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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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주유소 사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장사를 포기한 폐·휴업 주유소들이 늘고 있다. 정부와 업체들은 복합 주유소 등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전국에서 영업 중인 주유소는 1만1023개소로 전년 대비 약 1.1% 감소했다.

최근 5년간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 2019년 1만1700개소에서 지난해말 1만1023개소로 5.8% 줄었다. 2020년에는 1만1589개소, 2021년 1만1378개소, 2022년은 1만1144개소로 나타났다.

주유소가 폐‧휴업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으로 인한 경영난이 꼽힌다.

실제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전체 자동차는 174만9729대로 이 가운데 약 32%인 55만8112대가 친환경차(하이브리드차·전기차·수소연료전지차)였다.

더욱이 친환경차 수는 지난 2022년 44만8934대과 비교해 1년만에 24.3% 증가한 것으로 매년 전년 대비 10만대 이상 등록 차량이 증가하고 있다. 친환경차량의 증가는 곧 주유소를 찾는 수요의 감소로 직결된다.

아울러 점차 주유소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점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한국석유공사가 지난 2008년 4월부터 주유종합정보시스템인 오피넷을 통해 전국 주유소 기름 가격을 실시간 공개하면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주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류세가 인하되면서 주유소 이익이 늘고 있는 거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주유소 업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며 “이전보다 기름값에 민감한 소비자가 늘어났고, 실시간으로 주유소 간 가격 차이를 한눈에 비교 가능해지면서 한 푼이라도 저렴한 주유소로 고객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친환경차 보급 증가가 수익 감소로 직결

또 멈출 줄 모르는 고금리도 주유소 자영업자를 힘들게 하고 있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주유소들은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공급받을 때 현금으로 구매한다. 주유소는 일반적으로 2만리터나 5만리터 저장탱크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채우려면 휘발유 기준(리터당 1600원 기준)으로 각각 3200만원, 80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한 주유소 관계자는 “대부분 주유소 자영업자들은 대출을 받아 정유사에 대금을 결제하는 형편”이라며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전보다 배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

개별 주유소들은 ‘알뜰주유소’도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업계에 따르면 알뜰주유소가 공급받는 기름값은 시중 주유소와 비교해 리터당 30~40원 가량 저렴하다. 석유공사가 최저가 입찰로 물량을 일괄 구매한 뒤 전국의 알뜰주유소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직영주유소가 아닌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주유소는 알뜰주유소와 공급가부터 차이가 나기 때문에 더 저렴한 석유 판매는 불가능하게 된다.

이같은 이유로 개인사업자들 가운데는 알뜰주유소로 전화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많아 최근 5년간 전국의 주유소 507개가 알뜰주유소로 전환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진 곳은 38.7%인 196개에 그치고 있다.

정부가 전체 주유소 대비 알뜰주유소의 비중을 약 10%로 유지하는 사실상의 총량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 마진이 점차 낮아지면서 결국 영업을 포기하는 주유소들이 증가하고 있다. 다만 폐업 대신 휴업을 택하는 주유소가 많은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주유소는 업종 특성상 지하에 기름 탱크를 갖춰야 하는데 폐업 시 기름 탱크를 들어내고 토양오염 정화작업을 해야 한다. 여기에 기존 건축물을 철거하는 비용을 더하면 폐업하기 위해 사업자는 최소 1억원에서 많게는 2억원을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

더욱이 대도시나 입지가 상대적으로 좋은 주유소는 업종 전환을 위해 쉽게 매도되는 편이지만 중소도시 이하 시군 지역에서는 비용 문제로 폐업하지 못하고 장기간 휴업에 들어간 주유소가 곳곳에 흉물로 방치되기도 한다.

정화업체 관계자는 “주유소의 경우 환경 문제까지 겹쳐 있어 서류 준비 절차부터 다른 업종과 다르게 작업이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중개업을 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서울 도심은 쉽지 않아도 용도 변경을 통해 다른 업종으로 전환해 활용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 외 지역은 매물은 꾸준히 나오지만 거래는 쉽사리 이뤄지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물류 복합 주유소가 대안으로 떠올라

이처럼 영업을 중단하는 주유소가 증가하고 퇴로가 마땅치 않게 되면서 주유업계 및 지방자치단체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그러한 해법의 한 형태로 서울시가 제시한 방안이 지난해말 서울 도심에서 전국 최초로 운영을 시작한 ‘미래형 첨단 물류 복합 주유소’다. 서울시는 공모를 통해 서초구 소재 GS칼텍스 내곡주유소를 대상지로 선정하고 재건축 준공 및 자동화 물류시스템 통합테스트 등을 진행했다.

서울시가 주유소의 미래상으로 첨단 물류 거점을 제시한 이유는 현재 서울 시내 물류센터는 경기도의 6%가 채 되지 않는 수준이지만 서울 도심에서는 대규모 물류센터를 지을만한 토지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구상한 미래형 첨단 물류 복합 주유소의 기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전기충전소 등 친환경 인프라 조성을 통해 대기오염 발생을 줄이고 장차 수소충전소 기능도 겸하게 할 예정이다.

다만 실제 수익성 있는 사업으로 인정받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아직 수요가 개인과 스타트업 기업 등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주유소 폐업 증가는 정유사들도 고민이 많은 문제라 새로운 사업 발굴과 모델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물류사업이 주유소가 가진 장점을 충분히 빠르게 구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수익화를 빠르게 이뤄내는 일이 관건이다”고 전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커머스(E-commerce) 업체인 쿠팡이 경기도 고양시나 부천시 등 서울 인근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운영하며 수도권 시민들에게 반나절 배송을 구현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규모 도심 주유소를 물류창고로 개조해 비싼 인건비를 지출하며 관리 인력을 고용하는 방법이 현실성 있는지 돌이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사업의 싹을 틔우는 시기로 판단해 경제성을 따지기보다 운영업체에 과도한 비용이 전가되지 않는 조건으로 물류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도심형 미들 사이즈 창고는 새로운 형태의 비지니스 모델인 만큼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운영해 나갈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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