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한복을 입은 모델들이 다양한 가격대의 한우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한복을 입은 모델들이 다양한 가격대의 한우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종효 기자] 설 선물세트 판매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유통업계가 비교적 고가인 20만원대 선물세트 비중을 확대했다. 이른바 ‘김영란법’ 완화로 인해 찾는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통가가 진행 중인 설 선물세트 판매 중 20만원대 선물이 확대됐다. 한우는 물론 과일 등도 ‘프리미엄’ 선물 세트 구성을 늘리면서 소비자 선택지를 넓혔다. 

아직은 ‘가성비’를 중시하는 선물을 많이 찾고 있지만, 명절 선물인만큼 고가의 선물을 찾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아 수요가 양극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농축수산물 선물세트는 최대 30% 물량이 늘어났다.

유통채널별로 살펴보면, 백화점 업계는 설을 앞두고 농축수산 선물 중 20만원대 세트 물량을 전년 대비 5~15% 정도 늘렸다. 롯데백화점은 5%, 신세계백화점은 15% 물량을 확대했으며, 현대백화점은 20만원대 과일 선물 세트를 15% 정도 늘렸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20만원대의 과일, 굴비, 고기 선물 세트를 새로 구성했다.

대형마트도 마찬가지다. 주로 저렴한 가격, ‘가성비’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여전히 많지만, 올해 설 선물세트 구성에선 20만원대 세트 선물 비중을 늘렸다. 롯데마트의 경우 한우, 수산물 등에서 20만원대 농축수산 선물 세트를 30% 정도 확대해 눈길을 끌었다.

업계에선 고물가 현상이 계속돼 고가품에 대한 인식 장벽이 낮아진 것과 더불어 청탁금지법(김영란법) 개정으로 인해 공직자 등의 명절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이 30만원까지 완화된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완화되면서 지난해 추석 선물세트부터 20만원대 세트 비중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2016년 시행 당시 공직자 등이 받을 수 있는 명절 농축수산 선물 가격 상한선은 5만원이었으나,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해 2021년 20만원, 지난해 8월에는 30만원까지 완화됐다.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20만원대 선물은 ‘초고가’까지는 아니라는 인식도 선물 가격 증가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자주 주고받는 선물도 아닌 명절선물의 경우 조금 더 비싼 가격을 주더라도 선물하는 이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가심비’를 따지자는 분위기도 프리미엄 선물 소비가 늘어나는 데 한 몫 했다.

유통업계가 20만원대 선물 세트를 많이 선보이는 만큼 20만원대 선물 세트의 판매량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설 선물 예약 판매량을 살펴보면, 상위 5개 품목 중 2위와 4위에 20만원대 한우 세트가 위치해 있다. 저렴한 선물세트가 압도적으로 잘 판매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유통채널인 대형마트에서도 홈플러스의 경우 20만원대 농협안심한우 세트가 판매량 상위 품목에 올라 있다.

고가인 한우 세트만 판매가 잘 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백화점에선 여러가지 과일로 구성된 25만~30만원대 세트가 예년보다 잘 팔리고 있다. 과일 가격이 전체적으로 올랐고, 신품종·희귀 품종을 포함해 구성한 20만원대 과일 세트도 초고가라는 인식이 덜해진 까닭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절 선물세트는 상·하반기 소비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창구다. 이번 설에도 지난해처럼 저가와 고가의 소비 양극화가 두드러지는 점은 같지만, 유통업계가 김영란법 완화로 20만원대 세트를 늘리는 동시에 소비자들도 20만원대 선물세트에 대한 구매 허들이 낮아져 판매량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 예년과 다른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추석 선물세트부터 고가 제품 판매가 높아지는 것은 경기가 나아졌다는 것이 아니라, 가성비 위주 소비에서 점차 가심비 위주 소비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소비자들의 명절 선물에 대한 인식 변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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