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롯데케미칼이 적자 수렁에 빠졌다. 지난해 석유화학 업계의 전반적인 불황 속에서 자구 노력을 펼쳤지만 대규모 영업손실을 지속하며 체질 개선을 위한 자금조달도 순탄치 않은 모양새다.

8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에 비해 10.4% 감소한 19조9491억원, 영업손실은 333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2년 7626억원 규모의 손실에 이어 2년 합계로 1조원을 넘어서는 적자를 낸 것이다. 이러한 손실은 시장 예상치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지난 1일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연결기준 실적 컨센서스(시장 전망치)에서 영업손실을 1915억원으로 집계한 바 있다.

대규모 영업손실과 더불어 롯데케미칼은 늘어나는 총차입금으로 이자 비용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롯데케미칼의 총차입금은 9조6398억원으로 2021년말 3조6658억원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롯데케미칼의 차입금이 급증한 원인은 지난 2022년 이후 인도네시아 석화단지 구축사업과 롯데GS화학 등 합작사 설립으로 인해 투자금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동기간 이자 비용도 852억원에서 2661억원으로 3배 넘게 급증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난해 4분기 성적표이다. 4분기 매출은 4조9079억원, 영업손실은 3013억원으로 지난해 영업손실 총액인 3332억원과 4분기 영업손실이 비슷한 규모다. 점차 악화되는 롯데케미칼의 수익성이 4분기 영업손실을 통해 그대로 보여지고 있다.

롯데케미칼도 지난 7일 2023년 콘퍼런스콜에서 4분기 영업손실에 대해 주원료 가격이 강세를 보인 반면 제품 수요는 낮아져 수익성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김민우 롯데케미칼 전략기획본부장 상무는 “3분기에는 원재료 가격의 긍정적 래깅효과로 적자규모 축소되며 흑자전환했다”며 “반면 4분기의 경우 주원료 납사가격이 정기보수 영향으로 강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영업손실 확대·차입금 급증 ‘재무 악화’ 현실화

결국 롯데케미칼의 부진은 본업인 석유화학 업황 악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코로나 사태 종료 이후 중국 시장에서 실적 반등을 기대했으나 오히려 중국이 자국 내 에틸렌 공장 증설로 공급 확대에 나서며 향후 수출 증가 가능성도 요원해 보인다. 업계에서는 올해 석유화학 업황이 나아질 여지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밖에 롯데케미칼이 최근 석유화학 중심 사업구조 전환을 위해 배터리 소재, 수소, 친환경 분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점도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2022년 2조7000억원을 투입해 인수한 동박 제조사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대표적 사례다.

또 롯데케미칼은 롯데알미늄과 함께 약 3300억원을 들여 미국 양극박 증설 투자를 진행하고, 국내 대산공장 전해액 유기용매 생산시설 확충에 3500억원을 투입하는 등 배터리 소재 사업 확장에 힘을 쏟은 점도 주요 이유로 풀이된다.

주력사업 수익성은 줄고 있는데 신사업 투자비는 눈덩이처럼 늘어나다 보니 재무안정성 약화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롯데케미칼은 공모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나섰지만 이마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당초 롯데케미칼은 지난 1월말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계획 중이었다. 최대 4000억원 규모로 채무 상환 자금 마련을 위해 이번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모채 발행에 대한 시장 반응이 예상 밖으로 좋지 않고 롯데건설 회사채 발행을 우선하기로 하면서 공모채 발행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여전히 자금조달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이같이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고부가 사업 확대에 집중하고자 비핵심 사업을 매각하고 신사업에 투자하겠다는 롯데케미칼의 체질개선 작업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수소 부문에선 이미 투자 계획을 대폭 삭감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22년 수소 사업에 2030년까지 6조원을 투자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지만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때는 기존 대비 절반 수준인 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투자액을 절반 가까이 낮췄다. 또 수소 생산 목표도 연 120만톤에서 60만톤으로 낮춰 잡았다.

◇자회사 문제, 롯데케미칼의 화약고

아울러 여전히 시장이 가장 우려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롯데건설 리스크가 롯데케미칼의 발목을 잡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올해 1분기 4조원 규모의 PF 우발채무 만기가 도래한다. 롯데건설 자기자본이 2조7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우발채무가 모두 실제부채로 전환된다고 볼 수 없지만 최근 저조한 분양 속에 원가와 금리 부담이 한층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자금줄이 마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롯데케미칼의 롯데건설 지원 가능성이 시장에서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지난달 31일 롯데건설이 회사채 1년물 2000억원어치 발행을 목표로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총 3440억원이 모집된 점도 롯데케미칼로서는 긍정적인 신호로 읽히지 않았다. 경쟁률이 1.71대 1을 기록해 올해 52곳이 발행된 회사채 1~3년물 가운데 가장 낮았기 때문이다.

금용투자업계에서는 롯데건설의 최대 주주인 롯데케미칼이 신용보강을 나섰기에 회사채 조달이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결국 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을 안고 가는 모양새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024년 1분기는 역래깅 효과(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가 완화하며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원재료 가격을 뺀 것)의 일부 회복이 가능하겠으나 큰 폭의 개선을 기대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국의 부진한 수요 상황과 크래커 증설 지속에 따른 수급 악화 영향으로 지난해 말부터 추가적 스프레드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22년부터 바닥권에서 횡보 중인 석유화학 스프레드는 유의미한 변화가 없는 상황이며 산업 내 개선 시그널도 부재하다”며 “올해 신규 증설 규모 감소에도 불구하고 누적된 증설로 인한 공급과잉 및 고유가로 인한 원가 부담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석유화학 사업구조를 범용에서 고부가 스페셜티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며 “사업 운영의 비용과 생산성을 혁신하고 투자비 등을 효율화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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