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의 보고로 알려진 칠레 아타카마 염호 전경. [사진=연합뉴스]
리튬의 보고로 알려진 칠레 아타카마 염호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국내 배터리업체들이 리튬 가격하락으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업체들은 세계 최대 리튬 보유국인 칠레에 리튬 가공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고, 현대차는 가격하락을 기회 삼아 중국업체와 수산화리튬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한 행보에 나섰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의 여러 배터리 기업이 칠레에 리튬 공장을 짓는 데 관심이 있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칠레의 외국인 투자유치기관인 인베스트칠레가 한국 회사 대표들과 면담했다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칼라 플로레스(Karla Flores) 인베스트칠레 전무의 발언을 인용해 한국 기업들이 칠레의 반가공 리튬을 배터리용 인산철과 같은 재료로 가공해 미국 시장에 공급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 또 한국 업체들은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으로 리튬 양극재를 수출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전망했다. 이러한 공장 설립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로는 포스코홀딩스, LG화학 및 SK온 등이 언급됐다.

이번 블룸버그통신의 보도가 실현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이미 국내 업체가 칠레서 리튬 구매 계약을 맺고 공급망 확대를 진행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적인 리튬 생산업체인 칠레 SQM과 7년간 10만톤 규모의 리튬 장기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리튬 단일 구매 계약으로는 최대 규모로 고성능 순수 전기차 200만대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는 물량이다.

리튬은 전기차와 노트북 휴대전화 등의 배터리에 쓰이는 핵심 광물이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자료에 따르면 칠레가 매장량 930만톤으로 세계 1위 보유국이다.

더욱이 칠레에서 가공한 리튬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IRA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되려면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 광물의 40% 이상을 써야 하는데 칠레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포스코홀딩스·LG화학·SK온, 칠레 리튬공장 설립 검토

국내 배터리업체들이 리튬 확보를 위해 칠레 등으로 눈을 돌린 사이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리튬 생산 1위 업체인 강서강봉이업(Ganfeng Lithium·이하 간평리튬)과 리튬 공급계약을 맺었다.

중국 간평리튬은 지난 18일 현대차에 수산화리튬을 장기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기간은 지난 1일부터 오는 2027년 12월31일까지 4년이며 공급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간평리튬은 이미 테슬라를 비롯해 폭스바겐, BMW 등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 리튬을 공급하고 있는 업체이다.

배터리업계에서는 현대차가 간평리튬과의 계약에 앞서 지난 10일 중국 성산리튬에너지와 4년간 수산화리튬 구매 계약을 체결을 밝힌데 이어 잇단 계약 체결로 최근 리튬 가격이 폭락하자 배터리 내재화를 위해 리튬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리튬이 저렴한 지금 공급망을 확보해 두면 향후 리튬 가격이 다시 치솟아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배터리 제조사가 가격 인상을 요구해도 협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처럼 배터리업체들과 현대차가 리튬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이차전지 업체들은 메탈 가격과 판매가격을 연동해 양극재 등 제품을 공급하는데 지금과 같이 리튬 가격 상황에서는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밖에 없어 수익성이 연동돼 낮아지기 때문이다.

과거 고가에 리튬 가격을 매입했어도 판매할 당시 지금과 같은 저가 상태라면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구조가 형성된다. 통상 이차전지 업계는 수개월 분의 리튬 장기 공급계약을 맺는데 이미 리튬 가격은 지난해 6월을 기점으로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여왔다.

◇낮은 리튬 가격은 낮은 양극재 가격으로 연동돼

한국광해광업공단 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kg당 86.5위안이다. 1년 전(447.5위안)과 비교하면 무려 81%나 가격이 하락한 수치다. 이 같은 리튬 가격하락은 지난 2021년 8월 9일(89위안) 이후 2년 5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완성차 기업들이 전 세계적인 전기차 수요 둔화 여파에 차량 생산을 보류하고 있는 데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리튬 가격은 연일 최저점을 경신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중국 리튬 기업들은 생산량은 늘려왔으나 공급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아 재고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칠레 공장 설립과 관련해 언급된 국내 기업들은 구체적인 논의가 오가는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원재료 확보 차원에서 다양한 해외 투자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입을 모았다.

완성차 업체들이 직접 광물 투자를 늘려가는 상황에서 배터리 및 배터리 소재를 제작하는 회사들은 가격 변동성이 큰 리튬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미 여러 기업들이 리튬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칠레도 그 후보지 중 하나”라며 “남미 국가들이 정치적 변동성이 높아 실제 계약 체결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공급망 다변화하기 위해선 필수적 조치”라고 말했다.

SK온 관계자는 “칠레는 리튬 매장량 1위 국가인데 업체에서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라며 “블룸버그 보도도 SK온이 칠레 시장에 관심이 있다고만 언급됐듯이 현재로서는 배터리 원재료 매장량이 풍부한 여러 국가를 검토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한 준비 과정에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