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한-쿠바 수교, 글로벌 중추국가로 지평 확대"

[이뉴스투데이 방은주 기자] 한국과 쿠바가 수교를 맺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14일 미국 뉴욕에서 양국의 주유엔대표부 간의 외교 공한을 교환하는 형식으로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수교로 한국은 중남미 모든 국가와 수교를 하게 됐다"며 "대(對) 중남미 외교에서 나아가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지평이 확대됐다"고 했다.

쿠바는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는 국가임에도 현재 190여 개국과 수교 중이며 쿠바 수도 아바나에는 100개국이 넘는 나라가 대사관을 운영하고 있다. 쿠바가 제3세계 외교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음에도 그동안 북한과의 관계로 한국과 쿠바 양국 간 수교에 어려움이 있었다. 윤 정부는 쿠바 수교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온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쿠바 수교가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다"며 "이번 수교는 윤 정부 출범 이래 국가안보실, 외교부를 비롯한 유관 부처 간의 긴밀한 협업과 다각적인 노력의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 2년 동안 쿠바 수교를 위해 지속적인 물밑 작업과 적극적인 외교 노력을 병행했다"며 "지난해만 해도 우리 외교부 장관이 쿠바 측 고위인사와 3번 접촉했고, 수교 교섭을 주 멕시코 대사관을 통해 했는데 주 멕시코 대사도 쿠바를 방문해 당국자들과 협의했다. 국·과장급 실무진에서도 여러 번 접촉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2022년 이후 쿠바에서 몇 번의 인도적인 소요 당시 국가적 지원을 통해 우호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해 왔음을 강조했다.

정부는 쿠바가 2022년 8월 연료저장시설 폭파에 이어 지난해 6월 폭우 피해, 올해초 식량 부족 등의 어려움을 겪었을 때 인도적 지원을 했다. 또한 지난해 12월에는 아바나 영화제에서 한국영화 특별전 개최 등 문화적 교류도 해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수교와 관련해 "중남미 모든 국가와 수교를 맺으면서 정부의 외교 목표인 글로벌 중추국가의 지평을 확대하는 등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위상과 역할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한류로 쿠바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호감이 굉장히 높아진 점도 이번 수교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했다.

이어 쿠바가 북한과 오랜 기간 동안 중요한 관계 맺어온 우방 국가이자 형제국이라는 표현을 언급하며 "형제국 표현이 맞는 표현이라는 말씀을 드릴 수 가 있겠고 그렇기 때문에 이번 수교로 북한은 상당한 정치적 심리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실제로 1986년 고(故)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한과 쿠바가 친선 조약을 맺었고 조약문 서문에는 '형제적 연대성의 관계다'라는 문안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수교 문제에 대해 쿠바가 한류라든가 여러가지로 한국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교에 응하지 못했던건 북한과의 관계 때문인데 이번 수교가 결국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대세가 어떤 것인지, 대세가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또 다른 측면에서는 대(對) 사회주의권 외교의 완결판"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앞으로 쿠바와 정치, 경제 관계 뿐 아니라 문화, 교육 등의 분야에서도 계속 발전시켜 나가겠다"며 "코로나 이전에 우리 국민들이 연간 1만4000여명 정도 방문했는데 이런 부분들에 대한 영사적 지원도 면밀하게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국의 제재를 받는 쿠바와 수교를 하면서, 미국의 전자여행허가제(ESTA) 발급에 영향이 있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 ESTA 문제는 2021년 1월 이후 쿠바 방문을 했거나 쿠바와 복수 국적자인 경우는 비자를 따로 받아야 된다"며 미국 자체의 ESTA 규정임을 밝혔다.

이어 북한의 반발이 예상되는데도 쿠바가 한국과 수교를 맺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쿠바는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으나 한국과 이스라엘 정도를 제외한 190여 개국과 수교를 하고 있다"며 쿠바 내 한류에 대한 호감 등으로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경제 협력 기회에 대한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했다.

앞서 지난 13일 한국과 쿠바의 수교에서 국무회의에 비공개 안건으로 상정됐을 정도로 보안을 유지했다. 특히 국무위원들 조차 국무회의에서 안건을 확인하고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양국 정상 간의 교류나 수교 보고 및 승인 시점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윤석열 대통령과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 간 교섭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대통령은 실무진 보고를 받고 확인 후 승인을 했다"고 전했다.

한편 외교부는 “중남미 카리브 지역 국가 중 유일한 미수교국인 쿠바와의 외교관계 수립은 우리의 대중남미 외교 강화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으로서,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우리의 외교지평을 더욱 확장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정부는 향후 쿠바 정부와 상호 상주공관 개설 등 수교 후속조치를 적극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