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용주 FM Global 한국지점 대표.[사진=FM Global 한국지점]
심용주 FM Global 한국지점 대표.[사진=FM Global 한국지점]

최근 의학 및 제약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며 제약·바이오산업 또한 고속 성장세를 이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기준 세계 제약 시장 규모는 약 1조4200억달러로, 이는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의 2.7배에 해당한다. 하지만 최근 전세계적인 제약·바이오산업의 성장세에 급제동이 걸렸다. 완제품 제조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원료의약품의 공급망 체계가 붕괴되는 현상이 발생한 것. 실제로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물동량은 늘어났으나, 급증한 수요로 항만 작업은 지연되며 물류 대란이 발생해 원료의약품 공급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품귀 현상을 빚었던 해열제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의 경우 국내에 등록된 원료의약품 중 70% 이상이 중국산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원료의약품을 수입하는 국내 제약사들에게 위기로 작용했다. 국내 업계 또한 앞서 언급한 공급망 체계 붕괴로 인한 영향을 받았다.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약 12%에 불과한 만큼, 업계 전문가들은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원료수급에서부터 완제품 생산에 이르기까지의 전반적인 공급망 체계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며, 공급망 위기를 넘어설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국내 업계에서는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차별화된 사업 모델을 마련함으로써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미 국내의 많은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원료 및 완제의약품 자급도를 늘리기 위해 R&D 역량 강화에 힘을 쏟고 있고, 원료의약품 생산설비 증설 계획을 발표하거나 해외 제약사들과 대규모 공급 계약을 맺어 매출을 증대하고 수익성을 제고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도 원료의약품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정부는 작년 3월에 연구개발 투자, 공급망 인프라 확대와 같은 지원 전략과 추진과제를 골자로 한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계획에는 정부 주도로 연매출 1조원을 확보할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하고 국내 제약사를 글로벌 제약사로 육성하며 현재 대비 2배 이상의 의약품을 수출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일본은 후생노동성에서 나서서 원료의약품을 원활히 수급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전담 위원회를 2022년 8월부터 작년 6월까지 운영했으며, 미국은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을 2022년 9월에 발표하며 연구개발부터 완제의약품 제조까지 의약품 생산의 전 과정을 자국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생산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는 한국과 중국, 인도 등의 국가에게 위탁생산을 맡겼던 이전과 다른 행보를 보이며 바이오 제조 역량을 키우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은 유럽의약청(EMA)과 같은 제약업계 관련 기구와 함께 구성한 의약품 공급 부족 조정그룹(MSSG)을 통해 지난해 1월부터 원료의약품 공급업체와 협력해 항생제 제조 역량을 강화하고, 기존에 사용을 금지했던 의약품에 대한 유통을 예외적으로 허가하는 등 규제를 개선하고 있다.

의약품 생산 시설과 같은 기업의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재물 손실에 대한 보험 커버리지를 제공하는 보험업계 또한 제약·바이오업계의 공급망 위기에 주목하고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와 원료의약품 낭비 현상을 저감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글로벌 재물보험사 FM Global(FM 글로벌)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제약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백신 생산을 위해 긴급히 설비를 증설해야 했던 위탁생산 전문 제약사를 효과적으로 지원한 바 있다.

해당 제약사는 위탁 생산을 의뢰한 고객의 높은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FM Global이 제공하는 컨설팅을 10년 이상 받으며 각종 리스크에 대응해왔으며, 코로나19 백신 제조를 위해 전례 없이 짧은 기간 내 시설을 확장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통상 2년 이상 소요되는 제조 시설을 설립과 검증을 8개월 이내에 완료할 수 있었다. 꾸준히 잠재적 손실을 관리한 덕분에 공급망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는 위기를 극복하며 회복탄력성을 발휘한 것뿐만 아니라 가속화한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제약·바이오산업과 같이 사람의 삶과 밀접하게 연계된 산업 분야는 작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도 전세계적인 규모의 피해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을 영위함에 있어 면밀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특히, 공급망이 무너지거나 생산 설비 가동 중단과 같은 중대한 상황에서 발생 가능성이 높은 손실을 경감하고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엔지니어링 역량을 보유한 전문가 집단과의 협업을 통해 리스크를 사전에 철저하게 관리해야만 한다. 위기를 맞아 잘못을 바로잡고 기울어 가는 것을 다시 세운다는 의미의 부위정경(扶危定傾)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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