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브롱코. [사진=포드코리아]
포드 브롱코. [사진=포드코리아]

[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미국차 브랜드의 입지가 위태롭다. 프리미엄 세단의 대명사가 된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과 가성비로 잘 알려진 토요타, 폭스바겐 등에 밀렸다는 평가다. 한국 시장에 대한 깊은 분석 없는 모델 수입, 별다른 콘셉트 없는 애매모호한 브랜드 이미지 등이 주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에 진출한 미국 완성차사는 포드, 링컨, 지프, 쉐보레, 캐딜락, GMC 등 6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발표에 따르면 이들 브랜드의 지난해 합산 판매량은 1만6621대다. 각각 쉐보레 5589대, 지프 4512대, 포드 3450대, 캐딜락 975대, GMC 437대, 링컨 1658대로 나타났다.

총 판매대수 1위인 BMW가 지난해 7만7395대를 기록한 성적에 비하면 초라한 수치. 그마저도 10위권 안에 든 브랜드는 9위를 차지한 쉐보레뿐, 나머지 브랜드는 총 25개 제조사 중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더 우려스러운 건 이러한 판매 부진이 해마다 심화한다는 점이다. 포드의 경우 2022년엔 5300대를 팔았지만 지난해 3450대로 34% 급감했다. 지프도 2022년 7166대에서 2023년 4512대로 37% 줄었다.

업계에선 이 같은 판매 부진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라고 말한다. 독일차‧일본차의 약진, 신차 및 전기차 부재 등이 가장 큰 이유다. 과도한 가격 인상, 애매모호한 브랜드 이미지 역시 소비자 눈 밖에 난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와 올해 초 BMW와 벤츠코리아는 브랜드 주력 모델인 5시리즈와 E클래스 신형을 발표하며 판매가도를 달렸다. 특히 BMW의 경우 5시리즈를 출시하며 같은 모델 전기차도 함께 내놔 동시 판매를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수입차 판매량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반면 미국차 브랜드들은 이렇다 할 신차를 내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다. 포드코리아의 경우 2022년 오프로드 모델 브롱코를 출시한 정도다. 결과는 레인저 84대, 브롱코 522대 수준으로 미미하다.

캐딜락도 조용했다. 다만 GM 전기차 전용 플랫폼 ‘얼티엄(Ultium)’을 적용한 캐딜락 첫 전기차 ‘리릭’이 올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신형, 부분변경 모델들의 가파른 인상폭은 거부감마저 불러들인다. 출시 후 반응이 좋았던 포드 브롱코는 1년 만에 1000만원 올린 8040만원으로 책정했다. 원자재값 인상, 옵션 변경 등을 거쳤지만, 통상 300여만원 선의 가격 인상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무리한 대처라는 지적이다. 신형 레인저 와일드트랙과 랩터 역시 지난 2021년 출시 당시 가격보다 1300만~1600만원이나 올린 가격으로 원성을 사기도 했다.

트렌드를 따르지 못해 고객층의 고른 선택을 받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수입 승용차의 베스트셀링 모델은 E클래스(2만3638대)와 5시리즈(1만6100대), S클래스(9409대), A6(7911대), ES(7839대) 등으로 모두 프리미엄 세단이다.

그러나 미국 브랜드 내 세단은 찾아볼 수 없다. 쉐보레는 소형 SUV, 포드는 픽업트럭과 오프로드, 지프 오프로드 모델 등에 치우쳐 있다. 모두 국내 도로 사정과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모델이 대부분이라는 약점을 가졌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대부분의 미국 차는 넓은 도로에서 힘 있게 달릴 수 있도록 덩치와 배기량이 크지만 연비가 떨어진다. 현재 미국에서 들여오는 차종 대부분은 이런 픽업트럭, 대형 SUV다. 일부 마니아층 외에는 국내 도로, 주차장에선 환영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애매모호한 브랜드 입지”라며 “프리미엄 브랜드로는 BMW, 벤츠가 자리잡고 있고, 실용적인 브랜드론 하이브리드로 유지비가 좋은 토요타, 렉서스, 혼다 등이 굳건하다. 미국차는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땅을 달리는 미국인을 위한 차를 들여올 게 아니라, 한국 시장을 정확히 분석해 국내 소비자가 원하는 차종을 선별해 수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