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공개한 HBM3E 제품.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공개한 HBM3E 제품. [사진=SK하이닉스]

[이뉴스투데이 유은주 기자] AI 시대가 가속화하면서 기존 D램보다 수배가량 가격이 비싼 HBM이 확실한 수요처 확보를 통한 새로운 ‘게임체인저’로 부상하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격돌하는 양상이다.  

지난해까지는 전체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의 HBM의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올해부터는 인공지능과 고성능컴퓨터의 수요 증가에 따른 시장규모가 확대되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얼어붙은 반도체 시장의 업황이 개선되며 AI가 불러온 반도체 훈풍에 따른 국내 반도체 업계 회복이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이에 SK하이닉스의 경우에는 올해 영업이익 10조원 상회가, 삼성전자의 경우 상반기 흑자전환이 전망되고 있다. 

고대역폭 메모리 HBM은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 D램을 여러 층으로 쌓아올린 메모리다. 고성능 컴퓨팅(HPC)에 최적화돼 GPU·NPU 등 AI 연산장치 옆에 장착돼 더 빠른 데이터 처리를 돕는다. 

엔비디아 외에도 전 세계적인 AI 반도체 제품 생산이 증가하면서 이를 위한 HBM의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SK하이닉스·삼성전자 등 D램 기업들이 HBM 설비를 늘리며 향후 생산량이 대폭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욜 그룹에 따르면, HBM은 AI 컴퓨팅 수요 증가에 따라 전체 D램 시장을 압도적으로 앞지를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2023년부터 2028년까지 연평균 45% 규모로 꾸준히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전망으로 올해 기준 90억 달러(약 12조원)의 전 세계 HBM 매출 규모가 오는 2028년에는 240억 달러(약 32조원) 규모로 약 3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수요 확대에 따른 캐파 증대로 인해 향후 지금처럼 고가의 가격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욜 그룹은 현재 HBM가격이 DDR4 D램에 비해 현재 500% 이상 높은 데다 범용 D램에 비해 6배나 가격이 높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2028년에는 HBM이 주류 D램보다 3배가량 높은 가격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HBM 용량당 가격은 2023년 기준 Gb당 1.43 달러에서 올해 기준 1.25 달러로 낮아지며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오는 2028년에는 0.86 달러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됐다. 

분석의 주요 요인은 경쟁의 심화다. 고대역폭메모리 HBM은 현재 SK하이닉스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이다. 뒤이어 삼성전자와 새로 시장에 진입한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자리하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40%, 마이크론 10% 등으로 분석됐다. 이에 SK하이닉스·삼성전자는 수요 확대에 따른 설비 투자를 추진 중으로 고부가제품 위주 고도화에 나서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는 올해 고대역폭메모리 생산 능력을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마이크론과 함께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3사로 이들 가운데 최초로 지난 4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자난해 4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영업이익 346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역시 전년 대비 47%가 늘어난 11조3055억원을 기록하며 D램과 낸드 가격 반등에 따른 평균판매단가 상승 등을 통한 빠른 업황 개선을 선도하고 있다.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수요 가시성 확보 아래 지난해 대비 올해 TSV 캐파를 약 2배 확대할 계획”이라며 “추가 투자에 대해서는 중장기 수요와 시장 환경, 공급체인 현황 등을 종합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HBM 제품을 통한 고객 요구에 대응하겠다”며 “AI 시장 리딩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AI 시장의 큰 비중을 차지할 CSP, AI 칩셋 업체 등 잠재고객까지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하겠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고부가가치 제품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레거시 제품에 대한 투자를 줄인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부사장)은 내년까지 메모리 시장 상승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메모리 가격 상승 예상 고객들이 구매 주문을 늘리기 시작했다”며 “PC와 모바일 고객사 중심으로 신규 수요가 발생하고 있으며 D램은 올해 상반기, 낸드는 하반기 수요처 재고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올해 가격 상승과 지난해 대비 높은 메모리 수요 증가가 예상되지만 고객 수요에 기반한 제품 생산 확대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대역폭 초고속메모리 이미지. [사진=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처]
고대역폭 초고속메모리 이미지. [사진=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처]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메모리사업 분야 DS 부문 영업이익이 2.18조원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향후 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HBM3 및 서버용 SSD 중심 첨단 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하며 수익성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미주총괄 부사장은 지난달 1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한 부사장은 “올해 HBM의 시설투자를 2.5배 늘렸다며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의 투자 확대를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엔비디아, AMD, 인텔 등 그래픽처리장치, 중앙처리장치 업체들이 1년마다 새로운 가속기를 내놓는 상황에서 성능 극대화를 위한 메모리 성능 뒷받침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HBM과 LPDDR(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D램, CXL 등 여러 메모리들에 대한 아이디어가 가시화되며 2~3년 내 본격 시장이 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은 이달 1일부터 10일을 기준으로 42.2%가 증가하며 전년과 대비해 큰 폭 반등한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같은 기간 반도체 수출액은 27억8000만 달러에 달했다. 일평균 기준 전년 대비 60%나 늘어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기저효과를 고려해도 반도체 수출 회복세가 강한 추세를 보여주고 있는 고무적인 현상”이라며 “중국 본토향 반도체 수출은 빠른 회복을 못하지만 우회로 대홍콩 반도체 수출이 큰 폭 개선되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올해는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합산 45조원 규모로 손익이 개선될 전망”이라며 “올해 삼성전자 메모리 영업이익은 1분기부터 매 분기 2조원 수준의 손익개선이 나타나며 전년 대비 약 27조원 손익개선이 예상되며, SK하이닉스의 경우 영업이익이 1분기부터 가파른 실적개선이 이뤄져 전년대비 18조원 손익개선이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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