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해외 원전 수출 사업인 UAE 바라카 원전 전경. [사진=연합뉴스]
한국 최초의 해외 원전 수출 사업인 UAE 바라카 원전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체코 신규원전 건설 입찰에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탈락하며 한국수력원자력이 수주 가능성에 한 발 더 다가섰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최종 선정까지 험난한 과정이 남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7일 한수원과 원자력발전업계 등에 따르면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에서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탈락해 한수원과 프랑스의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두고 경쟁하게 됐다.

앞서 체코 정부는 지난 2022년 두코바니 5호기(1200㎿ 이하급) 건설을 발표하고 지난해 한국과 미국, 프랑스로부터 입찰서를 받은 바 있다.

이번 입찰서를 심사한 결과 체코 정부는 웨스팅하우스가 제출한 입찰내역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탈락시켰다.

요제프 시켈라(Jozef Síkela)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은 “(웨스팅하우스가) 제출한 입찰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한수원과 EDF와 계속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체코는 두코바니 지역에 가압 경수로 원전 1기를 건설할 예정이었지만 두코바니 지역에 한 기를 더 추가하고 약 158km 떨어진 테멜린 지역에 2기를 추가해 총 4대 원전 건설에 나설 계획이다. 동시에 다수의 원자로를 건설하면 처리장 등 공용시설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원전업계에서는 한수원이 최종 수주에 성공하면 30조원에 달하는 성과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2개의 원전을 건설하는데 약 15조원이 소요된다고 알려졌다. 

◇한수원, 체코 원전 최종 수주 한 발자국 남아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그간 한수원의 체코와 폴란드 원전 수주를 적극적으로 방해해온 웨스팅하우스가 수주 조건 불충족을 이유로 탈락했다는데 의아함을 드러내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2022년 10월 한수원이 수출하려는 한국형 원전(APR1400)이 미국 원자력에너지법에 따른 수출통제 대상으로 웨스팅하우스 기술을 활용했다고 주장했고, 미국 연방 규정 제10장 제810절을 근거로 미국 정부의 허가나 신고가 필요한지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규정은 특정 원전 기술을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해 외국에 이전할 경우 미국 에너지부(DOE) 허가를 받거나 신고할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지난해 1월 미국 에너지부는 한수원이 제출한 체코 원전사업 입찰 관련 신고 서류를 돌려보냈다. 한수원이 지난 2022년 11월 체코 두코바니 원전 입찰에 참여하고 그와 관련한 서류를 미 에너지부에 제출했는데 서류를 돌려보낸 것이다.

당시 한수원이 한국형 원전 수출을 하는데 미국 정부에 입찰 서류를 미리 신고한 이유는 미국 정부가 3대 핵심 원전 기술을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이때 분쟁이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해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에 최대한 협조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은 이미 3대 핵심 기술을 국산화했지만 웨스팅하우스의 원천기술을 사용했다는 점을 감안해 미국 에너지부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문제는 이때 미국 정부가 보인 태도다. 미국 에너지부는 “관련 규정에 따라 미국인 또는 미국법인이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서류를 돌려보낸 이유를 밝혔다. 한수원이 신고 주체가 아니니 미국법인인 웨스팅하우스를 통해 신고하라는 의미다.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수출할 당시만 해도 관련 기술을 국산화하기 이전이라 국내 업계는 웨스팅하우스 설비 사용 등을 양사간 협력을 통해 해결했지만 2022년의 미국 정부의 조치는 의도적인 딴죽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이 한수원의 주장을 받아들여 웨스팅하우스가 제기한 소송을 각하한다고 판결하며 이 문제는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다만 웨스팅하우스가 판결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연방법원의 판결은 법리적 해석에 문제가 있다’며 항소장을 제출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체코 두코바니의 원자력 발전소 냉각탑에서 수증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체코 두코바니의 원자력 발전소 냉각탑에서 수증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수원 최종 선정’ 향한 불안한 시선 존재

아울러 일각에서 웨스팅하우스의 탈락을 의심쩍은 눈초리로 바라보는 이유는 다른 곳에서도 발견된다.

지난해 4월 총 4기의 불가리아 신규원전 사업에 웨스팅하우스는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였던 EDF와 경쟁이 아닌 협력을 결정했다. 가깝지 않던 두 기업의 밀착은 서방권의 원전 협력 구도가 재편될 가능성을 시사해 한국의 원전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주류를 이뤘다.

물론 원전 수주 프로세스상 기본설계(FEED) 계약을 체결한 것만으로 최종적인 사업 수주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여전히 계약 초기 단계에 불과하고 특히 EDF의 경우 자사의 EPR 노형이 아닌 로사톰의 VVER 노형을 그대로 짓겠다고 밝혀 실제로 시공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웨스팅하우스와 EDF의 불가리아 진출은 그동안 세계 시장을 놓고 경쟁을 펼치던 두 기업이 협력자 관계로 돌아섰다는 측면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절대 손을 잡지 않을 것 같던 두 기업이 서방세계를 대표해 한국과 중국 등 신생 원전 강국의 확대 전략에 맞서는 밑그림을 그리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웨스팅하우스가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의 프로젝트사와 AP1000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곧바로 EDF가 불가리아 정부 측과 벨레네 신규원전 건설을 추진한 과정을 보면 두 기업이 물밑 작업을 마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른 원전 업계 관계자는 “시공 능력이 떨어지는 웨스팅하우스가 직접 원전 수주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세계 원전 시장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 기업에 대한 견제에 나선 것일 수 있다”며 “미국과 웨스팅하우스가 세계 원전 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했을 때 이번 수주 탈락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수원 관계자는 “오는 6월 우선협상대상자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며 “웨스팅하우스뿐만 아니라 EDF도 우리로서는 강력한 경쟁상대인 것은 변함없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에 수주를 위해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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