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그래픽=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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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영민 기자] 경기회복‧상생금융을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에 은행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예대마진 축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당국의 공개적인 ‘대손충당금 비축’ 요구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해졌지만, 경기회복을 위한 돈 보따리 주문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이자장사 지적 후, 대출금리 인하 등 4대은행에서만 6000억원이 넘는 상생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이어진 ‘은행 종노릇’ 질타에 또다시 1조3000억원원을 내놨지만, 최근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위한 20조원을 추가로 부담하게 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생금융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그런데 충당금 비축을 요구하면서 경기회복까지 도모하라는 모순된 당국의 압박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번 정부는 은행이 아무런 노력도 없이 수익을 올렸다고 치부한다”면서 “아마도 정권이 바뀌지 않는 한 지금의 논리는 계속되고 은행에 대한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권의 불만은 지난해 당국의 2차 상생압박에 전 산업군을 통틀어 역대급 규모인 2조원 이상의 지원에 나서면서 정부에서도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당시 규모와 같은 수준의 추가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기 어렵고 향후 자체적인 프로그램을 통한 사회적 책임을 예상했다.

다만 역대급 규모의 상생지원에도 전년과 큰 차이없는 실적은 빌미를 제공했다.

8일 신한금융지주를 끝으로 마무리된 4대 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합계는 전년(15조8056억원)보다 8374억원(5.3%) 줄어든 14조9682억원이다.

이자수익은 연간 40조6553억원으로 전년(39조6739억원)보다 2.5% 늘었고 비이자수익은 총 10조5187억원으로 48% 급증했지만, 당국의 상생 압박과 경기 불안정으로 인한 충당금 적립도 부담을 줬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은행장 및 정책금융기관장 간담회를 개최해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사진=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는 15일 은행장 및 정책금융기관장 간담회를 개최해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올해 새롭게 시작한 당국의 상생압박은 중견‧중소기업이 대상이다.

금융위원회는 15일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총 76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시중은행은 우대금리 제공과 자금출연 등의 방식으로 20조원을 책임진다.

시중은행과 산업은행은 각각 1조원, 총 6조원의 신성장 진출 중견기업 전용 저리대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기업의 설비투자, R&D자금, 운영자금 등에 대해 업체당 최대 1500억원까지 1%포인트(p) 금리를 우대해 대출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중견기업전용펀드와 중소기업용 저리대출 프로그램에도 자금을 출연한다.

투자규모는 최대 5조원으로 1차로 5000억원 조성하고 성과에 따라 운영 규모를 확대한다. 올해 3분기까지 1처 펀드 결성을 완료하고 집행할 방침이다.

설비투자 확대, 사업재편 및 미래혁신산업 진출을 추진하는 중소기업에 금리우대 혜택도 제공한다.

은행별로 지원상품을 신규개발하거나 기존상품에 우대조건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별 최대 1%p 금리를 감면하는 내용으로 5대은행은 각각 1조원씩 지원한다.

중소기업의 중견기업 성장을 위한 단계별 지원에도 나선다.

은행의 임의출연을 기반으로 신용보증이 단계별 보증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 기업의 성장을 도모한다. 지원규모는 2조3000억원으로 5대은행의 몫은 1조5000억원이다.

매출하락 등 어려움을 격는 중소기업에 금리 혜택도 제공한다. 기업은행 2조원, 5대은행 3조원 등 총 5조원 규모다. 대상 기업이 보유한 대출금리 5%를 초과한 대출에 대해선 1년간 금리를 5%까지 감면하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이자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정상화, 재창업 지원 등에도 참여한다.

은행권에선 반복되는 당국의 지원 요구에 기업가치 하락과 성장성 제동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경기침체로 중소‧중견기업의 연체율이 오르는 가운데 ‘신성장·신산업’을 이유로 지원을 하는데도 부담도 크다.

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은행의 경쟁력 확보, 비이자수익 확대를 강조하면서 다양한 명목으로 실적 환원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우대금리 제공, 대출확대 등은 은행의 건전성과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은행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공공의 적으로 규정한 것 같다”면서 “피감 입장인 은행이 당국의 요구에 불만을 제기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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