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카오, 애플, 구글 등 플랫폼 기업을 상대로한 플랫폼 규제법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다. [사진=언스플래시]
네이버, 카카오, 애플, 구글 등 플랫폼 기업을 상대로한 플랫폼 규제법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다. [사진=언스플래시]

[이뉴스투데이 유은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와 카카오 등 거대 플랫폼 사업자를 지정, 4가지 금지행위를 사전 규제하는 ‘플랫폼경쟁촉진법(플랫폼법)’이 졸속 행정 오명 속에 사실상 전면 재검토 수순에 들어섰다. 

법안에 대한 자세한 기준과 내용이 정해진 바 없는 상태에서 ‘지배적 사업자 사전 지정’에 대한 업계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는 한편, 미 상공회의소의 압박에 따른 후퇴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플랫폼법 관련 브리핑을 통해 법 추진을 위한 의견을 더 수용하고 추가 검토에 나선다고 공표했다. 공정위 측은 법을 추진 의지는 여전하며 철회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달 중 구체적인 주무 부서와 자세한 세부안을 발표하기로 했던 절차가 모두 무기한 연장되며 입법이 폐지되는 게 아니냐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같은 날 세종정부청사에서 진행한 정부 브리핑을 통해 “지금 당장 법안을 공개하기보다 지배적 사업자 사전 지정과 관련해 업계와 학계 의견을 추가 수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국내외 업계와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통해 ‘(사전지정)제도’를 포함해 다양한 대안을 열어놓고 논의한다는 게 브리핑의 주요 내용이다. 

이번 플랫폼법에서 지배사업자 사전지정은 ‘뜨거운 감자’였다. 플랫폼 지배사업자를 정량 기준에 맞춰 선정하고 우려 금지 행위 시 강력한 처벌에 나선다는 게 공정위 법의 핵심이다. 선정된 사업자들은 시장에서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등 플랫폼 사전 규제 4개 반칙 사항 시 처벌받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로 네이버, 카카오, 구글, 애플, 메타 등 4~5개의 플랫폼 기업이 지배사업자 후보로 유력하게 떠올랐다.  

공정위는 플랫폼법을 추진해 독점적 지위의 사업자를 규제해 이들의 빠른 시장 잠식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이러자 지배 사업자 선정 기준 및 금지 행위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모호하게 남아있는 점, 본떠 만든 유럽의 디지털시장법이 글로벌 빅테크를 타깃으로 하는 것과 달리 공정위의 경우엔 국내 사업자를 과다 규제할 우려가 있는 등 거센 문제 제기들이 이어졌다. 

플랫폼법에 대한 실효성 문제가 특히 컸다. 플랫폼 산업 성장을 저해하고, 국내 기업에 역차별적이란 의견도 지배적이었다. 이미 공정위 등에서 시장의 반칙행위를 제재하고 있는 가운데 선제적 중복 규제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점유율이 높다는 이유로 시장지배자로 규정하거나 규제를 확대한다면 자연스러운 성장마저도 가로막을 수 있단 입장도 나왔다. 

해외에서도 공개적인 우려를 전했다. 미국 상공회의소도 한국과의 통상 문제를 이유로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 플랫폼법 추진에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미 상공회의소는 “한국 공정위는 투명성을 가져야한다”며 “외국기업을 자의적으로 겨냥해 정부가 무역 합의를 위반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전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목소리를 냈다. 우선 규제 도입의 필요성 또는 시급성이 분명하지 않고 사전규제는 낙인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사업자 스스로 성장 기회를 포기하도록 유인할 수 있는 점, 지배적 사업자의 정량 요건 연구가 부족하고, 규제 당국이 관여할 여지가 높다는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결국 공정위가 8일 대통령실 주재 민생토론회에서 발표하려고 했던 플랫폼법의 세부안 공개는 발표 시점이 무기한 연장됐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신중하게 대안을 가지고 의견을 수렴하고 검토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지정제도를 당장 폐기하는 것은 아니고 필요한 것에 다른 대안이 있는 지 검토하는 것”이라고 연기 의도를 전했다. 

이어 플랫폼법 발표 시점에 대해서는 “빨리 공개해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게 낫지 않냐고 하지만 신중하게 대안을 갖고 의견 수렴하고 검토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공개하면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 있어 당장 공표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듣고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공정위의 플랫폼법 시행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 것과 다름없다”며 “지난번 법안을 미리 밝히고 이에 대해 의견 수렴을 했더라면 더 생산적일 수 있지 않았나”고 말했다. 이어 “사안이 중대한 만큼 시장 조사와 더불어 국내 시장 상황에 맞는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 현재 일부에서 나오고 있는 깜깜이와 졸속 추진했다는 오명 또한 벗어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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