와 배터리 업황 둔화가 뚜렷하고 본업인 석유화학마저 업계 전반의 불황으로 회사의 현금 창출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7월에도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활용해 20억달러(약 2조6640억원)의 외화 교환사채(EB)를 발행한 점도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설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일각, "회사채로 추가 세금 부담 해결할 듯"

다만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설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AMPC 수혜로 발생할 추가 세금 부담을 감당하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매각할 정도의 재무 상태는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LG화학 관계자는 “올해 글로벌 최저한세로 부담해야 할 금액은 그리 크지 않은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은 회사 경영상 전략적으로 활용가능한 자산이며 매각 여부는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점차 어려워지는 업황 속에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가 현재 LG화학의 자금 조달 능력으로 가능하겠냐는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이 아니라면 이번 회사채 발행으로 세금 문제해결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 입장에서도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동력이라 쉽게 지분 매각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난해 본업인 석유화학이 영업손실이 나는 등 기초 여건이 불확실한 가운데 추가로 부담할 세금은 결국 채권 발행에 의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LG화학 관계자는 “공모채와 별개로 매년 시설투자에 4조원 가까이 가져가겠다는 것이 LG화학의 계획”이라며 “올해 글로벌 최저한세로 인한 추가 세금 부담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판단되며, 공모채 규모를 1조원 정도로 발행하기로 한 이유도 내부 캐시플로우(현금흐름)로 충분히 4조원 가까운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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