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물에 십자가? 한센협회 “소록도 문화재 담은 것뿐, 상처줬다면 죄송”

[이뉴스투데이 방은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명의로 대통령실이 보낸 설 선물 포장 박스로 종교 편향 문제가 불거졌다. 포장 박스에 소록도 한센인들이 그린 그림이 담겼는데, 특정 종교를 상징하는 십자가 등이 포함된 그대로 불교계로 보내진 것.

이 일로 논란이 일자 김인권 한국한센복지협회장은 2일 윤 대통령과 김 여사 앞으로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우리 그림 속 십자가로 인해 상처받는 분들이 생긴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든다"면서 "소록도에만 살다보니 소록도 근처 문화재를 그림에 담은 것뿐인데, 그 그림이 다른 분들에게는 또 하나의 편견으로 보였다니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림 속의 십자가는 외로움을 채우고 버틸 수 있게 하는 우리에겐 걷기 위한 지팡이였고, 누군가가 내밀어준 간절한 삶의 손길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실의 설 선물에 우리 한센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감사한 마음이다. 태어난 순간부터 외면당했던 우리 인생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그저 행복하고 황송할 따름이다"라며 "대통령실에서 찾아와준 분들 덕분에 우리의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퍼져나가 많은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더이상 소외되고 외면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고 했다.

앞서 논란이 일어난 당일인 1일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대통령실 불자회장),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은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을 찾아 총무 원장 진우 스님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어떤 특정 종교를 옹호하거나 배척하거나 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면서 "다만 질병과 편견으로 아파했던 한센인들을 응원하고, 소록도가 치유의 섬으로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선물 포장에 한센인들이 그린 그림을 선정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