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니 다들 ‘탄소중립’을 말하고 있다. RE100(재생에너지 100%)은 그 용어조차 낯설다. 하지만 우리는 겨울철 심한 미세먼지를 경험하고 점점 더 강한 태풍이 한반도를 덮치는 여름을 보내며 기후위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곤 한다. 2024년을 맞아 석탄부터 신재생에너지까지 에너지원을 차례로 짚어보며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시대 에너지산업 강국으로 나갈 수 있는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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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하마스가 지난해 감행한 이스라엘 기습공격 작전 ‘알 아크사의 홍수(Al-Aqsa Deluge)’는 여러 면에서 50년 전 ‘욤 키푸르(Yom Kippur)’ 전쟁과 닮았다.

중동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무력 충돌이 쉽게 종식되지 않자 50년 전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충돌한 욤 키푸르 전쟁(제4차 중동전쟁)과 비슷한 양상이 보인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지난 1973년 10월 유대교 명절인 욤 키푸르에 이집트군은 수에즈 운하 건너편에 있는 이스라엘군을 기습 공격했다. 이스라엘의 막강한 방어선인 ‘바레브 선’을 고성능 수압펌프로 무너트리며 진격했다. 이후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지속됐지만 이집트군은 이를 미리 대비하며 견뎌냈다.

지난해 10월 하마스가 전개한 공격도 이와 비슷하다. 이스라엘 축제일에 맞춰 기습공격을 개시한 하마스 지도부는 가자지구 지하에 머물 수 있는 터널을 갖추고 이스라엘군의 전면적인 공습을 대비했다. 50년 전 이집트의 기습공격을 답습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은 가자지구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반격이 진행 중에 있어 끝을 알 수 없지만 50년 전 전쟁이 가져온 변화는 분명했다.

앞서 지난 1944년 7월 미국이 주도한 브레튼우즈(Bretton Woods) 회의에서 영국 대표인 케인스가 제안했던 세계화폐는 거부되고 미국의 의도대로 달러 중심의 금환본위제도가 확립됐다. 당시 미국은 35달러를 금 1온스와 교환해 주는 금태환을 약속했다.

문제는 1965년 암살당한 케네디 대통령을 승계한 린든 B. 존슨이 베트남 전쟁을 확대하면서 미국 경제가 수렁으로 빠져들자 시작됐다. 그는 부족한 재정을 메우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에 금 보유와 상관없이 달러를 더 발행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이후 미국의 금 보유량은 전 세계 금의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오히려 1971년 들어 달러 통화량은 10%나 늘어났다. 이에 불안을 느낀 서독이 그해 5월 브레튼우즈 체제를 탈퇴하면서 다른 나라들도 동요하기 시작했고 달러의 힘을 불안한 시선으로 지켜보게 됐다.

◇무너진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미국을 살린 ‘석유’

이러한 미국에 대한 전세계의 불안을 뒤로하고 1971년 8월 15일 정오 TV에 등장한 닉슨 대통령은 “더 이상 달러를 금으로 바꿔줄 수 없다”는 금태환 정지 선언을 발표했다. 이른바 ‘닉슨 쇼크’였다.

하루아침에 국제 외환시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무엇보다 이날부터 달러는 기축통화의 위상을 상실하게 됐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일 쇼크가 덮쳤다. 욤 키푸르 전쟁이 발발했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나라들을 제재하기 위해 석유 무기화를 천명하며 급격히 원유 가격을 올렸다. 3개월 사이에 석유 가격이 배럴당 3.01달러에서 11.65달러로 387%나 급등했다.

달러 패권이 무너지기 시작하던 당시 미국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놨다.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은 1975년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를 방문해 “OPEC의 원유 대금은 미국 달러로만 결제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이끌어 냈다. 대신 미국은 사우디에게 군사 지원을 약속하며 ‘페트로 달러’ 시대가 열리게 됐다.

하지만 50여년 굳건해만 보였던 이 체제도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세계 에너지 시장에 잠재해 있던 불안감을 자극하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원유와 석유제품 수출 1위를 자랑하던 러시아를 퇴출시킨 서방은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미국에 매달리게 됐고 중국과 이란, 중동 등 미국과 정치적으로 적대 관계를 맺어온 국가들은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에 열을 올렸다.

더욱이 최대 에너지 수입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사우디 원유를 위안화로 결제하겠다고 나서며 처음 페트로 달러의 패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2년 12월 9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중국‧걸프협력회의(GCC) 기조연설에서 “향후 3~5년 내 GCC 국가로부터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을 늘리고 위안화로 결제할 것”이라며 “GCC 국가들은 석유와 위안화 결제를 위해 상하이 석유·천연가스 거래소(SHPGX)를 충분히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사실상 1970년대 이후 세계 금융 질서를 지탱해 온 페트로 달러 체제의 해체를 요구한 것이다.

페트로 달러 체제에 중국이 도전할 수 있게 된 배경은 빠른 경제 성장으로 미국이 차지하고 있던 최대 에너지 소비국 지위를 2010년부터 빼앗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이유가 더 있다. 미국은 2010년대 셰일오일 채굴 열풍에 빠졌고 10년 새 석유 생산량이 2배가량 늘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1분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량이 하루 약 1963만배럴에 달하며 세계 생산량 1위국이 될 전망된다. 반면 미국이 페트로 달러 시대를 여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사우디는 하루 902만배럴로 미국의 절반도 생산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패권 경쟁보다 두려운 ‘탄소중립’

이 때문에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지역이 미국의 글로벌 정책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는 1970년대 대비 크게 낮아졌다. 실제 미국이 석유 순 수출국이 된 2019년부터 미국과 사우디 관계는 파열음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특히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암살사주’ 의혹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양국 관계는 악화 일로다.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가 참전한 예멘 내전 지원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이란과 ‘핵 협정(JCPOA)’ 복원 시도 등으로 사우디의 불안을 꾸준히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석유산업계를 관통하는 위기의 본질은 석유 헤게모니와 거리가 멀다.

오늘날 국내 석유 시장을 살펴보면 뚜렷한 쇠퇴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휘발유와 항공유 소비량은 소폭 증가했지만 경유와 나프타 등 다른 제품 소비량은 현저히 감소했다.

전기자동차 등장과 더불어 ‘탄소중립 전환’이란 세계적 흐름 속에 정부와 기업이 석유같은 탄소 배출량이 높은 에너지원에 대한 수요를 점차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석유제품 소비량은 9억2618만3000배럴로 전년보다 2.2% 감소했다.

경유 소비량이 1억6049만1000배럴로 전년보다 1.9% 감소했고 나프타 소비량은 4억2996만2000배럴로 3.8% 감소했다. 액화석유가스(LPG) 소비량도 1억2518만1000배럴로 5.7%나 줄어들며 감소세를 이끌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예전 석유제품 소비량 감소는 비중이 큰 나프타의 화학 시황 영향을 받은 일시적 현상이었다”며 “지난해 감소세는 구조적 현상으로 보여 업계 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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