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사옥 전경. [사진=이뉴스투데이DB]
SK이노베이션 사옥 전경. [사진=이뉴스투데이DB]

[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지난해 본업인 석유사업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가운데 비(非)정유사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2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석유사업 부문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이 1652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4분기에 20%나 급감한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하락으로 대규모 재고 손실을 기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비슷한 상황이다. GS칼텍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58% 떨어진 1조6838억원이었고 HD현대오일뱅크는 영업이익 6167억원을 거두며 전년 대비 77.9%나 급감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 윤활유사업은 지난해 9978억원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정유 사업 영업이익인 8109억원보다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에쓰오일의 경우도 윤활유 부문은 8157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정유 부문 영업이익인 3991억원을 두 배 이상 앞지른 수치로 윤활유 부문이 전체 영업이익의 과반을 책임졌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4분기 정유 부문과 석유화학 부문이 각각 영업손실 729억원, 339억원을 기록했지만 윤활유 부문만은 347억원 흑자를 달성했다.

◇에쓰오일, 지난해 윤활유 영업익 정유 두 배 넘어

윤활유 사업이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해서 커지면서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한 모양새다.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변동성이 높은 정유 사업과 달리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안정적이고 전기차 시장 성장에 발맞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윤활유는 정유사들이 먼저 휘발유·경유 등을 정제하고 남은 잔사유를 처리해 윤활기유를 생산하고 다시 윤활기유에 여러 첨가제를 넣어 생산하고 있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생산 과정이 단순하다는 이점도 있다.

특히 전기차용 윤활유가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이유는 기존 내연기관 윤활유와 달리 냉각과 이차전지 효율 향상을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활유는 전기차의 전기모터와 기어의 열을 빠르게 식히고 차량 내부에서 불필요하게 흐르는 전기를 차단하는 절연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 들어 잠시 주춤했지만 업계에서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을 필연적으로 보고 있는 점도 주목되는 점이다.

시장조사기관 BIS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용 윤활유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28.8%씩 성장해 오는 2031년에는 174억1290만달러(약 23조1435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정유사들은 전기차용 윤활유 신제품을 선보이며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앞으로도 전기차용 윤활유 제품군을 지속적으로 늘려가 해외시장에서도 적극적으로 판매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활유 제품과 더불어 지속가능항공유(SAF) 확대도 정유업계가 주목하는 신사업 분야다.

이미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6년까지 울산 콤플렉스(CLX)에 SAF 생산 설비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최근 SK에너지 원유운영·해상출하 조직을 인적분할한 SK엔텀을 100% 자회사로 설립했다. SK엔텀은 SAF 등 저탄소 원료 및 제품을 저장·출하하는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에쓰오일은 SAF 생산을 본격 추진하며 지속가능성 국제인증(ISCC) 획득을 준비하고 있다. 원활한 원료 조달을 위해 지난 2022년 11월 폐유지 수거 온라인 플랫폼 올수에 지분 투자를 진행 중이다.

GS칼텍스도 지난해 6월 대한항공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국내 최초로 바이오항공유 실증을 추진했다. 양사는 SAF 도입을 위한 제반 인프라와 환경을 공동 조성하고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제품 상용화에 나설 예정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오는 2025년까지 SAF 공장을 짓고 연간 50만톤 규모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아울러 안정적인 원료 조달을 위해 지난해 10월 LX인터내셔널, 코린도그룹 등과 연간 총 12만톤 규모 팜잔사유 구매 계약을 맺었다. 팜잔사유는 팜유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다.

◇비석유 부문 매력···안정적 수익 구조

이같이 각사들이 SAF 사업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주요국들의 규제 강화로 인한 높은 성장성이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2025년부터 SAF 의무 사용 비율 2%를 적용하기로 했으며 의무 비율은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 등으로 확대될 계획이다. 미국도 오는 2050년까지 항공연료 수요 100%를 SAF로 대체하기로 했다. 

시장조사기관 모더인텔리전스에 따르면 SAF 시장은 지난 2021년 7억4550만달러(약 9938억원)에서 2025년 100억달러(약 13조2930억원), 2025년 215억달러(약 28조5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국회 본회의에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정유업체가 친환경 석유대체연료 생산·사용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아직 정유업체 입장에서는 윤활유가 주력 수익원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며 “하지만 안정적인 시장 구조와 전기차 성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지속적인 이익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업황이 급격히 꺾이며 상대적으로 윤활유 부문 흑자가 부각되지 않았나 싶다”며 “다만 인공지능(AI)시대가 열리면 데이터 서버 냉각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돼 전기차가 아닌 또 다른 새로운 시장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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