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니 다들 ‘탄소중립’을 말하고 있다. RE100(재생에너지 100%)은 그 용어조차 낯설다. 하지만 우리는 겨울철 심한 미세먼지를 경험하고 점점 더 강한 태풍이 한반도를 덮치는 여름을 보내며 기후위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곤 한다. 2024년을 맞아 석탄부터 신재생에너지까지 에너지원을 차례로 짚어보며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시대 에너지산업 강국으로 나갈 수 있는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화순탄광 광부들이 지난해 6월 30일 폐광을 앞두고 전남 화순군 동면 석탄공사 화순광업소 동갱에서 갱도를 폐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순탄광 광부들이 지난해 6월 30일 폐광을 앞두고 전남 화순군 동면 석탄공사 화순광업소 동갱에서 갱도를 폐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덕형 기자] 정부와 해당 지자체가 폐광을 앞두고 대체 산업과 폐갱도 활용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반년 전 폐광된 전라남도 화순탄광마저도 폐광 후 실질적 진전없이 논란만 커지고 있다.  

21일 대한석탄공사에 따르면 올해 6월 강원도 태백시 장성광업소를 시작으로 오는 2025년 6월에는 강원도 삼척시 도계광업소까지 순차적으로 폐광한다. 이들 석탄공사 탄광이 문을 닫으면 2025년 이후 국내 탄광은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삼척시 경동탄광만 남게 된다.

장성광업소와 도계광업소는 본래 삼척개발주식회사가 1936년 삼척에 설립한 삼척탄광에서 시작됐다. 지난 1951년 장성광업소와 도계광업소로 분리돼 1980년대 초반 종사자가 8000여명을 넘어설 정도로 규모가 컸다.

특히 장성광업소는 단일 광업소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1960년대 이후 독일로 파견되는 광부들이 이곳에서 훈련받았다. 박정희 정부 시절 석탄산업 활황으로 인구가 꾸준히 유입되며 1981년 태백시가 삼척군에서 분리돼 시로 승격되는 데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서울올림픽 이후 에너지 소비패턴 변화 등으로 석탄산업 사양화가 가속되며 지역경제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태백시·삼척시, 폐광 앞두고 대책 본격화

올해 폐광 예정인 장성광업소에서는 지난달 태백시가 석탄공사 노동조합 및 태백시현안대책위원회와 광업소 보존과 대체 산업을 위한 위원회를 발족하고 상생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태백시는 이번 협의체 구성과 선언문 채택으로 갱도 활용과 광산근로자 재취업 대책 및 지역 위기 대응 등에 노력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이상호 태백시장은 “광산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시민들의 뜻을 모아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광해복구사업과 대체산업 진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폐갱도 활용과 지역 대체산업 육성을 둘러싼 의견이 각양각색이라 향후 험난한 논의과정이 예상된다. 

태백시현안대책위원회와 대한석탄공사 노조는 이미 지난달 초 성명서를 내고 “태백시는 장성광업소 조기폐광에 따른 대체산업으로 청정메탄올산업 육성, 핵심광물 국가산업단지 조성 등을 추진 중이지만, 이러한 산업은 장성광업소 폐갱도를 활용했을 때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책위원회와 노조는 “지난해 11월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주민설명회를 통해 갱내를 폐갱수로 채워 광해복구를 진행하겠다는 것은 경악스러운 음모였다”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용역 백지화를 촉구했다.

이 같은 논란은 이미 지난해 6월 말 폐광된 화순탄광에서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 3일부터 12일까지 10일간 진행된 ‘화순탄광 갱도 침수 반대 및 국비 지원 촉구를 위한 화순군민 서명 운동’에는 1만5000여명의 전라남도 화순군민이 참여했다.

화순군민들의 요구 사항은 화순탄광 갱내 시설물을 완전히 철거 후 물을 채워야 침출수 유출에 따른 지역 환경오염을 방지한다는 것과 탄광부지 매입비를 국비로 지원해 줄 것을 골자로 한다.

아울러 오는 2025년 6월 폐광 예정인 삼척시 도계지역에서는 1년 이상 남은 폐광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석탄공사는 최근 이사회 회의를 열고 ‘도계역 주변지구 도시재생사업 편입 잔여부지 매각 승인안’을 의결했다. 

석탄공사와 삼척시가 지난 2021년 맺은 업무협약의 일환으로 도계역세권 도시재생뉴딜사업 추진과 석탄산업 쇠퇴로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지역경제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 나선 것이다.

◇막대한 자금 투입에도···폐광지역 인구 소멸 우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에서 계획하고 발표한 각종 지역경제 발전 방안 등이 제대로 진행돼도 폐광지역이 지금 수준의 사회 경제 규모와 사회 인프라를 유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강원도 폐광지역 인구는 지난 1997년 이후 엄청난 공적자금을 투입했음에도 절반 이하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강원연구원 탄광지역발전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 1997년 진흥지구 개발사업비를 시작으로 2021년까지 24년간 폐광지역에 투입한 공공재원은 총 3조2995억원에 달했다. 가장 많이 투입한 공적자금은 폐광지역개발기금이다.

강원랜드 카지노 운영 이익금을 재원으로 하는 폐광지역개발기금 투입액은 전체 공적자금의 43.4%에 해당하는 1조4조331억원이다.

하지만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에도 폐광지역 인구 감소를 막지는 못했다. 지난 1989년 ‘석탄산업 합리화 조치’가 시행된 때 41만458명이던 폐광지역 인구는 2021년에는 17만9245명으로 56.3% 급감했다.

정부가 지난 1995년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한 이후 공적자금 투입을 본격화한 결실을 보지 못한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석탄공사가 운영 중인 탄광은 재무상태가 지속적으로 악화돼 국가 재정부담을 가중시켰다”며 “정부는 탄광근로자 안전사고가 해마다 발생하는 것도 고려해 조기 폐광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정부는 폐광지역 주민과의 소통을 가장 우선시하고 있다.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해 후속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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