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장관 대행인 심우정 차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설 특별사면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법무부 장관 대행인 심우정 차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설 특별사면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안팎이 떠들썩한 가운데 연초부터 재계를 향한 사법리스크 해소가 잇달아 취해지면서 정재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설 특별사면을 통해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구본상 LIG그룹 회장이 복권됐고 바로 직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사법리스크를 대폭 해소해 어떤 선물보따리를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14일 재계 및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6일 중소기업인·소상공인, 청년, 운전업 종사자 등 서민생계형 형사범, 특별배려 수형자, 경제인, 전직 주요공직자, 정치인 등 980명에 대해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특히 이번 특별사면 명단에 최재원 SK 수석부회장과 구본상 LIG회장 등 5명이 이름을 올렸다.

최 수석부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친동생으로 2014년 최 회장과 함께 SK그룹 계열사의 펀드 출자금 46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같은해 2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이후 2016년 가석방 출소했고 같은해 10월 형기가 만료됐다.

구 회장은 경영권 유지를 위해 LIG건설 부도가 임박한 상황에서 1800억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를 발행한 혐의로 2021년 징역 4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뒤 2016년 만기 출소했다.

두 사람은 이미 선고된 형을 채우고 출소한 상태에서 형의 선고로 상실되거나 정지된 자격을 회복시켜주는 복권 조치가 이뤄졌다.

◇ 최재원 수석부회장·구본상 회장 복권에 재계 환영

정부 측은 “기업 운영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실형 복역을 마쳤거나 집행 유예 기간이 경과한 경제인 5명을 복권한다”면서 “국가전략 분야인 첨단 기술개발과 수출 증진으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윤석열 정부는 2022년 광복절 특사를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포함해 1693명을 사면했고 지난해 광복벌 특사 때에는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등이 대상에 포함됐다.

경제 6단체는 이날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 “경제인들이 이번 사면·복권 조치에 포함됨으로써 경제 활력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사면·복권 해당 기업인들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가능해짐에 따라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 기업의 고유한 역할에 박차를 가하고 준법경영과 사회적 책임이 중요성을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재계는 이뿐만 아니라 지난 5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권 불법 승계 및 분식회계 1심 재판에서 모두 무죄선고를 받게된 것을 두고 경제 성장의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의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돼 그간 미뤄진 대형 인수·합병(M&A)를 비롯해 이 회장이 그리는 ‘뉴삼성’ 구체화 역시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해외 출장을 비롯한 현장경영 행보에 제약이 사라지게 된 만큼 한국 경제활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 이 회장은 사법리스크를 덜자마자 설 연휴기간에 맞춰 해외사업장 방문에 나섰다. 그는 지난 9일 말레이시아 스름반에 위치한 삼성SDI 배터리 1공장을 찾아 사업을 점검하고 2공장 건설현장을 둘러보는 등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명절 글로벌 현장경영’을 지속했다.

이처럼 주요 경제인들이 최근 들어 특사 및 복권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다양한 해석 역시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이번 설 특사의 경우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치적 꼼수라는 얘기도 들린다.

특히 경제인들이 사면 및 복권이 거론될 경우 대대적인 선물 보따리를 풀기도 했다. 실제 2022년 광복절 특사로 사면된 이재용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우 사면에 앞서 그룹 차원에서 대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2022년 5월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고 롯데그룹 역시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해 5년간 37조원의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지난해 광복절 특사에 이름을 올린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명예회장 역시 속속 경영에 복귀하며 사법 공백으로 인한 그룹 재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이중근 회장은 지난 5일 시무식을 통해 직원 자녀 1인당 출산장려금 1억원을 지급하는 파격적인 출산 장려금 제도를 발표하며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이에 정부도 세제지원안 마련에 적극 나서는 등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김수경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기업의 자발적인 출산지원 활성화를 위해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즉각 강구하라”고 뜻을 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재용 회장 사건뿐만 아니라 구본상 LIG그룹 회장 사건 역시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신분으로 크게 관여했다는 점에서 경제계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더욱이 LIG넥스원은 국내 주요 방위산업 업체이지만 지난해 1월 아랍에미리트(UAE)를 마지막으로 경제사절단에 다수의 방산업체들이 동행한 것과 달리 이들은 합류하지 않으면서 의구심을 키운 바 있다.

또 최재원 SK 수석부회장도 그간 최태원 회장이 줄기차게 여러 공개석상에서 사면 및 복권을 요청했던 부분에 대한 화답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연합뉴스]

◇ 재계 대규모 투자 약속···출산장려금 1억 등장

다만 이번 특별사면을 두고 잡음이 지속되고 있다. 더욱이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민심을 챙기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할 수 있다지만 여전히 재벌 오너들에게 ‘유전무죄’를 반복한 셈이 됐다.

정부는 국가 경쟁력 강화와 경제 성장 기여를 내세우고 있지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재벌들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점에서 곱지않은 시선도 쏟아지고 있다.

한편 현 정부는 임기 2년 만에 4번이라는 잦은 사면권 행사를 했다는 점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 때문에 매번 논란이 불거지는 특별사면을 개선하기 위한 법개정이 필요하다는 데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 해외 선진국의 경우 사면권이 엄격히 제한되고 있고 통제장치도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해 국회와 법조계에선 2008년 도입 이후 실효성을 잃어버린 사면심사위원회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심사 과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 법무부 장관의 위원 위촉 비중을 줄여 위원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2015년 관련 연구보고서를 토해 “현재의 사면심사위는 위원장인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법무부 차관 및 실·국장, 판사, 변호사, 법학교수 등으로 법조계 인사가 다수라 사회 각계 의견을 반영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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