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부회장.[사진=HD현대]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사진=HD현대]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HD현대가 속속 자회사 상장을 추진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선 정기선 부회장의 그룹 승계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 부회장은 상장이 이뤄질 경우 자회사 배당금의 재배당 등을 통해 상속 재원 마련에 속도를 내게 됐다.

25일 투자은행(IB)업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최근 HD현대마린솔루션(옛 HD현대글로벌서비스) 주권 신규상장 예비심사 결과 상장 규정상 요건을 충족해 상장에 적격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옛 현대중공업 AS사업을 따로 때어내 물적분할한 회사다. 최대 주주는 HD현대로 현재 6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 2021년 프리IPO를 통해 38% 지분을 확보했다.

최근 조선업이 호황에 발맞춰 HD현대마린솔루션는 올 상반기 IPO(기업공개)의 최대어로 꼽힌다. 이들은 지난해 전년 대비 7.2% 늘어난 매출 1조4305억원, 영업이익은 41.9% 증가한 2015억원을 기록했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3조원에 달한다.

이에 앞서 진행된 현대힘스의 우수한 공모 성과도 힘을 보태고 있다. 현대힘스는 IPO를 앞두고 실시한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희망공모가범위(5000~6300원)를 초과하는 7300원으로 확정했다. 확정 공모가 기준 공모금액은 635억6110만원, 상장후 시가총액도 약 2542억원으로 늘어난다. 코스닥 상장 예정일은 오는 26일이다.

◇ 예비고사 현대힘스 IPO 성공적···구주매출 부담 줄여

현대힘스가 수요예측에서 몸값을 높이는 데 성공하면서 다음 IPO를 준비하고 있는 HD현대마린솔루션에 대한 전망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이번 현대힘스 IPO는 HD현대마린솔루션 IPO와 여러 면에서 유사해 HD현대마린솔루션 IPO의 모의고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양사는 HD현대 관계사로 두 기업 모두 상장 전 사모펀드에 지분 일부를 매각했고 사모펀드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공모주 역시 구주매출 비중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통상 구주매출은 IPO과정에서 흥행에 부정적인 요소로 평가받고 있지만 이번 현대힘스가 구주매물에 상관없이 수요예측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면서 HD현대마린솔루션 구주매출에 대한 부담을 한층 덜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욱이 상반기 최대어로 꼽히는 HD현대마린솔루션이 상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할 경우 정 부회장의 지분 승계도 청신호를 켜게 됐다.

HD현대는 2016년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로보틱스로 지주사인 HD현대를 만들고 각 계열사를 분할하고 합병하는 절차를 통해 지주사 체제를 완성했다. 정 부회장은 이전까지는 보유한 주식이 거의 없었지만 2018년 3월 KCC로부터 현대로보틱스 83만1000주(지분 5.10%)를 블록딜로 사들이며 지분확보에 나섰다.

지주사 전환 이후 정 부회장은 HD현대 지분 5.26%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를 위해서는 부친인 정몽준 이사장의 지분 26.60%를 승계받는 것이 과제다. 재계는 정 이사장의 상속세 부담이 약 8000억원 정도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정 부회장은 계열사의 배당금을 지주사가 받고 다시 재배당 받는 수순으로 재원을 마련 중이다. 실제 HD현대는 경영 승계 작업이 본격화된 2018년 이후 현재까지 고배당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최근 5년간 수령한 배당금은 844억원 수준이다.

이 때문에 HD현대마린솔루션이 IPO이후에는 정 부회장의 배당금 역시 확대될 것이라는 데에 힘이 실린다. 지난 6일 열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HD현대 측은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 이후 HD현대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보유 중인 자기 주식 소각이나 주식 추가 매입 방안 등을 고민할 것이다. 향후 적절한 시기에 이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더불어 3번이나 IPO를 시도했던 HD현대오일뱅크의 재도전 가능성과 HD현대로보틱스 IPO 등도 호재로 남아 있다.

다만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에 청신호를 켰지만 HD현대 주주들 사이에서는 이번 상장이 중복상장에 해당되는 만큼 불만도 감지된다. HD현대는 현재와 같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중복상장을 실시해왔다.

인적분할 전 옛 현대중공업그룹의 상장사는 단 2곳에 불과했지만 현재 8개로 확대됐다. 인수로 인해 그룹에 편입된 HD현대인프라코어, 인적분할 이전 상장돼 있던 현대미포조선을 제외하면 사실상 현대중공업 1개사가 총 6개로 쪼개져 상장돼 있다.

◇ 지주자 전환 했지만 중복 상장으로 PBR 낮아져

이를 의식한 듯 HD현대는 지난해 초 현대삼호중공업 상장을 철회하고 상장 조건으로 투자받은 IMM PE 지분을 모두 사들이기도 했다.

HD현대 측은 이번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과 관련해 “이미 8년 전에 독립법인으로 만들어진 회사를 상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중복상장 사례와는 다르다”면서 “상장을 해도 지주사의 지분율이 5% 내외로 줄어들기 때문에 지분율 자체도 큰 변화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중복상장은 모회사의 자회사가 상장되면 그만큼 모회사의 시장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에 저 주가순자산비율(PBR)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주가 부양을 위해 중복상장 해소가 필요하다는 점도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실제 SK렌터카 지분 72.9%를 보유하고 있는 SK네트웍스는 지난해 8월 완전 자회사 편입을 결정하고 100% 지분확보 후 지난달에 상장폐지를 완료했다.

이에 대해 박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SK네트웍스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상장사 SK렌터카 100% 완전자회사로 편입 후 상장폐지를 완료했다”며 “더블카운팅(중복상장) 해소와 동시에 SK렌터카 신속한 의사결정에 따른 경영효율화, 수익성 개선 등 기업지배구조 및 실적 개선을 기대한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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